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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브라질 몰락은 검찰 독재 때문”이라는데…남미 역사 살펴보니

류지미 2024. 3. 27. 07:00

이재명 “브라질 몰락은 검찰 독재 때문”이라는데…남미 역사 살펴보니

류재민 기자입력 2024. 3. 26. 19:00수정 2024. 3. 27. 01:22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서대문 지역에 출마한 김동아, 이지은 후보와 함께 서울 아현역에서 출근길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유튜브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브라질도 7대 경제 강국이다가 갑자기 추락해 버렸다. 사법 독재, 검찰 독재 때문”이라고 했다. 이 대표가 언급한 ‘사법·검찰 독재’는 2014년 시작된 브라질의 역대 최대 부패 수사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브라질 최대 기업이자 국영 정유사인 페트로브라스의 뇌물 혐의 수사가 점차 확대돼 브라질의 유명 기업인·정치인들이 줄줄이 수감된 부패 사건이다. 그런데 이 중 상당수가 최종적으로는 무죄 판결을 받아 ‘무리한 수사’였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당시 부패 스캔들에 현직 대통령이던 좌파 정권의 지우마 호세프도 연루돼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호세프 대통령은 2016년 8월 탄핵당했다.

 

그런데 브라질 경제가 이 사건 때문에 추락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이 사건에 연루된 브라질의 대기업들은 타격을 입었겠지만, 브라질은 이미 이 사건이 있기 전부터 살인적인 인플레이션과 주력 수출품인 원자재 가격의 폭락으로 기울고 있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2003~2010년 집권)에서 호세프(2011~2016년)로 이어지는 좌파 포퓰리즘(대중 영합주의) 정권의 과도한 복지와 방만한 재정 운영이 물가를 끌어올리고 재정을 파탄 내 국가 경제를 망가뜨렸다는 평가가 많다. 조희문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중남미법 전공)는 “오히려 브라질의 고질적인 부패가 경제난을 불러온 가장 큰 원인이다”라며 “부패 수사 때문에 경제난이 찾아왔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주장이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부패 스캔들과 시기가 겹치긴 했지만 브라질 경제가 크게 꺾인 2015년의 가장 큰 변수는 유가 폭락이었다는 평가가 대세다. 당시 유가가 반 토막 나면서 석유 수출 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의 경제가 큰 타격을 입었다. 대표적인 국가가 브라질이었다.

 

이 대표는 아르헨티나도 ‘실패의 사례’로 언급하면서 “잘살던 나라가 정치가 후퇴하면서 망해버렸다”고 했다. 그런데 그 ‘정치 후퇴’의 면면을 보면 오히려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및 대선 후보 시절 주창하던 무상 복지 확대책과 부합하는 측면이 많다. 아르헨티나의 경제를 끌어내린 요인으론 좌파 페로니즘(1940~1950년대 좌파 지도자 후안 페론을 계승하는 대중 영합주의)의 과도한 복지 탓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019~2023년 집권한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이 복지 혜택을 남발해 국가 부채가 962억달러(약 125조원) 불어났고, 모자라는 재정은 중앙은행의 돈 찍기로 충당해 140%가 넘는 극심한 인플레이션까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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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