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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명 숨진 '피의 수요일' 이후… 미얀마인들은...

류지미 2022. 7. 24.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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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명 숨진 '피의 수요일' 이후… 미얀마인들은 다시 거리로 나섰다

입력 2021.03.05 01:09

 

미얀마 만달레이의 시민들이 4일 군부 쿠데타 규탄 시위를 벌이다 군경의 총격에 머리를 맞고 숨진 19세 여성 차이신의 장례 행렬에 모여들고있다. 만달레이=AFP 연합뉴스

 

“언제든 총에 맞아 죽을 수 있다는 걸 압니다. 하지만 군부 정권 아래서 살아남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미얀마 민주화 활동가 마웅 사웅카는 4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이렇게 말하며 투쟁 의지를 다지고 또 다졌다. 절박하고 결연했다. 전날 군경의 무력 진압으로 반(反)쿠데타 시위대 38명이 숨진 최악의 유혈 사태가 벌어졌지만, 그는 또 다시 거리에 섰다. 죽음의 공포도 민주화 열망을 가로막을 순 없었다.

 

외신에 따르면 이날도 최대 도시 양곤 곳곳에서 시민 수백명이 모여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나무와 쓰레기 봉지 등으로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최루탄이 터졌을 때 얼굴 등을 씻을 수 있도록 물이 담긴 비닐봉지를 바닥 곳곳에 놓아두기도 했다. 경찰은 시위를 해산시키기 위해 또 다시 총격을 가하고 최루탄을 쐈다.

 

 

제2의 도시 만달레이에선 전날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진 19세 여성 차이신의 장례식이 열렸다. 시민 수백명이 참석해 고인을 애도했다. 시위대는 저항의 의미로 세 손가락을 치켜든 채 비통한 심정으로 거리를 행진했다. 차이신이 사망 당시 입고 있던 검은색 티셔츠에 적힌 ‘Everything will be OK’(다 잘 될 거야)라는 문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퍼져 나가며 민주주의를 향한 외침으로 다시 태어났다.

 

불교성지 버간에서도 시위대 수백명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사진과 “우리 지도자를 석방하라”를 문구가 적힌 깃발을 들고 거리를 메웠다.

 

이날 유엔에 따르면 미얀마에서 지난달 1일 쿠데타가 발생한 이후 최소 54명이 숨지고 1,700명 이상이 구금됐다.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성명을 통해 “군경이 전국의 평화적 시위대에 실탄을 발포하는 것은 완전히 혐오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하며 “미얀마 군부는 살인과 구금을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최근 미얀마 경찰 최소 19명이 시위대를 진압하라는 미얀마 군부의 명령을 피해 이웃 국가 인도로 피신했다. 군사 쿠데타 이후 시민 불복종 운동에 참여하거나 군부에 항의하다 체포된 경찰은 있었지만 명령에 불복종한 뒤 자국을 탈출한 사례는 처음이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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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미얀마서 하루 동안 시위대 38명 사망"

입력 2021.03.04 06:52 수정 2021.03.04 09:43

 

미얀마 제2의 도시 만달레이에서 3일(현지시간) 군부 쿠데타 규탄 시위대가 진압 경찰이 쏘는 총알을 피해 땅에 엎드려 있다. 만달레이 로이터=연합뉴스

 

반(反) 군부 쿠데타 시위가 한 달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미얀마에서 3일(현지시간) 군경의 유혈진압으로 38명의 시위대가 목숨을 잃었다고 유엔이 확인했다. 지난달 28일 18명 이상이 숨진 '피의 일요일' 이후 사흘 만에 또다시 최악의 유혈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미얀마 군경은 이날 양곤과 만달레이, 밍옌, 모니와 등에서 시위대를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사망자들 가운데 최소한 2명은 10대 미성년자인 것으로 추정된다.

 

AFP 통신에 따르면 유엔의 크리스틴 슈래너 버기너 미얀마 특사는 기자회견에서 "오늘은 2월 1일 쿠데타 발생 이후 가장 많은 피를 흘린 날"이라며 38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버기너 특사는 "미얀마에서 진짜 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교황 "미얀마 국민의 염원이 폭력으로 꺾일 수 없어"

프란치스코 교황이 3일(현지시간) 바티칸시티의 사도궁에서 수요 '일반 알현'을 주례하고 있다. 교황은 미얀마의 유혈 사태에 깊은 우려를 표명하며 시위대를 강경 진압하는 군부를 규탄했다. 바티칸시티 로이터=연합뉴스

 

앞서 하루 전인 2일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ASEAN) 외교장관들은 미얀마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했다. 하지만 미얀마 군부는 이를 무시하고 이날도 시위대를 향해 무차별 총격을 서슴지 않았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이날 밤 미얀마 사태를 언급하며 "억압보다 대화, 불화보다 화합이 먼저다. 미얀마 국민의 염원이 폭력으로 꺾일 수 없다"며 깊은 유감을 표시했다.

"軍, 기관총까지 난사"... 시민 피로 물든 미얀마 '검은 수요일'

3일 미얀마 군과 경찰의 실탄 사격에 놀란 만달레이 시민들이 바닥에 엎드려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만달레이=로이터 연합뉴스

 

'검은 수요일'

미얀마 시민들은 3월 3일을 이렇게 명명했다. 하루새 18명의 시민들의 목숨을 앗아간 '피의 일요일'이 채 3일도 지나지 않은 이날, 군의 실탄 사격에 최소 같은 수의 시민들이 목숨을 거뒀기 때문이다. 심지어 미얀마 최대도시 양곤에선 소총이 아닌 기관총 난사 목격담까지 이어졌다. 중상자들의 치료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 검은 수요일은 미얀마 현대사에서 피의 일요일보다 더 비극적인 날로 기록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