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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차이코프스키, 톨스토이”…우크라 거리서 사라지는 러 예술가 이름

류지미 2022. 6. 8. 01:23

“굿바이 차이코프스키, 톨스토이”…우크라 거리서 사라지는 러 예술가 이름

입력 2022-06-07 22:43업데이트 2022-06-07 22:48
 

 

러시아 침공 후 ‘러 잔재 청산’ 운동 한창
곳곳 도로-역 이름서 러 흔적 지우기
침공 조력자 노릇한 벨라루스 수도 이름 딴 키이우 ‘민스크’역,
많은 지원한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로 교체 논의
 
 
뉴시스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러시아 식민지 잔재를 청산하려는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러시아 왕조, 소비에트 연방 시절 역사를 떠올리게 하는 도로와 지하철역 이름을 바꾸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7일(현지 시간) 전했다.

서부 리비우에서 1000개 넘는 관련 도로명의 수정 작업을 이끌고 있는 안드레이 모스카렌코 리비우 부시장은 “나라를 위해 싸우고 있는 우리는 문화적 전선도 지키려한다”며 “살육자(러시아)들과 어떠한 공통점도 남겨두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모스카렌코 키이우 부시장은 “도로명을 바꾼다고 해서 ‘이 사람이 대단한 걸 만들지 않았다거나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다만 이들의 작품이 식민화의 도구로 사용됐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에서 이러한 노력이 일고 있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이미 소비에트 연방 몰락 이후에도 많은 동유럽 국가에서 전체주의 정권 시절 붙여진 거리명과 세워진 기념비를 없애는 열풍이 인 바 있다. 다만 과거에는 ’상징적‘이었던 작업이 이제 러시아의 침공으로 더욱 대대적인 ’식민지 청산‘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NYT는 설명했다.

북서부 도시 루츠크 역시 도시 전역 100여개의 도로명을 수정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또 대부분의 주민이 러시아어를 쓰는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에서는 1794년 러시아제국 시절 도시를 세운 캐서린 대제의 기념비를 제거할 지를 두고 지역 정치인들이 논박을 벌이고 있다.

수도 키이우 시의회 역시 ’레오 톨스토이‘ 지하철역의 이름을 우크라이나 시인이자 반체제인사 ’바실 스투스‘의 이름을 따는 것으로 바꾸는 것을 고려 중이다.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찬성한 벨라루스의 수도명을 딴 ’민스크‘ 역의 이름도 전쟁 기간 우크라이나를 전폭 지원한 폴란드를 기념하며 폴란드 수도명을 따 ’바르샤바‘ 역으로 바꾸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NYT는 부계가 우크라이나계인 작곡가 표트르 차이코프스키의 처분을 두고는 논란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음악학자들은 차이코프스키의 작업물이 우크라이나 민속음악의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역사학자들은 최근 이러한 움직임을 우크라이나의 잃어버린 역사에 기여한 우크라이나인들을 조명하는 기회로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비우 이반 프랭코 대학 역사학자 바실 크멧은 소비에트 시절 우크라이나의 역사와 서적을 몰래 지킨 사서 페디르 막시멘코처럼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인물들을 러시아인들을 대체할 이름으로 추천했다. 크멧은 “나를 비롯해 우크라이나의 문화는 그에게 많은 것을 빚졌다. 그가 지킨 것을 보존하기 위해 우리는 매우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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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ute7190
    2022-06-07 23:43:36
    '침공이 터지자 러시아의 모든 것, RU와 연관된 모든 게 영영 싫어졌다, 뚜르게네프, 톨스토이, 차이코프스키, 푸쉬킨, 러시아 영화 감독, Rugner ...; 고르바초프와 라이사, 미국으로 망명한 무용가, 벨기에로 망명한 과학자, 그런 애국자들은 극히 예외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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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ute7190
    2022-06-07 23:31:54
    체코에서도 전쟁이 끝나고 국민들 증오감이 폭발해 나찌 독일군 길거리에서 패죽이는 사태가 퍼졌듯이 그런 폭력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도록 먼저 정부가 국민들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전환시키도록 해서 결속력을 다지도록 하는 것은 무척 바람직한 조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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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ute7190
    2022-06-07 23:53:51
    지금은 러시아군이 한 명 죽을 때마다 술판이 벌어지는 그런 분위기지만 러시아가 디폴트를 겪고 전쟁이 끝나고 다시 사람들이 평정을 찾으면 그 때 가서 러시아에 대한 분노를 어떻게 거둘까, 짐승들에 대한 분노가 아까와 어떻게 커다란 벽을 세울까, 다시 생각해도 늦지 않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