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너도 나도 전원 요청”…李 헬기 전원 후 혼란 확산
의료계 “너도 나도 전원 요청”…李 헬기 전원 후 혼란 확산

부산에서 흉기 습격을 받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의료 헬기를 타고 서울로 이송된 이후 의료 현장에서 ‘서울로 보내 달라’ ‘119를 불러 달라’는 환자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의료 시스템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선례를 남겼다”는 비판과 함께 이로 인한 일선의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지나치게 정치 쟁점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의사라고 밝힌 네티즌도 “급성 담낭염으로 수술하는 환자가 서울 병원으로 가길 원해서 전원 의뢰서를 써줬다. 그런데 그 환자가 119구급차도 불러 달라고 해서 안 된다고 설득하느라 진이 빠졌다”고 적었다.

이 대표는 지난 2일 흉기 피습 후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가 아니라 서울대병원에서 수술하기로 결정해 헬기를 타고 전원했다. 보통 전원은 해당 병원에서 치료가 불가능한 경우에 이뤄지며, 이 경우 일반 환자는 자차나 사설 구급차를 이용하고 비용도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특혜 논란이 제기됐다.
이번 일로 지역의료 불신 세태가 더 심화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 지역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치료 과정에서 보호자에게 전원에 대해 설명하고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것도 고지를 하는데, 여기에 동의를 안 하거나 의료진의 결정 자체를 불신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며 “지역의료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재혁 전남응급의료지원센터장은 “지역병원을 서울로 가기 위한 통로 정도로 생각하는 인식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며 “서울에 가도 치료가 다르지 않다는 걸 뻔히 알고 있음에도 환자가 원하는 경우에는 보낼 수 밖에 없다. ‘보내줬으면 살았을텐데 왜 안보내줬냐’는 식의 원망을 듣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이형민 회장도 “지역의료에 대한 선입견을 고치기 위해 의료진들이 몇십 년을 노력해왔는데 정치인이 말 한마디로 깨뜨리는 모습이 안타깝다”며 “‘여기 약이 더 잘들 것 같다’ ‘치료를 더 잘할 것 같다’는 식의 의료 수요는 감당할 수 없다. 이번 사례는 의료라는 전문성 자체를 완전히 무시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렇듯 후폭풍이 이어지자 일각에선 의료계의 반응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지방국립대 응급의학과 교수는 “수도권으로 가고 싶다는 환자들은 늘 있었다”며 “이 사안이 너무 정치적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
정신영 김유나 김용현 기자 spiri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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