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국가방역체계를 ‘최대비상방역체계’로 이행하고 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국내 코로나19 누적 치명률은 0.13%다. 코로나 사태 초기엔 1%를 웃돌기도 했으나 오미크론 변이 유행 이후 독감의 치명률(0.05~0.1%)보다 조금 높은 수준까지 떨어진 상태다. 오미크론 변이의 독성이 이전 우세종이었던 델타 변이에 비해 낮기도 하지만, 전 국민 대상 예방 접종이 이뤄져 많은 인구가 면역력을 얻게 되면서 치명률이 크게 낮아졌다. 15일 0시 기준 국내 인구 대비 2차 접종률은 86.8%, 3차 접종률은 64.7%다.
하지만 북한의 상황은 다르다. 북한의 백신 접종률은 ‘0%’다. 아프리카의 에리트레아와 함께 지구촌에서 둘 밖에 남지 않은 백신 미접종국이다. 북한은 앞서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국제 백신 공유 프로젝트)에서 제안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지원도 거절한 바 있다. 북한은 최근까지도 ‘코로나 청정지대’를 표방해 왔던 만큼 자연 감염을 통해 면역력을 획득한 사람도 거의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 주민들은 전파력이 빠른 오미크론 변이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다는 뜻이다.
북한 노동신문은 14일 코로나19 치료법을 소개하며 “증상이 가벼운 환자에는 고려 치료(한의학) 방법을 도입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경증 환자에게 우황청심환을 복용하라거나, ‘버드나무 잎을 더운 물에 우려먹으라’는 조언까지 등장했다. 북한의 열악한 의료 상황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김 교수는 “코로나 사태 초기 중국 우한과 같이 치명률이 3~5%에 이를 것”이라며 “길거리에서 폐렴으로 쓰러지는 사람이 나오고, 2, 3주 후엔 사망자도 폭증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북한의 코로나19 대유행이 북한 내부적 문제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북한에서 새로운 변이가 등장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지난 3월 발간한 ‘북한의 코로나19 봉쇄: 현재상황과 앞으로의 길’ 보고서에서 “북한의 낮은 백신 접근성과 면역 불확실성 탓에 새 변이의 진앙이 될 수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15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 내에서 13일 저녁부터 14일 오후 6시까지 전국에 29만6180명의 유열자(발열자)가 새로 발생했고, 지금까지 누적 사망자는 42명으로 늘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