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무를 중단합니다. 이 결정은 오늘 정오부터 발효합니다"
드골은 국민투표에서 패하자 두 문장짜리 퇴임사를 남기고 낙향했습니다. 두문불출 서재에 파묻혀 회고록을 썼지요.
1년 뒤 서재 의자에 기댄 채 숨을 거둬 마을 공동묘지에 묻혔습니다.
트루먼은 후임 아이젠하워의 취임식 이튿날, 고향 가는 열차표를 쥐고 나섰습니다. 소박한 '트루먼의 오두막'에서 20년을 살다 갔지요.
노쇠한 그가 동네 병원에 입원했을 때 일입니다. 병원 측이 병실에 에어컨을 달아주려고 하자 그가 거절했습니다. "나만 특별 대우를 받을 순 없다"고…
후버와 카터는 재임 땐 무능했지만 귀향한 뒤 봉사활동으로 명망을 높였습니다.
재선 도전을 포기하고 낙향한 존슨은 분을 삭이지 못하다 심장마비로 숨졌습니다. 대다수 미국 대통령들은 후임에게 백악관뿐 아니라 워싱턴을 비워줬습니다.
정계에서 얼씬대지 않고 확실히 떠나줬지요. 초대 워싱턴 이래 전통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를 나섰습니다. 대한민국 헌정사의 또 하나 격랑 속에서 입성한 지 5년 만입니다.
그 사이 84퍼센트로 정점을 찍었던 지지율은 41.4퍼센트로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그런데 이 수치가 대선 득표율 41.1퍼센트와 거의 일치하는 건 공교롭습니다.
퇴임 대통령으로선 이례적으로 높은 지지율이라고 여권은 강조합니다만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결국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라는 다짐을 지키지 못하고 40퍼센트,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며 정치를 해온 덕분이라고. 더 정직하게 표현하면 지지층에게 욕먹을 일은 일절 하지 않고, 철저한 갈라치기 정치를 해 온 성적표는 아닐런지요?
"그분(윤석열 당선인)을 우리 편으로, 어쨌든 잘했어야 됐었나 모르겠습니다"
그 문재인 시대를 결산하는 키워드로 저는 이 셋을 꼽겠습니다. 야박하지만 다시 한번 입에 담는건 스스로가 전혀 인정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편 가르기, 내로남불, 유체이탈… 그런 문 대통령이 어떤 정부 이양기에서도 볼 수 없었던, 날 선 비난을 새 대통령에게 쏟아내고 떠납니다.
'방탄'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법도 스스로 공포했습니다.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뒤로 한 채 이제는 "잊혀지고 싶다"고 했습니다.
스웨덴 의회에서 낭송했던, 시 같은 삶을 그리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황톳빛 노을 물든 석양,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함을 가진 신사가, 자전거 꽁무니에 막걸리 병을 싣고, 삼십리 시골길 시인의 집을 놀러가더라"
누군가는 말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권력 의지가 있어서가 아니라 어쩔수 없이 정치권으로 불려나온 사람이라고. 그래서 어쩌면 권력의 정점에서 보낸 지난 5년이 과거 어느 대통령보다 불편했을 수도 있겠구나 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그 모든 평가는 역사와 국민의 몫으로 남기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이 눈부신 봄날, 따듯한 남쪽 나라로 돌아가는 퇴임 대통령의 앞 날에 평화를 기원합니다.
5월 9일 앵커의 시선은 '잊혀지고 싶다' 였습니다.
[Ch.19] 사실을 보고 진실을 말합니다.
드골은 국민투표에서 패하자 두 문장짜리 퇴임사를 남기고 낙향했습니다. 두문불출 서재에 파묻혀 회고록을 썼지요.
1년 뒤 서재 의자에 기댄 채 숨을 거둬 마을 공동묘지에 묻혔습니다.
트루먼은 후임 아이젠하워의 취임식 이튿날, 고향 가는 열차표를 쥐고 나섰습니다. 소박한 '트루먼의 오두막'에서 20년을 살다 갔지요.
노쇠한 그가 동네 병원에 입원했을 때 일입니다. 병원 측이 병실에 에어컨을 달아주려고 하자 그가 거절했습니다. "나만 특별 대우를 받을 순 없다"고…
후버와 카터는 재임 땐 무능했지만 귀향한 뒤 봉사활동으로 명망을 높였습니다.
재선 도전을 포기하고 낙향한 존슨은 분을 삭이지 못하다 심장마비로 숨졌습니다. 대다수 미국 대통령들은 후임에게 백악관뿐 아니라 워싱턴을 비워줬습니다.
정계에서 얼씬대지 않고 확실히 떠나줬지요. 초대 워싱턴 이래 전통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를 나섰습니다. 대한민국 헌정사의 또 하나 격랑 속에서 입성한 지 5년 만입니다.
그 사이 84퍼센트로 정점을 찍었던 지지율은 41.4퍼센트로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그런데 이 수치가 대선 득표율 41.1퍼센트와 거의 일치하는 건 공교롭습니다.
퇴임 대통령으로선 이례적으로 높은 지지율이라고 여권은 강조합니다만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결국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라는 다짐을 지키지 못하고 40퍼센트,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며 정치를 해온 덕분이라고. 더 정직하게 표현하면 지지층에게 욕먹을 일은 일절 하지 않고, 철저한 갈라치기 정치를 해 온 성적표는 아닐런지요?
"그분(윤석열 당선인)을 우리 편으로, 어쨌든 잘했어야 됐었나 모르겠습니다"
그 문재인 시대를 결산하는 키워드로 저는 이 셋을 꼽겠습니다. 야박하지만 다시 한번 입에 담는건 스스로가 전혀 인정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편 가르기, 내로남불, 유체이탈… 그런 문 대통령이 어떤 정부 이양기에서도 볼 수 없었던, 날 선 비난을 새 대통령에게 쏟아내고 떠납니다.
'방탄'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법도 스스로 공포했습니다.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뒤로 한 채 이제는 "잊혀지고 싶다"고 했습니다.
스웨덴 의회에서 낭송했던, 시 같은 삶을 그리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황톳빛 노을 물든 석양,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함을 가진 신사가, 자전거 꽁무니에 막걸리 병을 싣고, 삼십리 시골길 시인의 집을 놀러가더라"
누군가는 말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권력 의지가 있어서가 아니라 어쩔수 없이 정치권으로 불려나온 사람이라고. 그래서 어쩌면 권력의 정점에서 보낸 지난 5년이 과거 어느 대통령보다 불편했을 수도 있겠구나 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그 모든 평가는 역사와 국민의 몫으로 남기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이 눈부신 봄날, 따듯한 남쪽 나라로 돌아가는 퇴임 대통령의 앞 날에 평화를 기원합니다.
5월 9일 앵커의 시선은 '잊혀지고 싶다' 였습니다.
[Ch.19] 사실을 보고 진실을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