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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도 직장인도 의대 입시로… 이런 사회에 미래 있을까[사설]
류지미
2023. 10. 23. 01:54

그동안 반수생은 1학기를 다닌 뒤 2학기 때 휴학하고 수능 준비를 하는 신입생들이 주를 이뤘다. 그런데 2∼4학년들까지 의대 증원의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반수 대열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당장 내년 입시가 아니라도 멀리 내다보고 대학 수업은 비대면 과목으로 골라 듣고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수능 준비를 하겠다는 것이다.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들도 서울 노량진의 재수학원 주말반을 찾고 있다고 한다. 의사 면허를 받아 개원만 하면 정년 없이 연봉 3억 원을 벌 수 있으니 의대 입시 준비로 인한 기회비용을 만회하고도 남는다는 계산일 것이다.
의대 쏠림으로 이공계 인재 양성 시스템은 이미 작동 불능 직전까지 간 상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취업이 보장된 서울 반도체학과 4곳의 올해 정시 합격자 등록 포기율이 정원의 150%를 넘었다. 1차 합격자 전원이 등록을 포기하고 추가 합격자 중에서도 절반이 포기했다는 뜻이다. 이공계 꿈나무들이 진학하는 KAIST 등 4대 과학기술원과 포스텍에 다니다 자퇴한 인원이 5년간 1105명에 이른다. 최근 4년간 과학고와 영재학교에 다니다 의대 진학 등을 위해 그만둔 학생 수는 319명으로 그 이전 4년간보다 63% 늘었다. 평범한 개원의가 3억 원 버는 동안 이공계에서 성공한 ‘나로호 박사’는 9600만 원을 받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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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중2가 응시하는 2028학년도 입시부터 수능 전 과목을 문·이과 구분 없이 치르게 되면 인문계 우등생까지 의대 광풍의 영향권에 들게 된다. 청년들이 안정적인 직업을 좇아 한 방향으로만 달리는 사회에 활력이 있을 리 없다. 첨단 기술 분야 인재 양성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의대 증원 계획엔 의료 불균형 해소책과 함께 의대 쏠림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낮추는 대책도 들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