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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목서 (金木犀)

류지미 2022. 7. 24. 21:44

[이종근의 마음산책] 금목서    

새 전북신문

기사 작성: 이종근 기자 - 2013.10.09 15:40

 

 

금목서가 꽃을 피우는 10월입니다. 천리향은 봄에 꽃이 피지만 금목서는 가을에 꽃이 핍니다. 금목서를 천리향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향기가 멀리 퍼지기 때문입니다.

한자로 목서(木犀)로 표기하며 수피의 색깔이 코뿔소의 가죽을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그동안 있는 듯 없는 듯 숨죽이고 있던 금목서(金木犀)가 금처럼 반짠반짝 강력하고도 본격적인 도발을 개시했습니다.

오늘, 전주우진문화공간 건물 뒤를 서성이는데, 코끝에 와 닫는 향기 가득한 밤바람이 정신을 아찔하게 했습니다. 아~! 벌써? 금목서가 피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습니다.

 

금목서는 능소화처럼 옛부터 사랑채 앞에 심는 선비의 꽃입니다. 옛 선비들은 목서꽃(桂花)이 피면 혼자 즐기지 못했습니다. 꽃 그늘 아래 좋은 술자리를 마련하고 벗을 불렀지요. 중국에서는 신부가 말린꽃을 비단 주머니에 넣어 잠옷속에 고이 간직합니다. 목서향은 최음효과가 그만이라니 사모하는 사람에게 사랑을 호소하기에 이만한 나무가 또 어디 있겠는지요? 어떤 이는 금목서의 향기가 샤넬 ALLURE(5번 향수)에 가깝다고 한다고 말하지만, 그 방면에 완벽하게 문외한인 처지로는 뭐라고 더 보탤 말이 없습니다.

푸른잎 사이로 누릇누릇 보이는 것이 모두 꽃송이 입니다. 자세히 들여다 보니 작은 꽃송이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습니다. 금목서의 향기는 멀리 가지만 꽃은 아주 작아서 눈 여겨 보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습니니다. 금목서의 꽃은 손톱보다 작은 진주 목거리에 진주만하군요. 이런 작은 꽃들이 나무마다 빼곡히 들어차 있는데 나뭇가지에 진주를 달아놓은 것 같습니다.,

향기는 더욱 달콤합니다. 아마 꽃이 작으니 벌과 나비가 찾지 못 할 가봐서 진한 향기를 풍기는 모양입니다. 꽃이 피기 시작하면 그 주변은 달콤한 향기로 가득 차서 애써 우울한 인상을 짓던 사람도 그 달콤한 향기에 미소를 지을 수 밖에 없습니다. 눈으로 보이는 꽃이 아닌 향기로 느끼려고 할 때 꽃의 깊이를 알 수 있는 것은 아닐런지요. 보이는 것은 그저 초라한 작은 꽃이지만 그 향기는 백합보다 진하며 향기는 장미보다 멀리 퍼집니다. 어떤 향수가 이 보다 더 향기로울까요?

 

참으로 마음을 참 편하게 해주는 향기입니다. 하지만 다른 꽃처럼 스스로를 드러내는 법이 없고, 세상을 향해 활개를 펴고 거드름을 피우지 않습니다. 언제나 다소곳하게 몸 낮추어 겸손합니다. 이런 소박하고 작은 꽃이 향기마저 없다면 어떤 대접을 받을까요.

그래도 오늘날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제대로 돌아가려면 이 금목서와 같은 사람들이 많아야 한다는 것은 쯤은 익히 알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특유의 향기를 발산하는 그들이야 말로 이 사회를 지탱하는 버팀목이 아니겠는지요? 금목서의 작은 꽃을 보고 있으며 크고 거창한 것 속도와 규모만을 외치지만 향기가 없는 사람들이 떠오릅니다. 겉은 멀쩡하지만 인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도 그렇고, 돈은 많지만 쓸 줄을 모르는 사람도 그렇습니다. 권력을 가졌지만 권력에서 향기가 아닌, 악취만 나는 정권이 그렇고 경제규모를 떠들지만 빈부 격차가 날로 커져가고 비정규직만 늘어나는 우리 경제가 그렇습니다. 모두 겉만 그렇듯 하고 향기가 없는 것들이 아닐런지요?

작지만 멀리 가는 향기를 가진 금목서의 향을 닮아 보면 어떨까요? 이제 피기 시작하는 금목서 꽃 향기는 아름답고 넉넉한 가을향기입니다. 늦가을 바람은 상쾌하고 이 꽃향기 또한 머리를 맑게 합니다. 싸늘한 달빛이 있어 꽃 빛은 더욱 맑고 신비스럽게 보입니다. 겸손, 겸손 진실, 진실한 사랑, 첫사랑, 도취란 꽃말처럼 이 가을엔 모든 분들 가정에 이 향기처럼 아름답고 달콤한 일들이 가득했으면 참 좋겠습니다. 더 나아가 우리 사회도 작지만 향기로운 꽃향 가득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모름지기 작은 것은 아름답고, 향기는 멀리 가는 것이 좋습니다. 금목서같은 당신의 아름다운 향기는 우리네 몸과 마음을 치료하는 만큼 만고불변의 진리입니다. /문화교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