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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내지 마십시오, 늘 내일은 있습니다"

류지미 2024. 1. 29. 16:47

 

[최훈 칼럼] "화내지 마십시오, 늘 내일은 있습니다"

최훈입력 2022. 9. 27. 00:57수정 2022. 9. 27. 06:29
 
최훈 편집인

여야의 논쟁이야 어느 정도 정치의 생리다. 원래 의회(Parliament)는 마음대로 떠들라는(Parler) 데가 아닌가. 의회의 원조인 영국에서조차 칼 찬 기사들이 흥분해 결투를 벌이는 일이 잦자 본회의장 중앙 양측에 진홍색 선을 긋는다. 절대 넘지 못하는 이 ‘검선(劒線, Sword Line)’의 거리는 당연히 칼 길이의 2배. 우리 국회? 매일 이 검선을 집단으로 넘나들며 사생결단이다. 누가 얼굴 두껍고 속 검은지 ‘후흑(厚黑)’의 경쟁뿐이다. 내일이란? 없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회 관련 비속어 발언을 둘러싼 정쟁은 우리 정치의 초라하고 서글픈 자화상이다. 일사불란·상명하복의 검사 출신인 윤 대통령에겐 시장터 같은 그곳이 무질서, 비생산적 혼란 그 자체일 수 있을 터다. 몽니를 일삼는 그곳이 검사들에겐 ‘건달’과 ‘잠재적 피의자’들 집합소쯤의 이미지로 비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불쑥 튀어나온 그 표현에만은 국가의 최고 어른인 만큼 유감을 표명하고 가는 게 어땠을까.

 

「 대통령 발언 둘러싼 정쟁은
우리 정치의 초라한 자화상
용산, 과감한 협치 주도하고
야당도 대승적 국정 협력을

이 논란을 떠나 우리 국회도 이젠 스스로의 모습을 한번 되돌아봐야 할 시간이다. 여야의 사령탑인 원내대표는 미래의 ‘국민통합’ 대통령감이라면 반드시 거치면 좋을 선망과 명예의 자리다. 그러나 지금 검선 돌파의 선봉은 바로 그들이다. 민주당 원내대표의 아침은 대통령과 부인, 여당·정부에 대한 비난이 시작이자 끝이다. “탄핵의 불행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정권 말기 레임덕 수준” “문고리 육상시(六常侍)가 장악한 대통령실”… 부대변인급이 하면 될 수준의 비난을 대화 정치의 마지막 보루인 원내대표가 아침부터 쏟아낸다.

여당의 품격도 다를 게 없다. 국민의힘 직전 원내대표는 노출된 문자에서 “대통령님의 뜻을 잘 받들어 당정이 하나 되는 모습”이란 충성 맹서가 서슴없다. 아니 제왕의 나라인가. 왜 선출된 의회 권력의 책무와 자존감을 스스로 저버리는가. 입법부와 행정부는 늘 서로의 ‘야심’을 견제해 독재를 막으라는(때론 협력도 해가면서) 게 3권분립의 영혼 아닌가.

여야 의원들도 영혼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1년7개월 앞 총선의 공천이 두뇌의 대부분이다. 공천권을 지닐 이재명 대표의 눈치를 보는 게 민주당의 일상이다. ‘두산-성남FC 간 이 대표의 제3자 뇌물 수수 의혹’ 사건 등 수사 압박에의 방어, 대통령·여당 공격의 전초병은 공천 스팩 쌓기에 제격이다. 대선 중 스스로 거론했던 선거법 개혁, 개헌 등 정치개혁, 아니 정치 교체의 목소리를 이어가는 의원들은 어디 있는가. ‘노란봉투법’ 등 총선을 겨냥한 포퓰리즘만이 도지고 있다. 오죽하면 ‘이재명·민주노총 방탄(防彈)의원단’이란 모욕까지 듣고 있는가.

 

국민의힘 역시 ‘윤핵관’이 로망인 의원들의 ‘용산 메카’를 향한 공천 충성 경쟁과 신구 권력의 이전투구로 숨이 가쁘다. 여당의 막중한 국정 책임? 뒷전일 뿐이다. 여야 모두 ‘당론(黨論)’이란 시대착오적인 괴물을 내세워 국민이 권리를 위임해 준 입법기관 개인의 격(格)과 영혼을 질식시키고 있다.

용산에 우선 부탁드린다. 과감하고 적극적인 야당과의 협치와 친교에 먼저 나서 달라. 밉겠지만 그들을 통과해야 일을 한다. 그러니 비속어 논란을 속히 매듭짓고 무한대의 인내로 다시 협력을 구해 가라. 협치의 애물단지인 민주당의 ‘처럼회’ 의원에게 먼저 밥먹자고 초대하는 건 또 어떤가.

상생과 협치의 생생한 교훈은 미국의 하원의장 10년, 의원 34년을 지낸 토머스 오닐의 자서전 『MAN OF THE HOUSE』가 일러준다. “의원 경험이 전무한 지미 카터가 대통령 취임전 찾아왔다. 의회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르더라. 진짜 문제는 그가 그걸 전혀 알고 싶어 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문제가 생기면 의회는 무시하고 직접 대중에게 호소하자가 그의 방식이었다.”

직후 오닐은 대통령 취임식 티켓을 몇 장 더 줄 수 없느냐고 부탁했다. 그런데 카터의 비서실장 역인 31세의 ‘카핵관’인 해밀턴 조던이 대수롭지 않게 묵살했다. 토머스 오닐의 별칭은 그 이후 ‘팁(Tip)’ 오닐로 불리게 된다. ‘청탁 금지, 공정!’ 아니면 ‘친교의 결핍’이었겠다. 카터? 가장 인기 없던, 20세기 이후 네 번째 단임 대통령으로 끝나고 만다.

오닐의 레이건 회고. “처음 만났지만 레이건 당선인과는 프로풋볼, 그의 출연 영화로 대화하며 온화한 성품, 사교성이 매우 인상깊었다. 나는 ‘당적은 다르지만 오후 6시 이후나 주말에는 친구가 돼보자’고 했다. 이후 레이건은 수시로 전화해 오며 ‘헬로, 팁, 지금 6시 아닌가요’를 반복하더라. 1983년 KAL기가 소련에 격추된 날 아침 7시. 슐츠 국무장관이 전화로 비행기를 보낼 테니 백악관으로 와 함께 논의하자더라. 놀랍게도 자고 있던 대통령에게 보고하기도 전이었다.” 가장 성공한 대통령? 레이건이었다.

여야 정쟁으로 허송한 시간은 고스란히 국민의 피해다. 누가 국민, 국정을 위해 최대한 양보·협력하려고 애썼는지를 총선 투표장까지 반드시 기억해 놓자. 오닐이 남긴 정치의 좌우명. “세상은 돌고 돌지요. 초반에 빨리 뛴 말이 막판엔 힘을 못 씁디다. 언제나 내일은 있고, 오늘의 적이 동료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절대 화내지 마십시오.”

최훈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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