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 받아 '정권 퇴진' 강의… 尹 "국민 감시 포상금 제도 운영"(종합)
배경환기자
입력2023.06.04 16:24 수정2023.06.04 16:28
민간단체 보조금 부정·비리 1865건 적발
부정사용금액만 314억원… 환수 등 조치
이관섭 수석 "비영리 단체, 국민 신뢰 회복"
정권 퇴진운동에 관한 강의를 하고 이를 '민족영웅 발굴 사업'이라며 보조금을 수령한 한 통일운동단체가 적발됐다. 이곳은 강의 원고를 작성하지 않은 사람에게 규정의 3배를 초과하는 원고료를 부당 지급하기도 했다. 올 초부터 정부가 1만2000여 민간단체를 대상으로 일제감사를 진행해 적발한 부정·비리 수급 사례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 혈세를 국민이 직접 감시하는 포상금 제도를 운용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실은 4일 오후 지난 1월부터 4개월간 국무조정실 총괄하에 29개 부처별로 민간단체 국고보조금 사업에 대한 일제감사를 실시한 결과를 발표, 필요한 법적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2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비영리민간단체 보조금 투명성 제고'의 일환으로 보조금 규모와 문제점을 조사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이번 조사는 최근 3년간 지급된 국고보조금 중 1만2000여 민간단체에 지급된 6조8000억원 규모를 대상으로 진행했다. 일제감사 결과, 총 1조1000억원 규모의 사업에서 1865건의 부정·비리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확인된 부정사용금액만 314억원으로 정부는 보조금 환수, 형사고발, 수사의뢰 등 강력한 조치에 나설 방침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은 브리핑에 나서 "국민 혈세가 허투루 쓰이지 않고, 비영리 단체가 국민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며 "공익에 기여하는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감사에서 발견된 부정·비위 사례들을 살펴보면, A통일운동단체는 묻혀진 민족의 영웅들을 발굴한다는 명목으로 6260만원을 받아 ‘대선후보에게 보내는 사회협약’, ‘윤석열정권 취임 100일 국정난맥 진단과 처방’ 등 정치적 강의를 진행했다. 윤석열정권 퇴진운동에 나서겠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이 단체는 원고 작성자도 아닌 자에게 지급한도를 3배 가까이 초과하는 원고료를 지급했다.
D이산가족 관련 단체는 이산가족교류 촉진 사업을 추진하며, 전직 임원의 휴대폰 구입비와 미납통신비, 현 임원 가족이 쓴 통신비 등에 541만원을 지출했다. 임원이 소유한 기업의 중국 내 사무실 임차비로 1500만원을 유용하기도 했다.
F연합회 이사장 등 임직원은 통일분야 가족단체 지원 사업을 추진하면서 245건(1800만원)에 달하는 업무추진비를 주류 구입, 보조금 사용 불가 업종(유흥업소 등)에 사용하거나 주말·심야 시간대에 썼다.
지난 정부에서 일자리지원사업이 과도하게 확대돼 일자리사업 수행 단체들이 대상자 모집이 어려워지자, 이미 취업된 사람이나 창업한 사람, 다른 일자리지원금을 이미 받고 있는 사람 등 무자격자를 선정하고 이를 실업자들에게 지급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한 사례도 적발됐다.
지역아동센터장이 이체증명서를 포토샵으로 위조해 운영비를 횡령하거나 1회만 개최한 행사를 사진 속 현수막을 조작해 여러번 개최했다며 부정수급한 사례도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동일 장소에서 참석자 배치나 복장을 바꿔 재촬영해 다른 날짜로 조작하기도 했다.
정부는 이번 조사 결과에 따라 부정·비리를 원천 차단하고 민간단체 보조금 투명성 제고를 위해 강력한 제도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우선 민간단체 보조금 사업자에 대한 관리·감독을 대폭 강화한다. 국고보조금의 경우, 보조금을 수령한 1차 수령단체뿐만 아니라 위탁·재위탁을 받아 실제 예산을 집행한 하위단체들도 국고보조금 관리시스템인 ‘e나라도움’에 전부 등록하도록 했다. 여기에 회계서류, 정산보고서, 각종 증빙 등도 빠짐없이 등재·점검해 투명하게 공개할 방침이다.
지자체 보조금 시스템도 새로 구축한다. 지금까지 지자체는 보조금을 전용시스템 없이 종이 영수증으로 증빙을 받고 수기로 장부를 관리했지만, 앞으로는 국고보조금과 같이 전자증빙 기반의 보조금관리시스템을 구축해 운용할 계획이다.
사업 결과에 대한 외부 검증도 달라진다. 국고보조금 정산보고서 외부 검증대상을 현행 3억원 이상 사업에서 1억원 이상으로, 회계법인 감사대상을 기존 10억원 이상 사업 대상에서 3억원 이상으로 늘린다. 이밖에 지방보조금법 개정을 통해 보조금 부정 발생 시 사업 참여 배제기간을 5년으로 규정하기로 했다. 또한 부처 재량에 맡겨졌던 관리체계를 기획재정부 총괄하에 44개 전 부처가 참여하는 ‘보조금 집행점검 추진단’에 맡길 방침이다.

민간단체 보조금 예산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도 추진한다. 부정·비리가 만연한데도 불구하고 지난 정부에서는 민간단체 보조금이 2조원 가까이 급증한 데 따른 조치다. 우선 기재부와 각 부처는 민간단체 보조금 예산을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할 계획이다. 이번에 적발된 사업, 최근 과도하게 증가한 사업, 관행적으로 편성된 사업, 선심성 사업 등은 구조조정 대상이다. 내년도 민간단체 보조금부터 5000억원 이상 감축한다는 계획으로 보조금 구조조정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향후 4년간 지속 추진하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정부는 보조금 신청 과정에서 허위사실 등으로 부정하게 수령한 경우는 해당 단체에 지급된 보조금 전액을 환수하고, 선정 절차 등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집행·사용 과정에서 일부 부정·비리가 드러난 경우에도 해당 금액을 환수할 계획이다.
한편 정부는 총 1조1000억원 규모의 사업에서 확인된 사례로 보조금 유용·횡령, 리베이트, 허위내용 기재 등 비위 수위가 심각한 86건은 사법기관에 형사고발 또는 수사의뢰를 진행하기로 했다. 또한 목적외 사용, 내부거래 등 300여건에 대해서는 감사원의 추가 감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대통령실은 이와 별도로 각 부처가 추가적 비위·부정이 있는지 계속 확인 중에 있다며 결과에 따라 수사나 감사의뢰 건수가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혈세로 정권 퇴진 강의에 해외여행…"전액 환수·형사고발" [MBN 뉴스센터]
https://www.youtube.com/watch?v=MvhCIQzkARE
20,835 views Jun 4, 2023
【 앵커멘트 】 정부가 국민 혈세를 보조금으로 받는 민간단체를 조사했더니, 부정 수급을 받은 곳이 2천 곳 가까이되고, 금액도 3백억이 넘었습니다. 혈세로 정권 퇴진 운동에 대한 강의를 하고, 해외 여행까지 간 사례가 적발됐는데, 정부는 모두 회수하고 고발 조치하기로 했습니다. 원중희 기자입니다.
【 기자 】 정부는 지난 3년간 민간단체 1만 2천여 곳에 지급된 보조금 6조 8천억 원에 대해 일제 감사를 실시했습니다. 이 가운데 1조 1천억 원 규모 사업에서 1,865건의 부정이 발견됐고, 문제가 된 금액은 314억 원으로 조사됐습니다.
▶ 인터뷰 : 이관섭 /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 - "횡령, 리베이트 수수, 사적 사용, 서류 조작 등 온갖 유형의 비리가 확인되었으며…." 한 통일운동단체는 묻혀진 민족의 영웅을 발굴하겠다며 6천여만 원을 받아 윤석열 정권 퇴진운동을 나서겠다는 내용의 강의를 했고, 사적 해외여행에 1,400만 원을 쓰는가 하면, 유령 기념품 제작 등으로 2천만 원을 빼돌리기도 했습니다.
정부는 비위 수위가 심각한 86건을 형사고발하고, 목적 외 사용 등 300여 건은 감사원에 추가 감사를 의뢰하기로 했습니다. 또, 부정 수령한 보조금은 모두 환수하고, 적발된 단체는 향후 5년간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빼기로 했습니다. 보조금 비리 신고 포상금도 대폭 커질 예정입니다.
▶ 스탠딩 : 원중희 / 기자 - "윤 대통령은 보조금 지급 규모가 워낙 큰 만큼 국민들이 직접 감시하지 않으면 잘못 사용될 소지가 많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MBN뉴스 원중희입니다." [ june12@mbn.co.kr ]
영상취재 : 김석호·안석준·변성중 기자 영상편집 : 이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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