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선고에 3년… 권력자가 앞에 서면 늘어지는 재판
“사법 정의 훼손” 우려 커져
조희대 대법원장은 11일 취임사에서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강조했다. 법조인들은 이 원칙을 여야(與野) 정치인, 정권 유력 인사들의 재판에 가장 엄정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법조인은 “권력자라는 이유로 법원이 재판을 늦춰주며 권력을 누릴 시간을 준다면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을 어기는 것”이라며 “이는 사회 정의에도 반(反)한다”고 했다.
법원이 유독 ‘권력자’ 재판을 질질 끈다는 비판과 논란은 지난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빈번했다.
‘문재인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은 기소된 지 3년 10개월 만인 지난달 29일 1심 판결을 선고했다. 당시 선거에서 당선된 송철호 전 울산시장은 징역 3년을 받았지만 임기(4년)를 이미 마친 뒤였다. 황운하 민주당 의원도 징역 3년을 받았지만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기(4년)를 모두 채울 전망이다. 최근 황 의원은 내년 총선에 출마할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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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검찰의 기소로 문재인 정부에서 시작됐던 ‘울산 사건’의 1심 재판은 “권력자 사건 재판 지연의 대표적 사례”란 평가를 받았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은 법원 내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 김미리 부장판사에게 재판장을 맡겼다. 김 부장판사는 쟁점과 증거를 정리하는 공판 준비 기일만 여섯 차례 진행했는데 거기에만 15개월이 걸렸다. 이후 재판부 구성이 바뀌면서 시간이 더 걸리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 법조인은 “문재인 정부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울산 사건 기소를 지휘한 것부터 불만이었다”면서 “‘김명수 체제’가 그런 권력의 기류를 읽고 재판을 뭉개준 모양새가 됐다”고 했다.
조국 전 법무장관은 자녀 입시 비리 등 혐의로 지난 2019년 12월 기소됐지만 아직 2심 재판에 머물러 있다. 1심 판결은 기소 이후 3년 2개월 만인 올해 2월에 선고됐다. 조 전 장관은 징역 2년을 받았지만 법정 구속을 면했다. 조 전 장관은 내년 4월 총선 출마를 검토 중이라고 한다. 2심 재판부는 “(조 전 장관 사건 판결) 선고 가능한 날짜를 내년 2월 8일로 전제하고 있다”고 밝힌 상태다.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후원금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윤미향 의원은 기소 후 2년 5개월 만인 올해 2월 1심 판결을 받았다. 상당수 혐의가 무죄로 나오면서 벌금 1500만원이 선고됐다. 하지만 지난 9월 2심에서는 유죄로 인정된 혐의가 늘어나 의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그러나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수개월이 더 걸려 윤 의원은 남은 임기를 채울 것으로 보인다.
최강욱 전 민주당 의원이 조 전 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 증명서를 발급한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는 데는 3년 8개월이 걸렸다. 1심과 2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이 선고된 뒤 작년 6월 대법원에 사건이 올라왔지만 1년 3개월 동안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이 사건의 주심인 오경미 대법관이 사건을 전원합의체로 넘기면서 재판이 더 늦어진 것이다. 최 의원의 의원직 상실형이 확정됐을 때는 의원 임기를 80% 넘게 채운 상태였다.
작년 9월 기소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1심 재판은 1년 3개월 가까이 계속되고 있다. 이 대표는 벌금 100만원 이상의 유죄판결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상실하고, 민주당은 434억원에 이르는 대선 선거 보전금을 반환해야 한다. 이 사건 1심 재판은 이제 절반 정도 진행됐고 내년 총선 전에 1심 판결이 나올 가능성은 작다고 한다.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작년 9월 기소됐지만, 최근 이 전 부지사가 재판부 기피 신청을 잇달아 내면서 재판이 중단됐다. 이 전 부지사의 기피 신청이 두 번 기각되면서 이제 대법원에 올라가 있는데, 대법원은 2주 가까이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 한 법조인은 “내년 2월 법관 정기 인사로 쌍방울 재판부가 교체돼 재판이 늘어지는 상황까지 염두에 둔 지연 전략”이라고 했다.
재판부가 계속 바뀌면서 4년 가까이 1심이 진행 중인 ‘정치인 재판’도 있다. ‘국회 패스트 트랙(신속 처리 안건) 충돌’ 사건인데,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 24명, 민주당 의원 5명 등 여야 의원 29명이 2020년 1월 기소됐다. 그때 국회의원이었다가 2020년 총선에서 낙선하고 내년 총선에 출마하려는 정치인도 있다. 판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기소부터가 논란인 사건이지만, 그렇다고 이런 식으로 결론을 회피하는 것은 법원의 직무 유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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