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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한 방울

류지미 2023. 12. 20. 03:11

눈물 한 방울 [신동욱 앵커의 시선]

https://www.youtube.com/watch?v=vDdO7BYyvC0&t=15s

 

 

Aug 2, 2022

검은 드레스에 짙은 눈 화장을 한 김연아 선수가 카리스마 넘치는 안무를 펼칩니다. 강렬한 눈빛과 역동적 몸짓, 악마에 홀리기라도 한 듯 고혹적인 연기로 세계를 사로잡았던 '죽음의 무도' 입니다.

 

생상스의 교향시 '죽음의 무도'에선, 해골들이 무덤에서 깨어나 밤새 무도회를 벌입니다. 14세기 페스트가 유럽을 휩쓴 뒤, 인간은 누구나 죽음 앞에서 평등하다는 깨달음을 얻습니다. 그 깨달음은 많은 미술작품으로 표현됐고 춤, 음악으로도 연결됩니다.

 

이 걸작에서 죽음은, 산 자에게 다가와 죽음의 춤을 강요합니다. 교황 주교 영주들을 줄줄이 죽음의 행렬에 세우며 '죽음을 잊지 말라'고 합니다. 스님들은 산길을 가다 무성하게 자란 율무를 보면 걸음을 멈추고 반야심경을 읊습니다.

 

율무를 깎은 염주가 땅에 떨어져 틔운 새 생명에서, 이름 모를 불자의 죽음을 보며 합장 경배합니다. 이어령 선생도 병상에서 쓴 마지막 글에서 "남을 위해 흘리는 눈물이 가장 아름답고 힘 있다"고 했지요.

 

이재명 의원과 직간접으로 연관된 의혹의 실마리를 쥔 사람들이, 벌써 네 명째 갑자기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우연치고도 참으로 공교로운 우연의 연속입니다. 이번에 숨진 사람은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불법 유용 의혹과 관련해 경찰 조사를 받은 뒤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그의 명의로 된 개인 카드로 결제를 하고 나중에 취소한 뒤, 법인카드로 결제한 기록이 나왔다고 합니다.

 

그는 경기도 산하기관 비상임 이사이기도 했습니다. 그가 살던 집 주인은, 법인카드 유용에 깊이 관여한 의혹을 받는 김 씨의 수행비서였습니다. 백번 양보해도 이 의원과 무관하다고는 할 수 없는 사람입니다.

 

그가 숨진 사실이 알려진 뒤 이 의원은 "사망 기사에 좋은 댓글을 달아주겠다"는 지지자들에게 "고맙잔아"라고 답글을 붙였습니다. 무슨 뜻으로 이런 말을 했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뒤이어 나온 이 의원의 발언에는 숨이 턱 막힙니다.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 무당의 나라여서 엮는 것이냐"고 했습니다.

 

대장동 사업과 관련이 있는 성남시 산하단체의 전 간부가 극단적 선택을 했을 땐 "모르는 사람" 이라고 했습니다. 그의 시신이 장지로 떠나던 날에는 산타 차림으로 춤추는 영상을 올렸습니다.

 

이재명 의원은 같은 집에서 살고 있는 부인이 경기도의 법인카드를 함부로 썼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의혹에 관련된 핵심 증인이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누구든 어떤 죽음이든 죽음 앞에서는, 두렵고 삼가는 경외의 마음을 품게 마련입니다.

 

무당의 나라가 무엇을 지칭하는지는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과는 무슨 관련이 있는지 이해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돌아가신 이어령 선생은 "대립과 분열의 피눈물이 흐르는 현실 속에 절실한 것은 눈물 한 방울" 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눈물만이 우리가 인간이라는 걸 증명해준다"고 했습니다.

 

8월 1일 앵커의 시선은 '눈물 한 방울' 이었습니다.

 

[Ch.19] 사실을 보고 진실을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