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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검사도 "면죄부" 반발하는데…검수완박 통과, 김오수 침묵 왜

류지미 2022. 5. 1. 19:04

평검사도 "면죄부" 반발하는데…검수완박 통과, 김오수 침묵 왜

  • 중앙일보
  • 정유진
  • 입력2022.05.01 15:45최종수정2022.05.01 17:56

 

김오수 검찰총장이 지난달 22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다 검수완박에 대한 취재진 질문을 받고 생각에 잠겼다. 연합뉴스



171석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2개 법안 가운데 하나인 검찰청법 개정안을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하자 대검찰청은 “70년 이상 축적된 국가 수사역량을 한순간에 없앴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그간 친정부 성향으로 꼽혔던 이정수 지검장이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도 “의회민주주의 역사상 큰 오점을 남길 것”이라며 비판했다.

다만 이런 상황에서도 검찰의 수장인 김오수 검찰총장은 지난달 22일 여야가 박병석 국회의장 중재안에 합의한 당일 사표를 내고 무기한 연가에 들어간 뒤 별도 입장 한 줄을 내지 않았다. 김오수 총장은 중앙일보가 법안통과에 대한 개별 입장을 묻는 데도 “대검과 같은 입장”이라고만 짧게 답했다. 김 총장은 중재안 합의 당일 “국회와 여론이 원치않는 권력 수사는 하지 않는 게 필요할지 모른다”고 발언해 검찰 안에서 ‘중재안 묵인설’ ‘여당 내통설’로 비판을 받고는 “중재안의 ‘중’자도 들은 바 없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검 평검사들 "부패 정치인과 공무원 선거개입 면죄부"



대검찰청은 입장문에서 "70년 이상 축적한 검찰의 국가 수사역량을 한순간에 없애고 국민의 생명·신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법안이 제대로 된 논의 한번 없이, 헌법과 국회법이 정한 핵심적인 절차가 무력화된 상태에서 통과됐다"고 비판했다.

대검은 "(검찰청법이 통과돼) 이제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 등 권력자들은 공직자 범죄나 선거 범죄로 검찰의 직접수사를 받지 않아도 되고, 국가안보 또는 국민의 안전에 직결되는 방위사업 범죄, 대형참사 범죄도 검찰이 수사할 수 없다"며 "수사검사와 기소검사를 분리함으로써 처음부터 수사를 개시해서 사건의 내용을 가장 잘 아는 검사는 기소할 수가 없게 됐다"고 했다.

그간 검찰이 수사하고 재판에 넘겼던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사건, 여성가족부의 여당 공약제공 사건은 물론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경찰 정보국 선거개입 사건 등 권력과 정부기관의 조직적인 선거 개입 범죄를 수사할 수 없게 된 것을 지적한 것이다.

이어 "대검은 이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대통령과 국회의장께서 이러한 위헌·위법적 내용 및 절차, 국민적 공감대 부재, 선거범죄 등 중대범죄에 대한 심각한 수사공백 등의 문제점에 대해 마지막까지 심사숙고해 합리적인 결정을 해주시기를 강력히 요청드린다"고 덧붙였다.

오는 3일 남은 형사소송법 본회의 표결과 국무회의 공포 의결만 남은 상황에서 박병석 국회의장과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최종 입법 중단 및 거부권 행사를 촉구한 것이다.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서울고검, 수원고검, 서울중앙지검 등에 대한 2021년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서울중앙지검도 같은 날 입장문을 내고 법안 통과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했다. 중앙지검은 "국회는 국민의 뜻을 저버리고 민주적 절차를 무시한 채, 70년간 이어온 형사사법의 한 축을 오늘 무너뜨렸다"며 “충분한 토론과 협의 없이 법률 개정을 강행한 것은 의회민주주의 역사상 큰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앙지검은 또 “국가의 범죄대처 역량은 유지돼야 하고, 국민의 인권은 철저히 보호돼야 한다”며 “이에 역행하는 위헌적 법률안이 공포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선거범죄를 전담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는 1일 부장을 포함한 검사 전원 명의로 성명을 내고 “국회에서 가결된 검찰청법 수정안은 선거범죄와 공직자범죄를 검사 수사대상에 제외해 부패한 정치인과 고위공무원의 선거개입에 면죄부를 주는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과연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인지, 그동안 정부가 일관되게 추진해 온 반부패정책에 부합하는 것인지 도저히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라고도 했다.

또 “곧 표결이 있을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경찰의 무혐의 결정에 대한 고발인의 이의신청을 배제해 고발인의 항고권과 재정신청권을 침해하고 시민 사회의 권력 감시 기능을 제약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선거범죄에 있어서 정당, 후보자뿐 아니라 헌법기관인 선관위의 고발권마저 형해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국검사장회의 대변인 역할을 해온 김후곤 대구지검장은 "적법절차와 절차민주주의를 전혀 지키지 않은 법안"이라며 "검경 수사권 조정을 시행한지 1년밖에 안됐는데 아무런 합리적인 이유없이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향후 선거범죄, 대형참사 등 발생시 엄청난 혼란이 예상되는데 그에 대한 법적·정치적·역사적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측은 앞서 입장 표명으로 대신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후보자는 지난달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되면 국민이 크게 고통받게 될 것이기 때문에 법안 처리 시도가 반드시 저지돼야 한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유진 기자 jung.y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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