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체포 동의안이 비명계 공천 살생부로
작년 9월 가결 때 반란 최소 29표… 공천 하위 20%, 비명계 등 31명
더불어민주당은 23일 경선 8곳과 단수공천 12곳 등 20개 선거구에 대한 공천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선 8곳 대부분이 비명계로 분류되는 현역 지역구 의원이 친명계 도전자와 맞붙는 구도다. 반면 친명계 인사들은 대거 단수 공천을 받았다. 비명계 설훈 의원은 이날 의원 평가에서 ‘하위 10%’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민주당 안에선 비명계가 경선에 부쳐지고 의원 평가에서 하위 평가를 받아 퇴출 위기에 몰린 것을 두고 “결국 이 모든 상황이 작년 9월 ‘이재명 체포동의안 가결’에서 시작된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민주당 반란표’가 나오며 통과됐을 때,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의심받던 비명계가 이번 공천에서 집중적으로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친명계 김성환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하위 20%에 비명계가 많은 이유’에 대해 “평가는 작년 11~12월에 이뤄졌고 그 직전인 9월 말에 체포동의안 표결이 있었다”며 “누가 도대체 가결표를 던졌나 논쟁이 있던 시기에 평가가 있었다. 이 요소들이 평가에 반영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당시 진행된 동료 의원과 당직자, 당원 평가에서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통과에 찬성했을 것으로 의심받은 비명계 의원들이 박한 평가를 받았을 것이란 얘기다.
작년 9월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됐을 때, 민주당 안에서 최소 29표 이상의 반란표가 나온 것으로 집계됐다. 민주당이 이번에 하위 평가자로 분류한 31명과 비슷한 숫자다. 비명계의 설훈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대표가 자신을 비판한 의원을 하위 20%에 넣어 개인적 복수를 자행하고 있다”고 했다. 설 의원은 이번 총선은 야당 승리의 절호의 기회였지만 “이 대표가 다 망쳐놨다”고도 했다.
이날 경선이 결정된 현역 의원은 대부분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방탄을 비판해온 의원들이다. 개딸들로부터 ‘수박’(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 소리를 듣던 비명계들이다.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은 이날 오전 6차 공천 심사 결과 발표에서, 서울 강북을의 박용진 의원, 정봉주 전 의원, 이승훈 당 전략기획부위원장이 ‘3인 경선’을 한다고 밝혔다. 비명계인 박 의원은 하위 10% 통보를 받아 경선 득표에서 30% 감점을 받는다. 친명을 자처하는 정 전 의원은 박 의원에 대해 “민주당답지 않은 의원”이라고 해 왔다.
하위 10%를 받은 비명계 윤영찬 의원은 경기 성남중원에서 친명계 이수진 비례 의원과 경선한다. 이 의원은 서울 서대문갑 출마를 준비했지만 이 지역이 전략 지역구로 지정되자 출마 지역을 급히 바꿨는데도 경선 기회를 받았다. 이 의원은 출마 지역을 바꾸면서 “이재명의 심장을 지키겠다”고 했다.
경기 수원정의 3선 박광온 의원은 김준혁 당 전략기획부위원장과 경선에서 맞붙게 됐다. 비명계인 박 의원은 작년 9월 체포동의안 표결 때 원내대표였는데, 가결 직후 사퇴했다. 한신대 교수인 김 부위원장은 2021년 ‘이재명에게 보내는 정조의 편지’, 올해 1월 ‘왜 이재명을 두려워하는가’라는 제목의 책을 쓴 친명 인사다. 비명계에선 “박 의원의 본선 경쟁력, 직전 원내대표에 대한 배려 같은 건 다 무시됐다”는 말이 나왔다.
서울 은평을에선 비명계 강병원 의원과 친명계 김우영 전 은평구청장이 지난 총선에 이어 다시 경선에서 맞붙는다. 김 전 구청장은 지난 총선 탈락 뒤 강릉시장 선거에 출마해 낙선했고 강원도당위원장을 맡았다. 김 전 구청장은 총선을 앞두고 현직 강원도당위원장임에도 은평을 출마를 예고해 당으로부터 ‘주의’ 조치까지 받았지만 경선 기회가 주어졌다. 공관위는 이날 발표 자료에서 김 전 구청장 직함을 ‘강원도당위원장’이 아닌 ‘전 은평구청장’으로 표기했다. 당내에선 “친명계가 아니었다면 이런 ‘꼼수’까지 신경 써 줬겠느냐”는 말이 나왔다.
전북 군산에선 비명계 신영대 의원이 친명계 김의겸 의원과 경선한다. 친이낙연계로 분류돼 온 서울 광진갑의 전혜숙 의원은 친명 인사인 이정헌 전 JTBC 앵커와 대결한다. 계파색이 옅은 비명계 김한정 의원은 경기 남양주을에서 친명계 김병주 의원과 경선을 치르게 됐다. 김한정 의원도 ‘하위 10%’ 통보를 받은 상태다. 친문계 대표 인사인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충북 청주상당에서 이강일 전 청주상당 지역위원장과 맞붙는다. 그에 반해, 친명계 안귀령 상근부대변인은 인재근 의원이 불출마하는 서울 도봉갑에 전략 공천을 받았다. 친명계 김민석, 박홍근, 박주민, 진성준, 천준호 의원 등은 단수 공천을 받았다.
김한정 의원은 이날 하위 평가 등 ‘불공천 논란’에 대해 KBS 라디오에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재판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라고 말했다. 체포동의안 가결로부터 비롯된 이 대표의 불안이 공천 파동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김 의원은 “이 대표가 좀 더 완벽한 방탄 정당에 대한 집착이 있는 것 아닌가 한다”며 “방탄은 국민이 하는 것이지, 호위무사 강경파 의원들이 하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비명계 한 인사는 “이 대표가 총선 승리를 그렇게 강조해왔지만 지금 보니 더 급했던 건 ‘사당화’ ‘방탄 정당 완성’이었다”며 “총선 승리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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