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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일 만에 끝난 ‘피의 항전’… 마리우폴 결국 러시아 손에

류지미 2022. 5. 17. 22:28

82일 만에 끝난 ‘피의 항전’… 마리우폴 결국 러시아 손에

  • 한국일보
  • 입력2022.05.17 18:56최종수정2022.05.17 19:10

우크라 "마리우폴 전투 임무 완료" 패배 선언
아조우스탈 제철소 저항군 구출 작전도 개시
러시아, 본토와 우크라 동남부 연결 육로 완성
"가장 길고 피비린내 나는 전투 종식 의미" 평가
우크라, 마리우폴 덕분에 전력 보강 시간 벌어

 

우크라이나 동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 내 최후 항전지인 아조우스탈 제철소에 고립돼 있던 우크라이나군 부상병들이 러시아군 버스를 통해 인근 도시로 이송되고 있다. 마리우폴=로이터 연합뉴스

 

최후의 전사들은 처절하게 싸웠고, 굳건히 버텼고, 장렬히 산화했다.

우크라이나가 최대 격전지이자 ‘저항의 상징’인 동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 ‘군사 작전 종료’를 선언했다. 총을 내려놓고 도시 통제권을 러시아에 넘긴다는 의미다. 마리우폴은 분루를 삼키며 항전을 포기했다. 개전(開戰) 82일 만이다. 마리우폴 함락은 굴욕적인 후퇴만 거듭했던 러시아가 처음으로 거둔 군사적 성취다.

 

16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과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는 이날 늦은 밤 발표한 성명에서 “마리우폴 수비대가 전투 임무를 완료했다”며 “아조우스탈 제철소에 주둔 중인 부대 지휘관들에게 병사들의 생명을 구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패배를 인정하는 ‘승복 선언’이다. 이어 “마리우폴 수비대는 우리 시대 영웅”이라며 “그들은 영원히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칭송했다. 아조우연대, 국가방위군 제12여단, 제36해병여단, 국경수비대, 경찰, 의용군, 영토방위군을 특별히 언급하기도 했다.

아조우스탈에 고립된 채 항전해 온 군인들도 빠져나오고 있다. 중상자 53명이 치료를 위해 도네츠크주(州) 노보아조우스크로 옮겨졌고, 병사 211명은 인도주의 대피로를 통해 올레니프카로 이송됐다. 두 지역은 친러시아 반군 점령지다. 한나 말리아르 우크라이나 국방차관은 “병사들을 귀환시키기 위한 교환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조우스탈에 남아 있던 인원은 600~2,000명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리의 원칙은 영웅들을 살려야 한다는 것”이라며 “구출 작업은 계속 진행된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동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 우크라이나군 병사들을 실은 버스가 이동하고 있다. 마리우폴=로이터 연합뉴스

 

2월 24일 개전 직후 러시아군에 봉쇄돼 집중 공격을 당했던 마리우폴은 완전히 러시아 수중에 떨어졌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달 21일 러시아가 점령 선언을 한 이후에도 대피하지 않고 끝까지 싸웠으나, 두 달 넘게 포위된 채 무기와 식량이 끊기면서 더는 버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전쟁 이전 44만 명이 살고 있던 대도시 마리우폴은 건물 90%가 파괴되고 거리에 시신이 나뒹구는 ‘폐허’로 변했다. 가디언은 “마리우폴 철군은 이번 전쟁에서 가장 길고 피비린내 나는 전투가 종식됐다는 뜻”이라며 “우크라이나에는 중대한 패배”라고 짚었다.

이미 수도 키이우를 포기한 러시아에 마리우폴은 도시 규모 및 상징성 면에서 대내외적으로 과시할 거의 유일한 전과다. 아조우연대를 생포하거나 전멸시킬 경우 우크라이나 침공 명분인 “탈나치화” 달성을 주장할 근거도 확보된다. 지정학적 의미는 더 막중하다. 러시아는 마리우폴을 장악하면서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 점령지, 2014년 병합한 크림반도를 러시아 본토로 연결하는 육로 회랑을 완성하게 됐다. 우크라이나 최대 물동항인 서남부 오데사와 몰도바 진격을 위한 발판도 마련했다. 사기가 꺾인 러시아군에는 반전을 모색할 만한 확실한 동기부여 요인이다.

 

지난 3일 우크라이나 동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의 아조우스탈 제철소 위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마리우폴=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도 마리우폴 덕분에 지금껏 살아남았다. 마리우폴 수비대가 러시아군 주력 부대를 붙잡아 두는 동안 우크라이나군은 북부, 동부, 남부 전선에서 방어선을 구축할 수 있었다. 서방 무기도 충분히 확보했다. 우크라이나 총참모부는 “마리우폴 수비대는 우리에게 예비군 편성, 병력 재편, 동맹 지원 등에 필요한 시간을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마리우폴 수비대가 국가를 수호했듯 우리도 모든 전선에서 그들을 위해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비록 마리우폴을 내줬으나 우크라이나군은 북동부 요충지인 제2도시 하르키우에서 러시아군을 국경 밖까지 몰아냈다. 돈바스와 맞닿은 하르키우주 남쪽 도시 이지움과 크림반도 북쪽 항구도시 헤르손 탈환도 시도하고 있다.

다만 전면적인 공세 전환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군사력을 분산시키기 위해 주요 거점에 동시다발적 공격을 감행하는 탓이다. 17일 새벽에는 서부 중심지 르비우 인근 지역에 미사일을 발사, 폴란드 국경과 불과 20㎞ 떨어진 야보리우 철도 노선을 파괴했다. 키이우에서 북쪽으로 70㎞가량 떨어진 데스나에도 미사일이 떨어져 사상자가 발생했고, 북동부 접경 도시 수미에선 러시아군이 국경을 넘어와 공격했다. 영국 국방부는 이날 보고서에서 “러시아군이 돈바스 진격 추진력을 되찾기 위해 향후 몇 주간 대규모 포격에 크게 의존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300 영웅' vs '인간 탈 쓴 늑대"…아조우스탈 전사들 운명은? / 연합뉴스 (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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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18, 2022

https://www.youtube.com/watch?v=RUrSrQKA5v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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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 영웅' vs '인간 탈 쓴 늑대"…아조우스탈 전사들 운명은?

(서울=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남부도시 마리우폴을 내어주지 않으려고 끈질기게 항전해 온 260명 이상의 우크라이나군 병력이 17일(현지시간) 최후의 보루로 삼았던 아조우스탈 제철소의 지하터널에서 나와 사실상 러시아에 투항했습니다.

중상자 50여 명을 포함해 265명 안팎의 '아조우스탈 전사들'은 러시아 측이 통제하는 지역의 의료시설 등으로 이송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향후 이들의 운명은 현재로서는 전혀 예상할 수 없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까지 나서 이들을 '영웅'으로 부르며 아직도 아조우스탈에 남아 있을 잔존 병력과 함께 어떻게든 구해내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러나 러시아 측에서 이에 호응할 것이라는 조짐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AP 통신에 따르면 뱌체슬라프 볼로딘 러시아 하원의장은 아조우스탈 수비군 가운데 '전쟁범죄자'가 있다면서 이들은 포로 교환이 아니라 재판 대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휴전 협상에 러시아 측 대표단의 일원으로 참여했던 레오니드 슬루츠키 의원은 아조우 연대 대원들을 "인간의 탈을 쓴 짐승들"이라고 지칭하면서 러시아의 사형 집행 유보 방침을 이들에 대해서만큼은 적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일부 러시아 관리들이 포로로 붙잡힌 아조우스탈 수비군은 재판을 받을 수 있으며 심지어 사형에 처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고 전했습니다.

영상으로 보시죠.

[제작 : 진혜숙·정다운]
[영상 : 로이터·AZOV media 유튜브·젤렌스키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