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iting Articles

두 손 들고 항복했지만 러軍 총격… 살해된 민간인 신원 밝혀졌다

류지미 2022. 3. 31. 12:33
 

 

두 손 들고 항복했지만 러軍 총격… 살해된 민간인 신원 밝혀졌다

입력 2022.03.28 14:45
 
 
                 두 손을 들고 항복의사를 밝혔지만 러시아군의 총에 맞아 숨진 남성 막심 로벤코. /BBC 캡처
 

러시아군이 두 손을 들고 항복 의사를 밝힌 민간인을 총살한 영상이 전세계에 충격을 안긴 가운데, 해당 영상 속 민간인의 신원이 공개됐다.

 

26일(현지 시각) BBC에 따르면, 항복 의사를 밝혔지만 러시아군의 총에 맞은 남성은 막심 로벤코로, 그의 아내 역시 살해된 것으로 전해졌다.

 

 
                                                           /ZDF frontal 트위터
 

앞서 독일 공영방송 ZDF는 지난 15일 한 우크라이나 자원봉사자가 촬영한 드론 영상의 일부를 입수해 공개했다. 우크라이나 키이우 서쪽의 E40 고속도로에서 7일 오후 2시 16분쯤 촬영된 이 영상에는 항복 의사를 밝힌 남성이 러시아군의 총에 맞아 쓰러지는 장면이 포착됐다. 해당 영상에는 군인들이 쓰러진 남성의 손발을 잡고 갓길 쪽으로 질질 끌고 가는 모습도 담겼다.

 

막심의 가족과 함께 피란을 떠난 그의 친구는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친구는 “함께 피난을 가던 중 총소리가 들렸다. 러시아군이 총을 쏘고 있었다. 함께 피난을 가던 우리는 모두 차를 돌렸다”고 말했다. 이어 “곧 우리는 모두 멈춰 섰다. 차량 한 대가 안 보였기 때문이다. 막심의 차였다. 그 차에는 막심과 그의 아내, 아들과 나의 어머니가 타고 있었다”고 했다.

 

친구는 “같이 차에 타고 있던 내 어머니가 말씀하시길, 막심도 차를 돌렸지만 차량이 공격을 받고 멈춰섰다고 했다”며 “막심은 차에서 내려 손을 들고 차에 아이가 타고 있다고 소리쳤지만 군인들은 그를 쐈다고 한다”고 했다.

 

 
 
                   항복 의사를 밝혔지만 러시아군에 살해된 남성 막심 로벤코(오른쪽)와 그의 아내./BBC 캡처
 

이 사건으로 막심과 그의 아내는 사망했고, 6세 아들과 친구의 어머니는 러시아군이 풀어줘 살아남은 것으로 전해졌다.

 

막심의 아버지 세르게이 로벤코는 “그 영상을 보기 전까지는 (아들이 살아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세르게이는 “아들의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전화 속 그가 조용히 있어서 나는 곧바로 뭔가 잘못됐다는 걸 인지했다. 그는 내게 ‘기운 내길 바란다. 아들과 며느리가 사망했다’고 말했다”고 했다. 이어 “그 영상을 보고 아들의 몸을 만질 때까지 나는 그가 죽었다는 사실을 믿지 못했다”고 심경을 전했다.

 

당시 영상을 촬영한 드론 조종사는 “공중 정찰을 하다가 민간인 차량 행렬이 러시아군 진지로 접근하는 것을 발견했다”며 “모두 명백한 민간인 차량이었다. 당시 도로 가장자리 숲 쪽에 정차해있던 탱크에는 흰색의 러시아군 식별이 그려져 있고 병사로 보이는 사람들 옷에도 흰색 식별이 그려져 있었다. 이들은 100% 러시아군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별 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고 BBC는 전했다.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OHCHR)은 27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래 약 한달 동안 민간인 1119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사망자 가운데 99명은 어린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교전이 이어지고 있는 마리우폴의 사망자 수는 포함되지 않은 수치다. 보고서에 따르면 사망자와 부상자 대부분은 미사일 등 광범위한 지역에 타격을 입힐 수 있는 폭발형 무기에 의해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