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iting Articles

청년도 정치도 없고 말만 남았다... 2022 청년정치가 놓친 것들

류지미 2022. 8. 21. 07:28

청년도 정치도 없고 말만 남았다... 2022 청년정치가 놓친 것들

[주간조선]

김효정 기자
입력 2022.08.21 05:40
 
 
 
                                            지난 8월 13일 기자회견을 가진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photo 뉴시스

37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당이 비상대책위원회로 지도체제를 전환하면서 지난 8월 16일 자동 해임됐다. 26살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6월 2일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했다. 헌정 사상 최초의 풍경을 만들어냈던 청년들이 불명예 퇴진을 한 셈이다. 이를 두고 ‘청년 정치의 실패’라거나 ‘청년 정치인이 기성 정치에 토사구팽 당한 격’이라는 등의 해설이 쏟아졌다. 실제로 청년 정치인은 20대 대선과 6·1 지방선거를 전후해서 반짝 눈에 띄었다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20대 대선에서 패배한 민주당이 3월 꾸린 비상대책위원회의 비대위원 중 네 명이 2030 청년이었다. 8월 28일 있을 민주당 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던진 청년 정치인만 6명이었다. 그러나 비대위는 세 달도 채우지 못하고 해체됐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치러진 예비경선에서 청년 정치인은 모두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청년 정치인의 ‘좌절’을 안타까워하는 분위기는 적어도 기성 정치권에서는 잘 찾아보기 힘들다. 청년 정치인들에 대한 동정론은 주로 청년들이 이용하는 커뮤니티 등을 통해서만 제기되고 있다. 기성 정치인들은 오히려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이 “정치를 잘못 배웠다”(김민석 민주당 의원), 이준석 전 대표가 “어젠다를 발굴하고 공론화하는 능력을 못 보여줬다”(김형오 전 국회의장)는 비판을 제기했다. 이준석 전 대표가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중징계를 받고 해임되는 과정에서 반발하는 모습을 두고도 “사사건건 극언으로 대응한 것은 크나큰 잘못”(홍준표 대구시장)이라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비판의 틀은 확장됐다. 청년 정치인이 실패한 것처럼 보이는 최근 상황의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를 두고 생기는 논쟁이다. 민주당의 한 청년 당직자는 “여전히 (정치권에) 청년 정치인을 배척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며 패인을 분석했지만, 반대편에서는 청년 정치인에게도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그간 한국 사회는 청년 정치가 필요하다, 청년 정치인이 부족하다는 공감대를 확장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 정치인은 대개 존중되어야 하는 존재이고 잘 키워야 하는 인재로 여겨졌다. 각 정당의 ‘인재 발탁’은 청년층에 집중되어 있고, 인적 쇄신은 청년을 기용하며 시작되는 경우가 많았다.

 

“청년 정치인들은 정치 아닌 말을 한다”

 

그런데 청년 정치는 별달리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은 주간조선에 “청년 정치인이 ‘정치’를 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치란 국민의 삶에 밀착해 이야기를 듣고 행하는 것인데 청년 정치인은 정치 대신 ‘말’만 한다”는 것이 나 전 의원의 말이다. 나 전 의원은 이런 청년 정치인을 ‘말꾼’이라고 불렀다.

 

이런 지적은 같은 정치 신인이라고 볼 수 있는 초선의원한테서도 나온다. 한 국민의힘 초선의원은 “정치가 자기 어필(appeal)이라고 생각하는 청년 정치인이 많다”며 “언론 인터뷰는 열심히 하고 소셜미디어 활동은 활발히 하면서 정치 활동은 거의 안 하는 정치인이 어디 있나”라고 되물었다.

 

이런 비판은 청년 정치인이 과연 ‘마땅하고 옳은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전여옥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은 주간조선에 “청년 정치인의 역량 문제부터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 정치인 대다수는 사회 경험이 심하게 부족하다. 그런데도 곧바로 리더가 되고 싶어 하니 부족한 리더십에 어떻게 정치해야 하는지 모르는 상황이다. 정치는 천재적 소양 같은 것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 아니다. 바닥이 어딘지 알고 시간을 들여서 사람을 만나고 생각을 바꿔나가야 하는 것인데 청년 정치인에게는 그런 경험이 없다. 정치에 입문하고 나서도 그런 경험을 하려고 하는 청년 정치인도 잘 없다.”

 
                           지난7월15일더불어민주당당대표선거출마선언을한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 photo 뉴시스

현미경 또는 확성기 같은 청년

 

최근 10여년의 정치를 살펴보면 청년 정치인은 정치 조직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이준석 전 대표만 해도 지난해 6월 당선된 이후 1년 넘게 당 대표직에 있었고, 정치에 입문한 지 10년이 지난 경력자임에도 자신을 중심으로 한 조직을 만들지 못했다. 박지현 전 위원장은 이제 갓 정치에 입문했다고 하더라도 당대표 출마 선언을 할 때 도와주는 의원이 없어 국회의사당 담벼락 밖에 서서 선언문을 읽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였다. 청년 정치인의 수는 적지 않지만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청년 정치인은 거의 없다.

 

그 원인을 청년 정치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는 결론으로만 흘러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정치판은 청년 정치인에게만 가혹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 등을 거론하며 “모든 정치 신인은 좌충우돌하면서 살아남으려 노력한다”고 짚었다.

 

“그런데 청년 정치인은 자신을 청년으로 범주화하는 데만 몰두한다. 배려의 대상으로만 봐달라고 하고 내용을 만들지 못한다. 결국 힘을 키울 수가 없다.”

 

청년정의당의 예에서도 이런 경향을 찾을 수 있다. 청년정의당은 정의당 내 청년 기구를 통합한 자치 기구다. 그런데 2020년 8월 창당 준비위원회가 설립된 지 2년이 지났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오히려 6·1 지방선거에서는 단 한 명의 당선자도 내지 못했고, 갖가지 구설수에 휘말렸다. 강민진 전 대표는 갑질 논란에 휘말려 사퇴했다가 당내 성폭력 문제를 제기하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32살인 김창인 전 정의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청년정의당이 좌초하고 있는 이유를 현재 청년 정치의 문제와 엮어서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청년 정치가 기성세대 정치에서 무언가를 얻어오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지원의 문제다. 청년 정치가 자립하지 못하고 기성 정치에 기대어 가려는 자세는 청년 정치가 기성 정치에서 독립할 수 없게 만드는 이유가 된다. 즉 청년 스스로 세력화할 수 없다는 것이다.

 

“청년 정치의 존재 이유를 말할 때는 기성 정치와 다른 정치가 필요하다고 하면서, 그 동력은 기성 정치에서 얻어내려 한다. 자원을 나눠 달라며 ‘떼쓰기’에 가까운 행동을 한다. 국민 입장에서는 청년 정치인이 ‘청년이어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없고, 기성 정치인 입장에서는 청년 정치인은 요구사항이 많을 뿐이다. 여러모로 청년 정치에 대한 불신이 쌓일 수밖에 없다.”

아직 서른이 되지 않은 옥동준 서울 양천구의회 의원은 “청년 정치인 스스로 약자라고 인식하고 배려해 달라고만 말하는 것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우리는 약자니까 이런 지원을 해달라고 말할 줄만 알지 자신의 비전이 무엇인지, 어떤 정치를 하고 싶은지 소신을 밝히지 못하는 청년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청년 정치인은 ‘약자 프레임’에 갇혀 청년의 울분을 표현하고 공유하는 데에 집중한다. 민주당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했다가 예비경선에서 탈락한 한 청년 정치인은 “요즘 청년 정치인은 마치 현미경이나 확성기 같다”고 비판했다.

 

“청년들의 불만을 건드릴 줄은 아는데 이것을 정책으로 전환하고 정치활동을 통해 개선해나갈 줄은 모른다. 심지어 공감대를 만들어내는 분야도 좁다. 기본적으로 정치인은 전문성을 가지더라도 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어느 국민이나 대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하는데 딱 자기 분야에만 관심이 있고 관심사를 넓히지 않는다.”

대신 갈등을 이용하거나 혹은 양비론을 제기한다. 순간적으로 호감을 사기에 쉬운 접근법이다. 윤태곤 실장은 “청년 정치인은 사회 갈등에서 의제를 만들어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젠더갈등만 하더라도 양면적인 측면이 있다. 이를 어떻게 해결하고 봉합해 나갈 것인지를 고민해야 하는데, 갈등으로 몰고 가는 것이 요즘 청년 정치인이다. 통합이나 개혁의 의제를 내놓지 못한다는 얘기인데, 그건 청년 정치인들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일이다.”

 

“별책부록에만 관심 있는 청년”

 

이런 청년 정치인에게서 혁신적인 무엇이 일어날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청년 정치인이 갈등을 조장하는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공동으로 수행하는 전국지표조사(NBS)를 보면 43%의 국민은 청년 정치인을 부정적으로 봤다.

 

특히 중장년층으로 갈수록 청년 정치인을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컸다. 당연한 결과 같지만 그 이유는 들어볼 필요가 있다. 다선 의원을 지냈던 한 정치인은 “YS나 DJ는 기존 정치판을 바꾸고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희망을 주는 청년 정치인이었는데 지금 청년 정치인에게서는 그런 패기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성 정치에 끼어들고 싶어 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러니까 정치권 내부에서는 청년 정치에 대한 의구심이 쌓여가고 있다는 얘기다.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같은 정치신인으로 봐도 청년 정치인의 어설픈 행태에는 혀를 찰 때가 많다”고 말했다.

 

“한번은 청년 정치인과 함께 식사자리를 한 적이 있었다. 술이 한 순배 돌고 정치에 입문한 계기를 묻자 ‘좋은 기회인 것 같아서’라고 대답하는 것을 보고 좀 놀랐다. 보통은 세상을 바꾸고 싶어서, 어떤 목적을 달성하고 싶어서라고 얘기할 텐데 정치가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라고 말하다니, 정치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실제로 청년 정치인이 스펙을 쌓는 일에 몰두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하는 사람이 많다. 한 전직 의원은 특정 청년 정치인을 거론하며 “결국 잘나가는 인물이 되고 싶어서 정치에 몸담은 게 눈에 보인다”고 말했다.

 

“그런 청년은 정말 많다. 자신의 전문성을 활용해 국가와 사회를 위해 일해보겠다는 것이 아니라 정치 경력을 자신의 이력서에 한 줄 더 새겨 넣는 것이 목표인 사람이다.”

 

전여옥 전 의원은 이를 두고 “책의 별책부록에만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비판했다. 그래서 청년 정치인 중에는 반짝 영입되었다가 기성 정치에 어우러지지 못하고 떠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애초에 청년 정치인에게 거는 기대는 기성 정치인과는 다르다. 청년 정치인에게는 한국 정치의 미래를 책임져줄 것이라는 장기적인 기대가 있다. 그런데 요즘의 청년 정치인은 화려한 스펙을 바탕으로 잠시 정치권에 머물렀다가 자신의 영달을 위해 떠나는 사람이 많다.

 

야당의 한 청년 당직자는 “당장 나부터가 박탈감을 느낄 때가 있다”고 말했다. “정치의 기본은 정치 경험을 쌓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입당해서 하나씩 단계를 밟으며 정당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데 선거철이면 반짝 영입되는 인재들을 보면 내 선택이 잘못되었는지 고민하게 된다.”

 

실제로 국회에서 의원 활동을 하고 있는 청년 정치인의 대다수는 기존에 정치활동을 하지 않았던 정치 신인이다. 이 당직자는 한 청년 정치인의 예를 전하며 “정치적 능력이 부족하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말했다.

 

“그분이 정치 경력을 이어갈 수는 있어도 좋은 정치인이 되기는 글렀다는 이야기를 주고받은 적이 있다. 단지 스펙으로만 발탁하다 보니 생기는 일이다. 이런 능력 부족의 청년 정치인이 눈에 띄면 띌수록 사람들이 ‘청년 정치인 별거 아니네’ ‘청년 정치인이 왜 필요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 같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정치권에서 청년 정치인이 ‘크지 못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 더불어민주당 중진 의원은 “청년 정치인에게 뭘 맡기려고 해도 잘 못 따라온다”고 말했다.

 

“외부에서는 간혹 오해를 한다. 기성 정치인이 청년 정치인의 앞길을 가로막는다거나 권한 같은 것을 내어주지 않으려 한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청년 정치인을 키우고 싶은 건 중진 의원들의 공통적 바람이다. 청년이 커야 당의 미래도 밝을 텐데 밀어주고 있는데도 크지 못하는 건 청년 스스로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과도기” 낙관적 전망도

 

다만 청년 정치에 대한 따끔한 비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청년 정치인도 많다. 최근 민주당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했던 한 청년 정치인은 “청년 정치인 스스로 바뀌어야 한다는 말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분간 공개적인 발언을 삼가겠다고 말하면서도 그간 민주당의 청년 정치에 대한 반성을 이야기했다.

 

“예비경선에서 탈락한 이유를 되짚어봤다. 청년이니까 통과시켜주겠지라는 마음가짐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당원과 국민들은 냉정했다. ‘청년’보다 ‘정치인’이 되어야 한다는 한 정치 선배의 조언을 받아들이는 중이다.”

 

나경원 전 의원은 청년 정치인들이 “발을 땅에 딛고 일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감정을 이용하거나 말만 잘해서 인기를 얻는 그런 정치가 아니라 주민들을 만나며 바닥에서부터 훑고 올라가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 나 전 의원의 말이다.

 

실제로 국민들도 이런 청년 정치인을 알아보는 눈이 있다.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주이삭 국민의힘 서대문구의원은 34살의 나이로 다른 후보들을 제치고 가장 많은 득표를 했다. 그는 “정치란 삶의 문제를 다루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인은 모든 주민의 모든 목소리를 다 들을 수 있어야 한다. 각각의 목소리에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데 이 목소리를 들어 번역해 행정기관으로 전달하는 것이 정치인의 역할이다. 그런 점에서 특히 젊은 정치인이 지역에서부터 정치를 시작하는 일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30대 이하 기초의원의 수는 416명, 전체 기초의원의 10% 정도다. 4년 전보다 178명 늘어난 수다.

 

옥동준 의원은 기초의원을 중심으로 역량 있는 청년 정치인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낙관적인 전망을 했다.

 

“청년 정치인의 역량이 부족해 보인다거나 기성 정치와 갈등을 빚는 것처럼 보이는 건 지금이 정치 세대교체의 과도기라서 그렇다고 본다. 지방 기초의원을 중심으로 제대로 국민들에게 평가를 받아보려는 청년 정치인은 늘고 있다. 아마 몇 년 이내로 살아남은 청년 정치인을 중심으로 다양한 형태의 세력화가 이뤄지지 않을까 싶다.”

 

 

▷더 많은 기사는 주간조선에서 볼 수 있습니다.

 

주간조선

1968년 창간한 고품격 시사주간지 '주간조선'

weekly.chosun.com

 

김영욱
2022.08.21 05:58:22
언론에서부터 준떡이같은 아치 양들에대해서 관심을 꺼야한다. 성상납받은놈 간뗑이만 키워준다.
답글3
147
6

유관식
2022.08.21 06:12:19
주제파악을 못하는 이준석 같은 아이들에게 하고싶은 말~ 너 자신을 알라!
124
4

이시우
2022.08.21 06:03:32
준석이 네 죄를 알렸다... 이제라도 석고대죄하고 은퇴하라.
117
5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