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v and Arts

"오렌지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류지미 2024. 1. 6. 05:10

 

 

 

 

19세기 후반, 지나친 낭만주의에 젖어 있던 이탈리아 예술계에 반기를 들어 현실주의를 내세우는 문예운동, 즉 베리즈모(Verismo) 운동이 대두되었는데,

그 첫 번째 작품이 이탈리아의 작가 조반니 베르가(Giovanni Verga 1840-1921)의 희곡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였다.

1884년 밀라노에서 초연된 이 연극을 시작으로 서민이 주인공으로 떠오르게 되었고, 스토리는 사람들 곁으로 바짝 닥아 왔다.

1887년 7월, 밀라노의 음악출판사 손조뇨(Edoardo Sonzogno)사가 창작 오페라 공모전을 열었다. 조건은 단막의 오페라로, 최우수작으로 선정된 세편의 오페라는 손조뇨사에서 모든 제작비용을 대서 무대에 올리는 특전이 주어졌다.

마스카니는 이미 이때 4막짜리오페라를 쓰고 있었는데 손조뇨 공모전의 조건에 따라 새로운 단막 오페라를 써서 공모전에 응모하려 했다. 마감 두 달을 앞두고 리보르노 왕립 해군 사관학교의 교수이자 시인인 마스카니의 친구 토제티(Giovanni Targioni-Tozzetti)가 당시 대중적인 인기가 컸던 베르가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를 각색한 대본을 제시했다.

마스카니가 이 제안을 받았고 토제티는 자신의 동료 귀도 메나시(Guido Menasci)와 오페라용 대본을 쓰기 시작했는데 워낙 응모 마감이 촉박해서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쪽대본을 거의 매일 마스카니에게 주고 마스카니는 여기에 곡을 붙이는 등 그야말로 단거리 경주하듯 작곡을 진행했다. 어떤 때는 엽서에 단 몇 줄짜리 쪽대본을 써서 마스카니에게 우송하기도 했다. 결국 작품은 마감 하루 전에 가까스로 완성되어서 제출할 수 있었다.

1890년 5월에 결과가 발표되었는데, 최종적으로 선정된 세 작품은 니콜라 스피넬리의 <라빌리아>, 빈첸초 페로니의 <루돌로>,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였다. 1890년5월 17일 로마의 콘스탄치 극장에서 초연 되었다.

이 세 작품 중에서 오늘날까지 인기를 모으는 작품은 마스카니의 것이 유일하다. 그러나 이후 이 작품을 능가하는 작품을 남기지 못했고 게다가 무솔리니를 편든 죄로 쓸쓸한 만년을 보냈다.

오페라의 내용이 워낙 짧아서 같은 단막 오페라인 레온카발로의 <팔리아치>와 한 세트로 무대에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 두 오페라의 동시 공연을 카브-파그(Cav-Pag)라고 부른다. 간혹 푸치니의 <외투>와 세트로 오르는 경우도 있다(1994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두 작품은 시골의 평범한 사람들과 유랑극단의 피에로처럼 서민이나 밑바닥 인생들의 이야기를 다루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1890년경 부활절, 시칠리아 섬 한 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제목은 <시골의 기사>라는 뜻인데, 애인 롤라를 뒤로하고 군대에 갔던 투리두가 제대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미 알피오와 결혼하여 살고 있는 롤라를 잊기 위해 투리두는 순정의 처녀 산투차와 약혼했지만 투리두가 여전히 롤라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산투차가 알피오에게 이 사실을 알리게 되고, 결국 투리두는 알피오와 결투 끝에 죽게 된다는 내용이다.

1시간 10분 정도의 짧은 오페라임에도 불구하고 극적 내용이 풍부하고 격한 감정과 서정성의 조화로운 대비가 극 전체의 긴장감을 유지시켜 주고 있고, 아름답고 서정적인 선율과 비참한 결말이 청중에게 강하게 어필하고 있다.

☆ 원작 : 조반니 베르가

☆ 대본 : 조반니 타르지오니 토제티, 귀도 메나시

☆ 초연 : 1890년 5월 17일, 로마 코스탄치(Teatro Costanzi) 극장

☆ 등장인물

산투차(Santuzza, 투리두와 약혼한 여인, 소프라노, 메조 소프라노가 이 역을 노래하는 경우도 많다. 줄리에타 시묘나토, 피오렌차 코소토, 아그네스 발차 등)

투리두(Turiddu, 마을의 청년, 테너)

루치아(Lucia, 투리두의 어머니, 콘트랄토, 콘트랄토가 워낙 희귀해서 메조 소프라노가 노래하는 경우가 많다)

알피오(Alfio, 롤라의 남편, 바리톤)

롤라(Lola, 투리두가 과거에 사랑했던 여인, 메조 소프라노)

▷ 주요 음악들

▶ 전주곡(Andante Sostenuto, F장조, 4/4박자)

풍부한 관현악의 전주곡으로 오페라에 등장하는 중요한 멜로디들이 환상곡 풍으로 흐른다.

▶ "오 롤라, 너는 들꽃처럼 아름답다“ (시칠리아나)

▶ "오렌지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합창)

▶ "어머니도 아시다시피"

▶ 간주곡(Andante Sostenuo, F장조, 3/4박자)

▶ "술을 가득 채워서" (건배의 노래)

▶ "어머니 포도주가 독하군요"


▷ 개요

무대는 시칠리아섬의 어느 촌락, 투리두는 애인 롤라를 남겨놓고 입대한다. 제대하고 돌아와보니 그녀는 마부 알피오의 아내가 되어 있다. 그래서 그는 마을 처녀 산투차를 가까이하지만 한편으로는 롤라와의 관계를 회복하려고 한다. 이런 삼각관계 끝에 투리투가 알피오와 결투 끝에 죽는다는 연애비극이다.

이 오페라 중에서 처음에 나오는 투리두의 <시칠리아노>, 산투차의 아리아 <어머니도 아시다시피>와 간주곡 등이 유명하다. 한국에서는 1959년 4월 프리마 오페라단(현종건 지휘)이 국립극장에서 초연했다.

▲ 시놉시스

마을의 청년 투리두가 <오 롤라, 너는 들꽃처럼 아름답다>고 노래하는 시칠리아나가 들린다. 교회 종이 울리는 가운데 막이 열리면 시칠리아 섬 마을 광장이 나타난다. 무대 한편에는 교회가, 다른 한 편에는 선술집이 있다. 부활절 아침이어서 마을 사람들은 개막의 합창 <오렌지꽃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를 밝게 노래하면서 교회로 들어간다.

이와 대조적으로 깊게 가라앉은 멜로디와 함께 마을의 처녀 산투차가 등장해서 선술집 여주인 루치아에게 투리두의 행방을 묻는다. 투리두는 전에 롤라를 사랑했으나 그가 군대에 가 있는 동안에 롤라가 마부 알피오와 결혼했고, 그래서 지금은 산투차와 약혼한 사이이지만 그는 아직도 롤라에게 연정을 품고 있다.

루치아는 산투차의 물음에 아들은 술을 사러 갔다고 말하지만 산투차는 그에게 버림받지 않을까 하고 비탄스럽게 호소한다. 그때 채찍 소리를 울리며 <말은 용감하다>고 기세 있게 노래하면서 알피오가 등장하여 아내에 대한 사랑을 노래한다. 알피오는 선술집에서 여느 때처럼 술을 주문한다. 루치아가 지금 투리두는 술을 사러 갔다고 말하자 알피오는 오늘 아침에 자기 집 근처에서 그를 보았다고 이상하게 여기면서 퇴장한다.

때마침 장중한 오르간의 울림에 이끌려서 교회 안에서 부활절 합창 <주는 부활하셨다>가 들려오고 광장 사람들도 거기에 화답한다. 사람들이 모두 교회 안으로 들어가자 산투타는 루치아를 향해서 <어머니도 아시다시피>라고 극적인 아리아를 노래하면서 자신의 답답한 마음을 루치아에게 호소하며 울음을 터뜨린다. 루치아도 그녀를 동정하여 마리아에게 기도를 드리기 위해 교회로 들어간다.

거기에 투리두가 어머니 루치아를 만나려고 바쁘게 나타나 산투차와 조우한다. 산투차는 술을 사러갔다 왔다는 그의 거짓말을 책망하며 자기 마음을 호소하는 이중창을 전개하는데, 멀리서 스토르넬로 <글라디올러스 꽃이여>를 노래하는 쾌활한 롤라의 목소리가 들린다. 여전히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산투차를 뿌리치고 투리두는 롤라의 뒤를 따라 교회에 들어간다. 질투로 미쳐 날뛰는 산투차 앞으로 알피오가 지나가자 그녀는 알피오에게 롤라와 투리두의 관계를 폭로한다. 아내의 부정을 알고 복수할 마음으로 불타는 알피오와 산투차가 이중창을 부르며 두 사람은 무대에서 사라진다.

아름다운 간주곡이 연주된 후에 마을 사람들이 교회에서 나와 유쾌한 기분으로 귀로에 오른다.

투리두는 롤라를 유인하여 선술집에 들러서 마을 사람들과 술잔을 주고받으며 축배의 노래 <술을 가득 채워서>를 노래한다. 거기에 알피오가 나타나 일동에게 인사를 하지만 투리두가 내민 술잔을 거절하면서 두 사람이 말다툼을 한다. 마침내 당시의 풍습에 따라 투리두가 알피오의 오른쪽 귀를 물어 결투를 신청한다. 투리두는 뒤에 남은 산투차가 안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이미 뒤로 물러날 수 없다. 그는 어머니에게 격정적인 아리아 <어머니 포도주가 독하군요>를 노래하며 이별을

고하며 산투차를 부탁한다.

아들의 모습에서 심상찮은 기색을 느낀 루치아가 뒤를 따라가려고 하지만 달려온 산투차와 무의식중에 서로 껴안는다. 이윽고 불길한 음악 소리와 함께 멀리서 떠들썩한 사람들의 소리가 들려온다. 그 가운데 한 여자가 <투리두가 죽었다>고 외치면서 달려온다. 산투차는 정신을 잃고 쓰러지고 루치아도 마을 사람들의 부축을 받으면서 쓰러지는 가운데 막이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