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국가안보실, 해양경찰, 통일부, 국방부 등 관계기관이 서해 공무원이 북한 해역에서 생존했을 당시 신변보호 및 구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북한의 피살·시신 소각 후에는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자진 월북’으로 몰아갔다고 결론 내렸다.
감사원은 관련 업무를 위법·부당하게 처리한 국방부 등 3개 기관 관련자 13명에 대해 징계·주의를 요구하고, 공직 재취업 시 불이익이 되도록 기록을 남기는 인사 자료 통보를 조치했다. 안보실 등 6개 기관에도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별도의 주의 요구를 내렸다.
지난해 10월 감사원은 안보실 등 5개 기관 총 20명을 직무유기, 직권남용,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검찰에 수사 요청한 바 있다.
감사원 관계자는 “비위행위가 상급자의 지시에 의해 이뤄졌고 하급자가 이를 거부하기는 어려웠던 점, 군·해경 조직의 특수성, 퇴직자가 다수인 점, 처분요구의 실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책임의 정도 및 처분요구의 대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국가위기관리센터장은 북한이 이 씨를 구조하면 상황 종결 보고만 하면 되겠다고 판단하고, 상황이 종료되지 않았음에도 오후 7시 30분경 조기 퇴근했다. 서훈 전 안보실장과 서주석 전 안보실 1차장도 일찍 퇴근했다.
해경은 당일 오후 6시쯤 안보실로부터 발견 정황을 전달받았지만, 보안 유지를 이유로 이 씨 발견 위치에 대한 추가 정보를 파악하지 않거나 국방부 등에 수색구조에 필요한 협조 요청도 하지 않았다.
통일부 납북자 관련 대북정책 총괄 부서장인 A 국장은 국정원으로부터 정황을 전달받아 이 씨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고 파악했으나 장·차관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그는 규정에 따른 조치도 하지 않고, 이 씨 무사 여부를 파악하지 않은 채 당일 밤 퇴근했다.
합참 역시 당일 오후 4시대에 정황을 확인하고도 ‘통일부가 주관해야 하는 상황으로, 군에선 대응할 게 없다’고 국방부에 보고하고 손을 놨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국방부는 합참 보고를 받고도 대북 전통문을 발송할 필요성이나 군에서 가능한 방안을 검토하지 않고 안보실에 건의도 하지 않았다.
해군도 이 씨 실종 사실을 확인하고도 구체적인 수색 방법·경로에 대한 지시 없이 탐색 작전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고, 합참에 탐색 전력을 사실과 다르게 부풀려 작성하고 보고했다. 발견 정황 확인 후에도 조치 가능한 방안을 검토하지 않았다.
이 씨 피살 이튿날인 2020년 9월 23일 새벽 1시에 개최된 관계 장관회의에서 안보실이 이 씨 시신 소각 사실에 대한 ‘보안 유지’ 지침을 내리자 국방부는 2시 30분경 합참에 관련 비밀자료를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합참은 같은 날 3시 30분경 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MIMS·밈스) 운용 담당 실무자를 사무실로 나오게 해 밈스에 탑재된 군 첩보 보고서 60건을 삭제했으며, 이후에도 피살사건 관련 비밀자료 123건을 밈스 등에 탑재하지 않은 채 삭제했다.
통일부는 9월 22일 오후 국정원으로부터 피살사건 관련 정보를 최초 전파받았음에도 국회와 언론 등에는 23일 새벽에 열린 관계 장관회의에서 최초로 인지했다고 거짓으로 알렸다.
이 씨가 사망한 것으로 언론에 발표된 이후 국방부 등은 부정확한 사실을 근거로 이 씨가 자진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분석보고서를 작성하여 언론 등에 발표했다. 국가정보원도 자진 월북이 불명확하다고 분석하고도 이를 관계장관회의에 보고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합참이 ‘자진 월북했다’고 결론 내린 정보 분석보고서에서 언급한 4가지 근거 중 △타 승선원과 달리 혼자 구명조끼 착용 △무궁화 10호 CCTV 사각지대에서 신발(슬리퍼) 발견 등은 “군 첩보에도 없고 사실과 다른데 안보실·국방부의 지시로 포함됐다”고 밝혔다.
해경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나 은폐·왜곡된 수사내용 등을 근거로 ‘서해 공무원이 자진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내용의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고, 이 과정에서 피해자인 이 씨의 사생활을 부당하게 공개했다.
아울러 국방부는 군에서 ‘시신 소각’으로 일관되게 판단한 것을 알면서도 안보실의 방침에 따라 ‘시신 소각 불확실’로 판단을 변경했고, 국정원은 ‘시신 소각’으로 분석한 이후 새로운 증거가 없음에도 ‘부유물 소각’으로 판단을 변경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
'서해 공무원 피격' 서훈·박지원 올초부터 재판…비공개 진행 [MBN 뉴스7]
【 앵커멘트 】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과 관련한 감사원의 최종 감사 결과에서 주요 책임자로 거론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박지원 전 국정원장 등은 이미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감사원이 중간 결과를 발표하며 수사를 요청했고, 검찰이 모두 재판에 넘긴 건데요. 다만, 국가기밀이 담겼단 이유로 비공개로 재판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길기범 기자입니다.
【 기자 】 지난해 10월 감사원은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중간 감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러면서 당시 문재인 정권 안보라인의 윗선이던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과 박지원 전 국가원장, 서욱 전 국방부장관 등 20명을 검찰에 수사 요청했습니다. 검찰은 대통령기록물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수사에 착수했고,
▶ 인터뷰 : 서훈 / 전 국가안보실장 (지난해 10월) - "자료 삭제 지시 없었습니다. 국민 생명과 명예를 놓고 근거 없는 조작은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
▶ 인터뷰 : 박지원 / 전 국정원장 (지난해 12월) - "문재인 대통령이나 서훈 실장으로부터 어떠한 삭제 지시를 받지 않았고 (저도) 무엇도 삭제하라는 지시를 하지 않았습니다." 서 전 안보실장 등 윗선 5명을 순차적으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검찰은 당시 서 전 안보실장이 피격사실 은폐를 지시했고, 이에 맞춰 국방부에서 군사정보통합처리체계, MIMS에서 감청 정보 등이 삭제됐다고 봤습니다.
또, 박 전 원장 역시 피격 관련 첩보 등을 국정원 직원들에게 삭제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들 재판은 올해 초부터 법원에서 진행되고 있는데, 내용에 국가 기밀이 포함됐다는 이유로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MBN 뉴스 길기범입니다. [road@mbn.co.kr]
영상취재 : 강두민 기자
영상편집 : 김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