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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 칠 때 떠난다” 은퇴 시사한 ‘가황’ 나훈아

류지미 2024. 4. 28. 06:38

“박수 칠 때 떠난다” 은퇴 시사한 ‘가황’ 나훈아

“마이크 내려놓는 데 용기 필요”
4월부터 ‘마지막 공연’ 일정 발표

입력 2024.02.28. 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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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단독 콘서트 ‘12월에’를 개최하며 최근까지도 활발한 공연 활동을 이어왔던 가수 나훈아. 그는 27일 새 단독 공연 소식을 전하면서 ‘마지막 콘서트’란 표현을 썼다. /예아라 예소리

 

“마이크를 내려놓는다는 것이 이렇게 용기가 필요할 줄은 미처 생각지 못했습니다. ‘박수 칠 때 떠나라’는 쉽고 간단한 말의 깊은 진리의 뜻을 저는 따르고자 합니다.”

 

가수 나훈아(77)가 27일 데뷔 58년 만에 자신의 은퇴를 시사하는 편지를 공개했다. 이날 나훈아는 소속사 ‘예아라 예소리’를 통해 ‘고마웠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위와 같은 내용이 담긴 글을 공개했다. “한 발 또 한 발 걸어온 길이 반백년을 훌쩍 넘어 오늘까지 왔다”며 편지의 운을 뗀 나훈아는 “세월의 숫자만큼이나 가슴에 쌓인 많은 이야기들을 다 할 수 없기에 ‘고마웠습니다!’라는 마지막 인사말에 저의 진심과 사랑 그리고 감사함을 모두 담았다”는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나훈아는 이 편지에서 ‘은퇴’란 말을 직접적으로 쓰진 않았다. 하지만 대중 가수들에게 통상 ‘마이크를 내려놓는다’는 문구는 은퇴의 의미로 사용된다. 나훈아는 또한 이전 방송과 매체 인터뷰 등에서 은퇴를 거론할 때 유사한 표현을 써왔다. 그가 2020년 15년 만의 TV 출연으로 화제가 됐던 KBS2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방송 중 언급한 은퇴 표현이 대표적 예이다. 당시 나훈아는 “내려올 자리나 시간을 찾고 있다. 이제는 내려와야 할 시간이라 생각한다”며 “언제 마이크를 놔야 할지 찾고 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길지는 못 할 것 같다”고 했다.

27일 나훈아가 소속사를 통해 공개한 편지. /예아라 예소리

 

 

나훈아가 이 편지 말미에 쓴 ‘마지막 콘서트를 준비하면서’란 표현 역시 그가 올해 이후 더 이상 공연을 열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 뜻으로 읽힌다. 나훈아가 이날 편지와 함께 올해의 전국 투어 공연 일정을 ‘2024 고마웠습니다-라스트 콘서트’란 이름으로 공개했기 때문이다. 상반기 중 4월부터 7월까지 인천 송도를 시작으로 청주, 울산, 창원, 천안, 원주, 전주를 돌고, 하반기 일정은 추후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나훈아가 전국 투어 공연명에 ‘마지막’ 표현을 붙여 일정을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나훈아는 지난 연말에도 대구, 부산, 일산에서 단독 콘서트 ‘12월에’를 개최해 활발한 공연 활동을 이어왔다.

 

1966년 ‘천리길’로 데뷔한 나훈아는 ‘무시로’ ‘고향역’ ‘갈무리’ ‘잡초’ ‘영영’ 등 수많은 히트곡을 비롯해 2600여 곡을 발표했다. 자신의 곡은 물론 ‘여자이니까’(심수봉), ‘당신의 의미’(이자연), ‘땡벌’(강진) 등 다른 가수에게 준 곡까지 약 200여 곡을 직접 쓴 싱어송라이터다. 그가 2020년 아버지의 무덤가에서 영감을 얻어 발표한 ‘테스형’은 젊은 층 사이에서도 화제를 모으며 ‘세대를 아우르는 곡’과 ‘노인돌’(노인+아이돌)이란 호평을 얻었다.

 
 

언론과 대중 접촉을 극도로 꺼리는 신비주의를 고수하면서도 늘 한 번도 대중 눈 안을 벗어나지 않으며 여러 곡절을 겪은 인물이기도 했다. 1970년대에는 가수 남진과 라이벌 구도를 이루는 청춘스타로, 1980년대에는 여배우 김지미씨와의 결혼과 이혼 과정으로, 2000년대에는 여배우 스캔들과 각종 루머에 시달리다 ‘바지를 내려서라도 해명하겠다’며 연 파격적인 기자회견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이밖에 나훈아가 공식적으로 알려온 나이, 데뷔 시점(1947년생, 1966년) 또한 주변 동창생, 동료 가수들의 증언과 엇갈리면서 그의 속내와 개인사에 대한 궁금증을 키워왔다.

 

이런 나훈아의 연예 인생은 그가 데뷔 초부터 고수해 온 ‘스타론’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나훈아는 1998년 가수 인생 처음으로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설 때 본지 인터뷰에서 평소 매체에 드러내는 걸 피하는 이유로 “대중 스타는 꿈을 파는 사람이다. 미주알고주알 들춰 보이면 환상이 깨진다. 무대에서만 만나기에 공연에 관객이 더 몰린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제, 그 무대마저 마지막을 시사한 것이다.

 

‘라스트 콘서트’ 송도 공연 티켓 예매를 시작하는 3월 19일부터 수많은 경쟁자가 몰릴 전망이다. 대중음악 평단에서는 이번 나훈아의 발표가 ‘공연만의 은퇴’일지 ‘가수 활동 일체의 은퇴’일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임진모 평론가는 “나훈아는 최근까지 유튜브를 통해 곡 발표를 활발히 해온 사람이다. ‘마이크를 놓는다’는 표현이 작곡의 펜까지 놓는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