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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이젠 아무 걱정마” 천안함 막내딸 해봄이 소망은

류지미 2024. 3. 27. 05:48

“아빠, 이젠 아무 걱정마” 천안함 막내딸 해봄이 소망은

대학 새내기 된 故김태석 원사 딸
“아빠와 피어날게” 편지 주인공
“해군으로 복무하고 싶은 꿈도”

입력 2024.03.26. 16:50업데이트 2024.03.26.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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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를 다시 만난다면 ‘아빠가 말한 대로 내가 하고 싶은 댄스 공부하면서 잘 살고 있어. 나도, 우리 가족도 걱정하지 마’라고 말하고 싶어요.”

2010년 천안함 폭침 당시 산화(散花)한 고(故) 김태석 원사의 막내딸 김해봄(19)씨는 아버지와의 추억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폭침 당시 김씨는 5살이었는데, 올해 대학에 한 번에 입학해 경기 평택 국제대에서 실용댄스전공을 공부하게 됐다고 한다.

천안함 폭침 희생자 고(故) 김태석 원사의 딸 김해봄씨가 지난 24일 경기 평택시 국제대학교 인근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씨는 지난 22일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해 주목받았다. /남강호 기자
 

김씨를 지난 24일 평택 국제대에서 만났다. 김씨는 본지에 “5살일 때 아빠가 세상을 떠났지만 생전에 남긴 뜻을 본받아 이어가고 싶다”며 “내겐 댄서라는 꿈도 있지만, 대단한 업적을 세운 아빠의 뜻을 이어가고 주변과 우리 사회로부터 받은 만큼 베풀고 싶은 마음에 해군으로 복무하고 싶은 꿈도 있다”고도 밝혔다.

 

김씨는 “아빠가 돌아가신 ‘37살’에 조금씩 가까워지니, 아빠가 이루고 싶었던 걸 다 이루기엔 너무 어린 나이에 돌아가신 것 같다는 아쉬움이 든다”며 “천안함 폭침을 당한 병사들도 다 내 나이 또래였다고 생각하면 감사함과 안타까움이 들고 ‘내가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해야겠다’는 마음도 굳어진다”고 했다.

 

앞서 김씨는 지난 22일 경기 평택 해군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제9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이 따뜻한 봄에 아빠와 함께 활짝 피어날 테니 날 꼭 지켜봐 줘. 꽃이 많이 핀 날, 아빠의 빛나는 봄, 햇살 같은 내가 꽃 소식처럼 찾아갈게”라며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편지를 낭독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김씨의 이름 ‘해봄’은 아버지가 ‘해처럼 봄처럼 밝고 빛나게 자라라’는 뜻으로 지어줬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2일 경기도 평택 소재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제9회 서해수호의날 기념식에서 '아빠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한 천안함 피격 고(故) 김태석 원사의 자녀 김해봄씨를 격려하고 있다. /뉴스1
 
 

◇“우리 세 딸에게 엄마는 ‘울타리 전부’”…졸업 후엔 군인 꿈도

 

폭침 이후 지난 14년 동안 김씨는 두 언니 해나(22)·해강(21)씨와 어머니 이수정(50)씨, 이렇게 넷이서 지냈다. 김씨에게는 어머니 이씨가 큰 힘이 됐다고 한다. 그는 “엄마는 우리 세 자매에게 ‘울타리 전부’였다”며 “항상 ‘아빠를 기억해야 한다’는 말은 했지만, 일상으로 돌아와서는 ‘행복하게 지내자’는 말을 자주 해주셔서 든든한 의지가 됐다”고 했다.

 

어머니 이씨의 어릴 적 꿈은 군인이었다. 세 자매에게 ‘아빠도 군인인데 셋 중 하나는 군인이 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꾸준히 했다고 한다. 실제로 김씨의 큰언니 해나씨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군인의 꿈을 키우려고 우석대 군사안보학과에 입학해 다니고 있는데, 내년에는 해군 소위로 임관할 예정이다. 해나씨는 앞서 지난 2021년 해군 군가산복무(군장학생) 장교 모집 전형에 합격했는데, 군 장학금을 받고 졸업 후 장교로 임관하는 단계를 밟는다고 한다.

천안함 희생자 고(故) 김태석 원사 딸 김해봄씨가 24일 경기 평택시 국제대학교에서 본지와의 인터뷰에 앞서 기숙사 등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씨는 지난 22일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 낭독해 주목을 받았다. /남강호 기자
 

해봄씨 역시 큰언니 해나씨처럼 해군에서 군인으로 복무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부사관 시험을 보거나 편입 후 ROTC나 군장학생이 돼 해군으로 복무해보고 싶다”며 “한 번 사는 인생인데 한 번쯤 아쉬움 없이 해보는 것도 좋지 않겠냐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다”고 했다.

 

아버지가 떠난 후 14년 동안 세 자매의 곁을 지켜준 사람들은 또 있었다. 천안함 폭침 생존 장병들과 아버지의 해군 부사관 동기들이 그들이다. 김씨는 “어릴 때부터 ‘삼촌’으로 부를 만큼 가까운 아빠의 해군 부사관 동기분들이 ‘딸 왔어?’라고 말하며 챙겨주신 기억이 선명하다”며 “악플이 달리고 망언이 돌 때마다 ‘그런 거 보면 삼촌한테 일러라’라고 말해줄 정도로 큰 버팀목이 돼서 그런지 해군에 대한 애정도 커진 것 같다”고 했다.

 

 

◇14년째 계속된 망언·음모론에 “상처받은 날, 하루 이틀 아니었다”

 
 

폭침 후 14년이 지났는데도 이어지는 일각의 천안함 관련 망언과 음모론에 대해 김씨는 분노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어릴 때는 악플을 보거나 음모론을 들었을 때 ‘왜 나라를 위해 돌아가신 우리 아빠를 보고 사람들이 나쁜 얘기만 하는 걸까?’하는 생각에 상처받은 날도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며 “천안함 폭침도 드라마나 영화의 한 장면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보면 ‘유가족들이 실제로 없다고 생각하나?’ ‘뉴스에 나온 유가족들은 가짜라고 생각하나?’라는 생각에 화가 나기도 한다”고 했다.

 

정부가 순직 군경의 유가족뿐 아니라 순직 당사자를 기억하는 노력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도 했다. 김씨는 “음모론이나 망언 속에서도 나라를 위해 희생한 군인·경찰·소방을 국민들이 제대로 기억할 수 있도록 상기해줄 수 있도록 정부부터 노력해야 한다”며 “특히 나처럼 어릴 때 악플이나 망언을 접하면 의아한 마음도 들고 상처도 입는다”고 말했다.

 

 

◇“후배들부터 챙기던 아빠… 나도 받은 만큼 베풀고 싶어”

 

김씨에게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5살 때가 마지막이다. 그의 머릿속에 남아있는 아버지의 모습은 ‘주변을 잘 챙기는 사람’이라던 주변 사람들의 기억으로만 채워졌다. 그는 “아빠는 항상 엄마한테도 출항 전 ‘후배들이랑 먹게끔 이것 좀 많이 싸줘’라고 말했고, 가족과 주변 선후배들에게 맛있는 간식도 항상 많이 사다 줬다고 하더라”고 했다.

 

그는 지난 14년의 시간 동안 보훈 자녀로 살면서 받은 혜택을 사회에 다시 환원하고 싶다는 마음도 강조했다. “주변을 챙기면서 살면 좋은 사람으로 기억될 수 있다는 것을 어릴 때부터 느끼다 보니 이젠 도움을 받은 만큼 보답하고 돌려주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며 “군인이란 꿈을 가슴 한편에 담아두고 있는 것도 우리 사회를 위해 베풀고 싶은 마음이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해봄씨가 태어난 2005년에 아버지 고(故) 김태석 원사(왼쪽)와 함께 찍은 사진. /김해봄씨 제공
 
 

아버지가 떠난 지 14년이 지났지만 김씨의 마음속에는 ‘아빠의 빈 자리’가 남아 있다고 한다. 고등학교 3학년이던 작년에 김씨는 입시 준비로 힘들 때마다 국립대전현충원의 아버지 묘소를 여러 번 찾아 혼자서 푸념하기도 했다. 그는 “아빠 생신인 매년 9월 15일과 현충일만 되면 가족이나 해군 동기분들과 함께 아빠 계신 곳을 다 같이 들른다”면서도 “작년에는 입시 준비로 벽에 부딪힐 때마다 아빠 계신 곳 앞을 찾아가 누구한테도 털어놓기 힘든 고민을 독백하듯 쏟아내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열린 고등학교 졸업식에서도 가장 많이 떠올랐던 사람은 아버지였다고 했다. “학창 시절 마지막 졸업식인 자리에 아빠가 없었다는 게 왠지 모르게 속상한 느낌이 들었다”며 “만약 아빠가 졸업식 자리에 와줬다면 ‘아빠가 말한 대로 내가 하고 싶은 공부 하면서 잘 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라고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김해봄씨가 3살이던 지난 2008년쯤 찍은 가족 사진. 맨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해봄씨, 아버지 고(故) 김태석 원사, 어머니 이수정씨, 큰언니 해나씨와 작은언니 해강씨. /김해봄씨 제공
 

올해도 어김없이 3월 26일은 찾아왔다. 3월만 되면 아버지 생각이 김씨의 머릿속을 채운다고 한다. 학창 시절에는 3월만 되면 매년 3월 26일에 열리는 추모 행사에 참석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문이 학교로 와서 선생님들이 “해봄이 행사 잘 다녀와”라고 말했다고 한다. 올해는 대학에 입학하면서 평소보다 아버지에 대한 생각이 더 많이 났다고 한다. 그는 “3월만 되면 추모 행사가 많아 아빠 생각이 제일 많이 난다”며 “매 학기 말에 학교에서 정기 공연이 열리는데, 공연 준비를 위해 매 순간 매진하다 보면 아빠도 하늘에서 내 모습을 보고 뿌듯해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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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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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6 17:10:32
김원사님, 꿋꿋하게 잘 견디고있는 따님을 보니까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아무쪼록 따님께서 전세계 최고의 무용가로 성공하시길 기도합니다.
답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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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879
 
2024.03.26 17:20:55
천안함에대한 끊임없는 음모를 만드는 자들이 이번총선에 나온다고 합니다 북한에 명분을주고 끊임없이 음모를 자아내는자를 막아야합니다 김해봄양을 위해서라도 그런자들이 더이상 상처를 줘서는 안됩니다 잘자라줘서 고맙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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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6 17:25:01
아버지를 이어받아 훌륭한 해군의 길을 걷기를 바랍니다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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