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쓰럽습니다 [신동욱 앵커의 시선]
https://www.youtube.com/watch?v=o1t7syXqWho
이탈리아제 서부극 '스파게티 웨스턴' 3부작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현상금 사냥꾼'으로 등장합니다. 수배된 흉악범 목에 걸린 현상금을 노리지요.
"이 사람을 알아보겠나?" "(나인가요?)" "그래 너야" 보안관 사무실 앞에는 수배 전단들이 붙어 있곤 합니다. 체포 경쟁을 부추기려고 포스터엔 으레 이런 글귀가 곁들여 있습니다. 수단방법 가리지 말고 응징하라는 것이지요. 나치 독일은 유대인 상점들에 노란 육각형 별을 그려 나갔습니다. 그리고 열 달 뒤 별이 찍힌 예배당과 가게 7천여 곳이 공격당해 유대인 90여 명이 숨졌습니다.
중국 문화혁명 때는 대자보에 '반당 분자'로 낙인 찍히면 홍위병들이 잔인한 린치를 휘둘렀습니다. 희생자들은 '바보 모자'를 쓰고 목에 팻말을 건 채 끌려다녔지요. 닥치는 대로 공격 좌표를 찍어대던 광기의 시대였습니다.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를 수사하는 검사 명단과 사진을 공개한 '웹자보'를 보면서, 저는 수배전단을 떠올렸습니다. 마치 무슨 조직폭력배 도표라도 되는 듯, 지휘 라인에 따라 배열해 '윤 사단'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그래 놓고 민주당은 "야당 파괴와 정적 제거 수사" 라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검사 들은 야당 파괴범이 될 것이고 정적 제거에 동원된 정치검사라는 딱지인 셈입니다.
민주당이 이 자료를 전국 지역위원회에 내려 보내고 당 SNS에 게시했습니다. 그러자 당장 '정치검사를 응징하고 검찰을 해체하자' '과거 행적도 달아라'는 열성 지지자 댓글이 달리고 있습니다. 검찰 수사가 비밀이 아닌 이상 신상 공개가 문제될 건 없습니다. 하지만 정치적 이유의 신상 공개라면 차원이 달라집니다. 이제 신상 털기, 인신 공격도 시간문제가 되겠지요.
걱정이 되는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지난 민주당 정권의 특기가 좌표 찍기였습니다. #정치인 부터 판검사 지식인 일반 시민까지 신상 목록을 공개하고 문자폭탄을 유도하는 집단 폭력의 전성기였지요. #대통령 입에서 나온 "지지자들의 문자폭탄은 양념" 이라는 말은 그 뒤틀린 시대를 상징하는 말로 남았습니다.
이재명 대표가 결백을 장담하면서도 이런 저런 이유를 붙여 조사를 미루는 건 명백한 자기 모순입니다. 그 모순을 합리화해 보려는 #민주당 의 안간힘이 안쓰럽습니다만, 이런 말초적 아이디어까지 짜낼 줄은 몰랐습니다.
검사 명단 웹자보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거대 야당이 붙여대는 대자보입니다.
여든한 살 배우 김혜자씨가 요즘 우리 정치를 가리켜 "대본도 연기자도 다 형편없다"고 했습니다. "억지를 쓰고 선동을 해서 국민을 갈라치기 하는 삼류 막장 드라마가 최악이라는 사실을 자신들만 모른다"고 했지요. "열심히 사는 보통사람들이 지탱하는 덕분에 이 나라가 안 망한다"는 말에 격하게 공감합니다.
12월 26일 앵커의 시선은 '안쓰럽습니다' 였습니다. [Ch.19] 사실을 보고 진실을 말합니다.
“요즘 정치는 대본·연기 다 형편없어...열심히 사는 국민 덕에 나라 안 망해”
[박돈규가 만난 사람] 데뷔 60년, ‘생에 감사해’ 펴낸 배우 김혜자
배우 김혜자(81)가 책을 펴냈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를 끝낸 게 반년 전이다. 작품과 작품 사이에는 집에서 ‘널브러져’ 있다고 알려진 배우인데, 거북이가 갑자기 토끼처럼 달리기로 작정한 것일까. 베스트셀러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이후 18년 만에 도착한 이 책에는 ‘생에 감사해’라는 제목이 붙어 있었다. 표지 사진 속 김혜자는 “그래, 이 맛이야” 하던 조미료 모델처럼 웃고 있었다.
“인생에서 가장 감사하게 생각하는 한 가지가 있어요. 몰입의 순간을 많이 가진 것입니다. 어떤 것에도 큰 의미를 부여하지 못하고 반쯤은 몽유병자처럼 살아가는 나를 잘 아시는 신이 내가 몰입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작품들을 내 앞에 가져다주셨어요. 그러면 흐릿한 불씨처럼 존재하던 나는 뜨거운 불로 타오를 수 있었습니다.”(23쪽)
1962년에 데뷔한 김혜자는 60년 동안 드라마 ‘겨울 안개’ ‘사랑이 뭐길래’ ‘엄마가 뿔났다’ ‘디어 마이 프렌즈’ ‘눈이 부시게’, 영화 ‘만추’ ‘마더’ 등에서 활활 타올랐고 작품이 끝나면 맥이 풀려서 쓰러졌다. 그다음 작품을 시작해야 다시 살아났다. 한파가 들이닥친 지난 20일 서울 연남동. “가슴속에 폭발하지 않는 화산이 하나 들어 있다”는 여자와 마주 앉았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의 노희경 작가가 배우 김혜자에게 "맨날 엄마를 소녀같이 연기하면 누가 선생님을 또 쓰겠냐"며 쓴소리를 한 적이 있다. "처음에는 이 사람이 미쳤나? 생각했습니다. 기가 막히고 자존심이 상했어요. 그런데 생각해 보니 어떤 진실이 들어 있었어요. 마음을 독하게 먹고 말투를 '칼칼하게' 바꿨습니다." /이태경 기자◇작품 속 그 여자로 살았다
신인 배우는 몸을 보여주지만 스타는 영혼을 보여준다. 배우가 영혼의 연기를 하려면 주제를 끌고 나가는 좋은 대본과 뛰어난 감독이 필요하다. 거기서 거기인 엄마 역할에 싫증난 김혜자는 영화 ‘마더’ 때 봉준호 감독에게 요구했다. “나를 많이 괴롭히고 극단까지 밀어붙여 주세요.”
–쉬면서 힘을 비축해야 할 시기에 책을 내셨네요.
“나는 다른 아무것도 할 줄 모르고 연기자로만 일생을 살았어요. 그걸 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였어요. 연기하며 느낀 것, 배움을 얻은 것, 나는 무엇을 추구했나를 글로 남기고 싶었습니다. 쓰다 보니 감사한 것투성이였어요.”
–그래서 제목이 ‘생에 감사해’군요.
“아내로서 엄마로서 난 빵점이었어요. 배역 속의 여자로만 살았죠. 상처받고 슬프고 아팠던 적도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한 것들이 내 인생을 붙들어 주었어요. 나 혼자 김혜자가 된 게 아니라 주변에서 다 이해하며 도와주었다는 뜻입니다.”
–김혜자의 일생이 김혜자의 언어로 담긴 책이라 읽으며 여러 번 웃었습니다.
“나는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솔직하게 살려고 했어요. 나는 작가가 쓴 대본을 외워서 연기를 하지만, 보통 사람들도 인생에서 대본 작가이자 연기자로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몰라요. 오늘을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내일이 결정되잖아요. 따라서 모든 사람이 멋진 대본을 써야 하고 멋진 연기자가 되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해요. 그것은 자신에게 달린 일이고요. 톨스토이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마지막 문장처럼요.”
–’안나 카레니나’는 첫 문장(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이 유명한데 마지막 문장은 뭔가요?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것과는 상관없이, 내 인생은 매 순간순간이 무의미하지 않을 것이다.”
–책을 읽다가 ‘불씨’라는 단어가 등장할 때마다 눈길을 멈추었습니다.
“예컨대 봉준호 감독은 땅을 일구듯이 나를 다시 일구었고 불씨만 남아 있던 열정을 다시 타오르게 해주었어요. 자기 안에 불씨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한때는 있었지만 지금은 꺼져 버렸다고 결론 내린 인생만큼 추운 인생이 있을까요? 그런 인생만큼 어둡고 불행한 삶이 있을까요? 불씨는 희망이에요. 가슴에 불씨가 있어도 그것을 타오르게 하는 것은 각자에게 달린 일이라고 생각해요.”
–60년 동안 김혜자를 가장 괴롭힌 배역이라면.
“연기를 안 해 봐서 그런 질문을 하는 거예요. 수월한 배역, 도전적이지 않은 배역은 하나도 없었어요. 나는 행인1, 행인2로 출연한 게 아니잖아요. 절망적인 사랑에 매달려야 했고, 배신에 울부짖어야 했고, 웃긴 여자가 되어야 했고, 모자라는 아들을 보호하느라 눈동자가 뒤집혀야 했어요. 그런데 우리 인생이 그렇지 않나요? 힘들지 않은 일들이 누구에게든 얼마나 있겠어요? 또 그 도전적인 일들이 결국 우리를 일으켜 세우지 않나요?”
배우 김혜자는 이제는 슬픈 이야기도 웃으면서 할 나이가 되었다며 이렇게 썼다. "처음에는 펑펑 울고, 심각한 장면은 내내 힘주며 했습니다. 그것이 지난날의 연기였다면, 연기를 계속하면서 배운 것은 힘을 뺄 때 정말 좋은 연기가 나온다는 것입니다. 사실 힘을 빼는 게 더 어렵습니다." /사진작가 김중만◇아내로서 엄마로서 나는 빵점
김혜자는 매니저도 소속사도 없다. 다른 것에는 다 서툴고 모자라지만 연기에 대해선 욕심 많은 완벽주의자다. ‘사랑이 뭐길래’ 연출가는 처음에 윤여정을 대발이 엄마로, 김혜자를 상대방 동창생으로 캐스팅하려 했다. 김혜자는 “나는 대발이 엄마를 더 잘할 것 같아요. 나 점잖은 역 싫어해요!”라며 저항했고 결국 대발이 엄마를 맡았다.
–작품과 배역 선택이 까다롭기로 유명한데, ‘먹기 싫은 떡’도 먹어야 할 때가 있는 것 아닌가요.
“나는 굶어도 괜찮아요. 인생을 결정짓는 것은 선택이에요. 지금도 여러 작품에 출연해 달라는 요청이 와요. 하지만 김혜자의 새로운 모습, 설레는 연기를 할 수 있는 배역을 기다려요. 그런 기대감이 없으면 그 작품을 하지 않아요.”
–드라마 ‘전원일기’ 때 파 다듬는 장면을 찍기 위해 고두심 배우에게 물어서 연습을 했다고요?
“평소에 안 하던 짓을 해야 하니까 파를 몇 단씩 사다가 연습했어요. 다듬이 방망이질을 익혀야 할 땐 입에 물 머금고 푸~ 뿜는 것도 숱하게 했지요. 부엌일 잘하는 부인 역할이 제일 무서웠어요(웃음). 그 익숙함이 내 몸에선 나오질 않으니까.”
–최근에 연기하다 배운 것도 있습니까.
“올해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아들(이병헌)이 악담을 하며 못되게 구는데, 어떤 생각과 표정으로 연기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어요. 그러다 퍼뜩 깨달았습니다.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는 것, 그것이 그 여자의 표정이었어요. 어떻게도 할 수 없는 인생, 그것이 그 여자의 인생이었어요. 우리도 그럴 때가 있지 않나요? 사는 게 너무 막막하고 공허해서 무슨 표정을 지어야 할지, 어디를 쳐다봐야 할지 모를 때가.”
–작가가 잘 모르고 쓴 것까지도 배우는 느껴야 하는군요.
“내 얼굴과 몸으로 하는 연기를 열심히 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요. 연구한 만큼 눈빛이 깊어져요. 어제 할 때는 몰랐는데 오늘 알아지면 어떤 금은보화를 발견한 것보다 기뻤습니다.”
–가끔 죽음에 대한 생각도 하나요.
“얼마 전 강수연 배우의 갑작스러운 부고(訃告)를 듣고, 속으로 ‘잘 가. 거기서 만나자’ 그랬어요. 강수연이 생전에 ‘김혜자, 윤정희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어요. 강수연은 너무 일찍 가 버렸습니다. 어려서 월드 스타가 되고 나니 아무것이나 할 수도 없고 아무것도 안 할 수 없었을 거예요.”
–이번이 마지막 작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연기한 지는 얼마나 되었나요.
“30년이 넘었어요. 영화 ‘만추’를 찍을 때도, 드라마 ‘겨울 안개’나 ‘모래성’을 할 때도, ‘사랑이 뭐길래’와 ‘엄마가 뿔났다’를 할 때도, 영화 ‘마더’를 찍을 때도, 그리고 ‘눈이 부시게’와 ‘우리들의 블루스’를 할 때도 언제나 이것이 나의 마지막 작품일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연기했어요. 그만큼 절실했고, 그래서 대표작들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인생에서 거저 얻어지는 건 없는데, 무엇을 희생했다고 생각하나요.
“나는요, 살면서 누군가를 용서할 일이 없었어요. 내가 용서받아야 할 일들만 가득해요. 아내로서 엄마로서 역할을 제대로 못 했어요. 작품 속 내 역할이 최우선이었어요. 집에서 대본에 몰두해 있으면 어린 아들은 ‘엄마 주위에 침범할 수 없는 장막이 둘러쳐져 있는 것 같다’고 했어요. 작품이나 아프리카 아이들을 위해 외출할 뿐, 나는 인간관계도 거의 없이 살았습니다.”
–작가 김정수는 ‘김혜자는 가슴속에 폭발하지 않는 화산이 하나 들어 있다’고 했는데.
“무서우면서 멋있는 말이고, 저를 가장 잘 표현했다고 생각해요. 김정수 작가가 ‘전원일기’로 국민 엄마 이미지를 만들어주었다면 김수현 작가는 그 획일적 이미지를 극복할 수 있도록 ‘사랑이 뭐길래’ ‘엄마가 뿔났다’ 등에서 내 안의 다른 인물들을 끄집어냈어요. 나는 화산을 폭발시키기 위해 다양한 연기를 해 왔어요. 사실 모든 사람이 그런 화산을 하나씩 가지고 있지 않을까요?”
봉준호 감독은 “영화 ‘마더’에서 최고의 풍광은 김혜자의 얼굴 그 자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말도 했다. "연기가 마음에 안 든다고 우시더라. 자신의 축구 실력이 마음에 안 든다고 우는 메시, 자기 문장이 마음에 안 든다고 우는 톨스토이를 보는 것 같았다." /이태경 기자◇“정치는 대본도 연기자도 형편없어”
김영삼 대통령 시절 ‘전원일기’ 출연진이 청와대에 초대된 적이 있다. 김혜자가 슬그머니 빠져나와 멋진 소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있는데 경호원이 다가와 “영부인을 위한 자리이니 비켜주십시오”라고 했다. 생글생글 웃으며 김혜자는 대꾸했다. “미안합니다만 ‘배우 김혜자가 앉아 쉬었다’고 말씀드리면 영부인께서도 기뻐하실 거예요.”
–국회의원에 나와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이 있다고요?
“오래전 일이에요. ‘저는요, 말을 잘 못 해요. 대본에 적힌 말만 하는 사람이에요. 게다가 아버지(김용택)가 국회의원에 출마했다 계속 떨어지는 바람에 집이 풍비박산 났거든요’라고 단호하게 거절했어요. 국회의원이라는 말에 신물이 난 사람이에요(웃음).”
–부친은 어떤 분이셨나요.
“우리나라 경제학 박사 2호로 미군정 때 재무장관을 지냈습니다. 배우가 되겠다고 했을 때 엄마와 언니들은 ‘미쳤다’ 했지만 아버지는 달랐어요. ‘유명한 배우의 연기는 정치인의 백 마디 말보다 낫다. 톨스토이나 셰익스피어처럼 세상에 의미 있는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격려해주셨습니다.”
–배우나 정치인이나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자고 하는 것이지요.
“정치보다 연기를 통해 줄 수 있는 희망이 크다고 생각해요. 국민의 한 사람으로 걱정이 많습니다. 정치인들은 왜 맨날 그 모양일까요? 억지를 쓰고 선동을 해서 국민을 갈라치기하고, 거짓말도 아무렇지 않게 하잖아요. 정치는 대본도 형편없고 연기자도 형편없어요.”
–그럼에도 이 나라가 망하지 않는 건 왜일까요.
“열심히 사는 보통 사람들이 지탱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국민은 골목 식당부터 대기업 사무실까지 어떤 역이 주어지든 최선을 다해 해내고 있어요. 정치인들은 자기들이 최악이라는 사실조차 모르죠. 삼류 막장 드라마인데 나라가 걱정돼 안 볼 수도 없고. 불안해서 잠을 못 이룰 때가 많아요.”
–새해가 오고 있는데 희망의 메시지라면.
“대본을 받을 때마다 ‘내가 이 역을 맡으면 세상에 무슨 영향을 줄 수 있나’부터 생각해요. 아무리 인생의 속박에서 고통받는 여자라 해도 바늘귀만 한 희망이 보이는가. 그것이 내가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에요. 안 그래도 세상살이 팍팍한데 드라마까지 절망을 더할 필요는 없잖아요. 앞으로도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역할을 할 겁니다.”
–3~4년마다 뜸하게 나오지 말고 자주 볼 순 없을까요.
“지금 죽어도 ‘멋있게 죽었다’고 할 나이는 지나버렸어요. 실수하면 만회할 기회도 별로 없으니 훌륭한 역을 맡아 잘 마무리해야 합니다. ‘얼마나 사랑했는가, 그리고 얼마나 사랑받았는가’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이 질문에 고개 끄덕이며 대답할 수 있다면 행복하고 감사한 인생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여러분 모두 그런 삶을 살아가시기를!”
"우리는 모두 조금씩은 부조리 연극의 배우들입니다. 단지 그렇지 않은 것처럼,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절망감과 우울 속에서도 스스로 힘을 내어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것이 삶이고 그것이 인간입니다." /사진작가 홍장현☞김혜자
김혜자가 경기여고를 다닐 때 같은 학년에 ‘김혜자’가 네 명이었다. 흔한 이름이었다. 키 큰 김혜자, 피아노 잘 치는 김혜자, 공부 잘하는 김혜자, 배우 같은 김혜자로 구분해 불렀다. 배우 같은 김혜자는 영화에 푹 빠졌고 아슬아슬하게 졸업하더니 KBS 공채 탤런트 1기로 뽑혔다. 연기를 못해 탤런트를 그만두고 도망치듯 결혼했다가 연극 무대에서 기초를 다졌다. 김혜자는 ‘연극계의 신데렐라’로 떠올랐고 1969년 개국한 MBC에 스카우트됐다. 드라마 100여 편의 여주인공을 맡으며 ‘국민 배우’ ‘국민 엄마’로 불린다. 남편과 사별한 뒤 아들, 강아지 네 마리와 함께 살고 있다.
조선일보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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