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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우폴서 승전식 준비하는 러, 거리 시신 서둘러 청소중"

류지미 2022. 5. 6. 17:53

"마리우폴서 승전식 준비하는 러, 거리 시신 서둘러 청소중"

  • 중앙일보
  • 김서원
  • 입력2022.05.06 15:28최종수정2022.05.06 16:17

우크라이나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 우크라이군이 최후 항전을 벌이고 있는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5일(현지시간) 러시아군과의 교전으로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AP=연합뉴스]

 

나흘 앞으로 다가온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승전기념일(전승절)을 맞이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 장악을 전쟁의 최대 성과로 내세우려 한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민간인 대피를 미끼로 마리우폴에서 최후 항전 중인 우크라이나군의 항복을 명령하라고 우크라이나 정부를 압박했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군이 오는 9일까지 마리우폴 완전 장악에 성공해, 러시아의 승리를 과시하길 바란다고 분석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푸틴 대통령은 두 달 넘는 전쟁 동안 국내외로 과시할 수 있는 성과를 아무것도 갖지 못했다"면서 "러시아군의 맹공격으로 함락 직전인 마리우폴을 통해 선전 기반을 다지려 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마리우폴 곳곳에서는 러시아군이 전승절 행사를 준비하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가디언은 "러시아는 현지 주민들을 동원해 폭격 잔해를 치우고 애국 동상을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정보당국도 지난 4일 성명을 내고 "러시아가 전승절을 기념해 폐허가 된 마리우폴에서 열병식을 계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러시아가 마리우폴을 전승절 기념의 중심으로 삼을 계획을 세웠다"며 "이를 위해 도심 내 건물 잔해와 시신, 불발탄 등을 서둘러 청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러시아 국영 TV 프로그램 진행자인 블라디미르 솔로비요프가 최근 관리들과 함께 마리우폴을 방문한 것에 주목했다.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은 "이는 전승절에 마리우폴 장악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기 위해서"라고 분석했다. 가디언은 푸틴 대통령의 부비서실장 세르게이 키리옌코도 마리우폴 장악 준비의 일환으로 최근 이곳을 직접 방문했다고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5일 모스크바에서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러시아군은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최후 항전을 이어가는 우크라이나군을 상대로 공세를 퍼붓고 있다. 제철소에 있는 한 현지 경관은 WP에 "매우 중대한 상황"이라며, 제철소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 전부를 러시아군이 장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ISW에 따르면 제철소를 수비하는 우크라이나 아조우연대 측은 텔레그램을 통해 "러시아군이 5일 민간인 대피를 위한 일시 휴전 동안에도 제철소 포격을 지속했고, 일부 군사들은 제철소 안까지 들어왔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5일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와 전화 통화에서 "아조우스탈 제철소에 있는 민간인을 위한 대피 통로를 열어두고 있다"면서도 "이를 위해선 우크라이나 정부가 군인들에게 항복을 명령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철소 안에는 민간인 약 200명이 군인들과 함께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 자리에서 푸틴 대통령은 베네트 총리에게 최근 러시아 외무장관의 "아돌프 히틀러도 유대인 혈통"이란 발언에 직접 사과했다. 베네트 총리는 "사과를 받아들였다"며 홀로코스트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혀줘 고맙다고 전했다. 다만 크렘린궁은 이날 통화에서 이처럼 사과한 사실을 공개적으로 발표하지 않았다.

앞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탈리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유대인인데, 우크라이나의 탈나치화가 군사작전의 명분이 될 수 있나'라는 질문에 "히틀러도 유대인 혈통"이라고 답하며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가디언은 "이 발언은 대러시아 경제 제재에 아직 동참하지 않고, 우크라이나에 군사 원조도 하지 않은 이스라엘과의 외교 갈등을 촉발시켰다"고 보도했다.

김서원 기자 kim.seo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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