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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蘿언덕과 동무 생각[思友 ]

류지미 2023. 5. 3. 17:36

靑蘿언덕과  동무 생각[思友 ]

 

동무 생각[思 ]

 

 

 

[문화칼럼] 동무생각

 
  •  김원식
  •  승인 2023.03.27 14:44

허행일 시인
허행일 시인. (사진=동양뉴스DB)
 

[동양뉴스] 국민의 사랑을 받은 대표적인 가곡 중에 '동무생각'이 있다.

원 제목은 '사우'이다. 벗을 생각한다는 뜻이다.

 

이 노래는 일제강점기 시절, 타향에서 짝사랑을 그리는 대구 출신 작곡가 박태준 선생의 애틋한 사연이 담겨 있다.

 

마산에서 창신학교 교사로 재임 중에 탄생한 곡이며 이은상 시인이 가사를 붙였다.

 

곡이 세상 밖으로 나오자마자 청소년들의 애창곡으로 전국적인 호응을 얻었다.

 

마땅히 유행가 외에는 부를 것도 없는 시절이니 청소년들에게는 당연한 반응이었다.

 

국민가곡으로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 당시 같은 학교에 근무하고 있던 노산 이은상 시인과 음악과 예술, 인생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며 두터운 교분을 쌓고 막역한 사이로 발전하였다.

 

박태준 선생이 계성중학교에 다닐 때 자신의 집(현 섬유회관 인근) 앞을 항상 지나던 백옥 같은 한 여고생을 잊지 못했던 짝사랑이 작곡을 하게 된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동산은 그가 현재의 중구근대골목 제일교회 옆 3·1운동 계단을 지나 등교하던 길이었다.

 

그 여학생은 한 송이 흰 백합 같은 맑고 고운 소녀였다.

 

그 나이 때에 모든 남학생들이 그랬다고는 하지만 박태준 선생은 더욱이 내성적인 성격 탓에 밤잠까지 설치고 행여 길거리에서 마주쳐도 말 한마디 붙여보질 못했었다.

 

이은상 시인이 이 사연을 듣고 "작곡한 곡에다가 노랫말을 써 줄 테니 붙여보라"고 박태준 선생에게 권유함으로 탄생한 것이 '동무생각'이다.

 

 

보통 가사에다가 곡을 붙이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동무생각'은 가사보다도 곡이 먼저 탄생한 노래다.

 

'동무생각'에 등장하는 '청라'를 두고도 여러 가지 견해가 있지만 푸를 청(靑), 담쟁이 라(蘿)를 쓰고 있으니 푸른 담쟁이로 보는 것이 옳다고 하겠다.

 

이 '청라언덕'은 지금도 푸른 담쟁이로 뒤덮은 동산병원 내 선교사 사택 일대의 언덕을 말한다.

 

또 공교롭게도 경북여고 교화가 백합이어서 짝사랑하던 그 여고생이 당시의 신명여자학교(현 신명고) 학생이냐, 대구공립여자보통학교(현 경북여고) 학생이냐 하는 논란도 한동안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리기도 했었다.

 

하지만 '동무생각'의 작곡 시기가 1922년인데 비하여 경북여고 개교는 1926년, 신명여고 개교가 1907년이니 신명여자학교가 맞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박태준 선생의 집과 신명여자학교 학생들의 등교 하는 길이 일치한다는 점도 이런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또 '동무생각' 3절에 나오는 가사 '서리바람 부는 낙엽동산 속 꽃 진 연당에서…'의 연못은 동산에 물을 대주던 '천왕당못'이었다.

 

이 연못은 1923년 서문시장 확장과 함께 메워졌다.

 

이런 스토리텔링이 담긴 '동무생각'이 2009년에 중구근대골목 선교사 주택 앞에 노래비가 세워졌다.

 

그 후 많은 연인들이 데이트 코스로 활용하고 있으며 첫사랑이 그리운 중년의 남성들에게도 큰 인기를 차지하고 있다.

 

근처 지방문화재로 지정된 고색창연한 계산성당과 제일교회,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이상화 시인의 고택과 '국채보상운동'의 선구자 서상돈 선생의 고택 등과 대구의 역사 '약령시장'까지 겸비하고 있으니 전국적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대구 관광 코스다.

 

어디선가 동무생각이 흘러나올 것 같은 맑고 고운 하늘이다.

 

(외부 칼럼은 동양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동양뉴스 

 

 

 

선교사들의 마을

청라언덕

푸른 눈의 선교사들이 거주하던 작은 언덕. 온통 푸른 담쟁이덩굴로 뒤덮여 있다고 해서 ‘청라언덕’이라고 불리게 됐다. 1900년 초반부터 선교 활동을 위해 우리나라를 찾은 해외 선교사들이 거주하던 곳으로, 대구 가톨릭 역사의 중심지다. 개화기 당시, 황무지이던 지금의 땅을 사들인 선교사들은 주변에 병원과 학교를 짓기 시작했고 지금의 청라언덕이 생겨났다. 외국식으로 꾸며놓은 아름다운 정원과 스윗즈주택, 챔니스주택, 블레어주택 등 옛 선교사들이 생활하던 주택과 선교사와 그 가족들이 묻힌 묘지인 은혜정원, 3·1운동만세길 등이 모여 있어 천천히 산책하듯 둘러보기 좋다. 현재 선교사들이 살던 주택은 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는데, 스윗즈주택은 선교박물관으로, 챔니스주택은 의료박물관, 블레어주택은 교육·역사박물관으로 활용 중이다. 

▶ 대구시 중구 달구벌대로 2029

 

 

 

선교사의 넋이 잠든 곳

 

은혜정원

 

청라언덕에는 14명의 선교사 묘역인 은혜정원이 있다. 낯선 타국에서도 종교적 신념 하나로 헌신적 활동을 펼친 선교사들과 그 가족이 잠들어 있는 곳이다. 죽음 이후에도 이곳에 묻히길 원했던 선교사들의 신념이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사실상 찾아주는 사람이 없어 선교자 순례차 방문한 소수의 신자만이 종종 다녀가는 외로운 묘지이기도 하다. 이름 모를 선교사의 비석에 새겨진 “나는 그들을 사랑할 것이다(I’m going to love Them)”라는 문구가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이 중에서도 독신 여성 선교사이던 스윗즈(Switzer)에 대한 일화는 지금도 회자될 만큼 유명하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그녀는 1911년 대구로 선교 활동을 온 뒤로 월급조차 받지 않고 오로지 아이와 부녀자들을 위해 헌신한다. 자신의 모든 재산을 털어 선교 활동을 이어갔으며 49세의 나이로 숨을 거둔 이후, 그녀가 남긴 유산은 일본과 만주 지역의 한인촌으로 선교사를 지원하는 데 이용됐다. 또 동산병원에서 의료 선교사로 활동한 존 해밀턴 도슨은 죽음 직전 가족들에게 “한국에서의 의료 선교는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기간이었고, 한국인을 사랑했다”라며 정원에 안장되기를 희망했다고 한다.

▶ 대구시 중구 달구벌대로 2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