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고발 장준희 "'검수완박' 위헌 법률, 尹 '공포' 취소해달라"
하준호
입력 2022. 04. 28. 16:38 수정 2022. 04. 28. 17:34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긴급출국금지(출금) 사건을 공익신고인으로서 처음 세상에 알린 장준희(52·사법연수원 31기) 인천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가 28일 현재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관련해 “내부고발이나 공익신고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전날 본회의 직전 경찰이 무혐의로 판단해 불송치한 사건에 대해 이의신청을 할 수 있는 ‘사람’에서 고발인을 제외한다는 내용(245조의7)을 개정안에 추가한 데 대해서다. 이에 따르면 국가가 피해자인 공직자·선거범죄나 내부고발 또는 기관(감사원·국민권익위원회·국가인권위·선거관리위원회 등) 고발 사건에서도 사실상 당사자인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이 제한된다.
장 부장검사는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민주당이 밀어붙이고 있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중 일부인 해당 조항에 관해 “그러면 내 경우도 국민권익위원회가 이첩한 사건이므로 고발이나 신고 사건으로 분류돼 이의신청권 제한 대상에 들어갈 것 같다”며 “내부고발이나 공익신고를 위축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데 동감한다”고 말했다.
장 부장검사는 ‘정치적 목적의 제삼자 고발이 빈번해 수사기관의 업무과 가중된다’는 정치권의 주장에 대해선 “결국 정치적 목적의 개악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며 “10건 중 1건이라도 국가의 사법정의가 실현될 필요가 있다면 다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고발인을 이의신청 주체에서 제외한 개정안은 당연히 헌법상 평등권, 형사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 검사의 영장청구권과 수사권을 규정한 헌법 위반”이라고 덧붙였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불법 긴급출국금지 사건의 공익신고인인 장준희 인천지검 부장검사가 28일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을 제한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해 "헌법상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중앙포토
“文, 숙려기간 없이 바로 공포하면 직무유기”
장 부장검사는 별도로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e-PROS)’에 A4 11쪽 분량의 글을 올려 “민주당이 계획한 대로 5월 3일 본회의 통과 직후 국무회의를 열어 졸속 입법된 ‘검수완박’ 법안을 그대로 공포하는 것은 ‘대통령과 정부의 직무유기’”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과 내각 국무위원을 향해 “대통령님을 정점으로 하는 행정 각부의 장은 국회에서 통과된 법률을 국무회의에서 그대로 의결하는 ‘거수기’가 아니며 ‘민주당 이중대’도 아니다”라며 “대통령과 정부에 부여된 15일의 숙려기간과 법제업무운영규정, 국무회의 규정 등에서 정한 국무회의 심의 전 단계의 규정을 모두 무시하고 국회 통과 몇 시간 만에 법무부와 대검찰청, 법제처와 관계 행정기관의 법률안 검토 없이 의결할 경우 시민단체 등의 직무유기 고소·고발 가능성과 국민 분열도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썼다.
현재 민주당은 오는 30일 검찰청법 개정안 본회의 통과→다음 달 3일 오전 형사소송법 개정안 본회의 통과→다음 달 3일 오후 문재인 정부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두 개정안 의결 및 공포를 목표로 하는 계획을 밝혀둔 상태다.
이에 장 부장검사는 “국회법상 공청회, 입법예고, 안건조정위원회 규정 등을 제대로 준수했는지, 그 내용상 위헌적인 조항이나 기존 법률과 상충하는 부분이 없는지, 전 국민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법률을 개정함에도 조문조차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1~2주 이내에 졸속으로 추진하는 부적절한 정치적 목적이나 사유가 있는 것은 아닌지 검토하고 15일의 기간 동안 대통령님께서 직접 국민의 정당한 의견을 수렴하거나 전문가 및 관련 단체 등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정부 내 조치를 취해달라”고 호소했다.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왼쪽)이 지난달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찬을 겸한 회동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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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검수완박’ 공포되면 취임 직후 공포 취소해달라”
장 부장검사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 “(현 정부가) 재의 요구를 위한 검토 과정 등을 전혀 거치지 않고 실질적 국무회의 심의 없이 국회 통과 수 시간 만에 그대로 공포하는 경우, 적법한 법률안 공포 행위로 보기 어려우므로 취임 이후 헌법상 재의 요구 기간(15일) 내에 국무회의를 새롭게 거친 후 ‘검수완박’ 법안의 공포를 취소하고 국회에 재의를 요구하시는 방안도 검토하셔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국민투표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고 투표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정치권은 물론 국민 전체가 분열되고 혼란에 빠질 우려가 있다“면서다.
장 부장검사는 “‘법률공포행위에 대한 취소’ 논의가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얼마나 고강도의 방안이고 관련 규정도 명확히 없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의회 민주주의를 잠탈(潛脫·교묘히 빠져나감)하고 졸속 추진돼 위헌성이 큰 법률안으로 국민 전체가 피해를 보는 걸 방지하기 위한 공익적 필요성이 큰 만큼 전혀 불가능한 방법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김오수 검찰총장에게도 “헌법재판소의 위헌법률심사나 권한쟁의심판으로는 ‘검수완박’ 법안으로 인한 국민 피해를 충분히 구제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고, 법안 자체의 공포와 시행을 막기 어렵다”며 “‘검수완박’ 법안의 문제점을 설명하고 위헌적 법률에 대한 대통령의 재의 요구 필요성을 설득하시라”고 요청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중앙일보
공익신고인 부장검사 “검수완박법 그대로 공포하면 대통령의 ‘직무유기’”
‘김학의 불법출금’ 공익신고한 뒤 좌천된 장준희 부장검사/이태경 기자
‘김학의 불법출금’ 공익신고인인 장준희 부장검사가 국회를 통과한 ‘검수완박’법안을 국무회의에서 제대로 검토할 것을 요청했다. 그대로 공포할 경우 문재인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의 ‘직무유기’ 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당선인에 대해서도 ‘거부권 행사’ 여부를 문 대통령과 함께 논의하고, 법안이 그대로 공포될 경우 ‘공포 취소’ 까지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국무회의는 ‘거수기’ 도, ‘민주당 이중대’도 아냐
장 부장검사는 28일 오후 검찰 내부게시판 ‘이프로스’에 올린 A4 11장 분량의 글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검수완박 법안은 긴급성 요청을 충족하지 않는데도 국회단계의 공청회나 입법예고 등 국민 의견수렴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았다”며 “그런데도 여당 원내대표는 5.3오전 본회의에서 법안을 통과시킨 후 당일 오후 국무회의를 통해 공포할 것을 언급했다”고 했다.
국회법 82조의2는 긴급히 입법을 해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소관 상임위원장이 입법 취지와 주요 내용 등을 국회 공보 등에 게재하는 방식으로 ‘입법예고’를 하도록 했다. 제·개정될 법안의 내용을 국민에게 널리 알리기 위한 것으로 입법예고 기간은 10일 이상이다. 국회법 58조 6항은 소관 상임위에 제정법률안 및 전부개정법률안은 공청회 또는 청문회를 개최하도록 하고 있다. ‘검수완박’ 법안이 입법단계에서 이 같은 입법예고 및 공청회를 전혀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장 부장검사는 “대통령을 정점으로 하는 행정각부의 장은 국회 통과된 법률을 국무회의에서 그대로 의결하는 ‘거수기’가 아니고 ‘민주당 이중대’도 아니다”며 “정부로 이송된 법안을 불과 몇시간만에 공포하면 대통령과 정부의 직무유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헌법 53조 1항은 ‘국회에서 의결된 법률안은 정부에 이송되어 15일 이내에 대통령이 공포한다’고 돼 있다. ‘정부에 이송’이라는 표현으로 국무회의에 실질적 심사의무를 부과했다는 주장이다. 장 부장검사는 “정부로 이송된 ‘검수완박’법안을 검토와 논의 없이 불과 몇 시간 만에 그대로 공포하는 경우 ‘대통령과 정부의 직무를 유기’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대통령과 국무위원 형법상 ‘직무유기’ 책임질 수도
그는 직무유기 논란이 단순한 정치적, 도덕적 책임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대통령과 정부에 부여된 15일의 숙려기간과 법제업무운영규정, 국무회의 규정 등에서 정한 국무회의 심의 전단계의 규정을 모두 무시하고 국회통과 몇 시간만에 의결할 경우 시민단체 등의 직무유기 고소·고발 가능성과 국민 분열도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법안의 국회 통과 과정에서 국회법상 공청회, 입법예고, 안건조정위 규정 등을 제대로 준수했고 내용상 위헌적인 조항이나 기존 법률과 상충되는 부분이 없는지 검토해 달라”고 했다.
아울러 ‘법제업무운영규정’을 들어 문 대통령에게 법무부, 대검찰청, 관계 행정기관의 의견을 취합해 검토해 줄 것을 요청했다. 대통령령인 법제업무규정 13조는 ‘법제처장은 국회에서 의결된 법률안이 정부로 이송되면 관계부처의 장에게 지체없이 그 사실을 통보하고 헌법 53조 2항에 따른 재의 요구에 관한 관계부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돼 있다. 그에 따르면 ‘검수완박’ 법안의 경우에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법무부·대검 등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국무회의 규정에 따라 검찰총장 등을 참석시켜 발언 기회를 줄 것을 요청했다. 국무회의 규정 8조 2항은 의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 중앙행정기관인 청(廳)의 장이 출석해 발언하도록 했다.
◇윤 당선인에 “문 대통령과 거부권 논의해 달라..안되면 공포 취소도”
장 부장검사는 “‘검수완박’ 법안 시행시 ‘부패완판’이 될 것이라는 당선인님께도 요청 드린다”며 “헌법 53조에서 규정한 ‘재의 요구’ 권한은 대통령직 인수 업무 중 하나”라고 했다. 이어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법무부, 대검, 법제처 등의 검토결과를 취합하신 후 새로 지명된 장관 후보자 등과 함께 ‘재의요구’ 여부를 검토해 결과를 국민께 공표해 달라”고 했다.
그는 “정권 교체기를 전후한 기본권 침해 시도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통령님과 당선인께서는 (헌법에서 거부권 논의 시한으로 정한)15일의 기간을 함께 활용하는 선례를 확립해 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윤 당선인에게 최후의 방법으로 ‘법안 공포 취소’를 제안했다. 그는 “만일 법안 공포가 실질적 국무회의 없이 국회 통과 수 시간 만에 이뤄질 경우 법안의 공포를 취소하고 국회에 재의를 요구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현재 논의중인 국민투표의 경우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분열과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률행위 공포에 대한 취소 논의가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고강도의 방안이고 관련 규정도 명확히 없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헌정 사상 유례없이 졸속으로 추진 중인 검수완박 법안의 심각한 문제들을 바로잡기 위한 최후의 방법이 아닐까 한다”고 했다.
장 부장검사는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에게도 “헌법재판소 위헌법률심사나 권한쟁의로는 법안 자체의 공포와 시행을 막기 어렵다”며 “국무회의 심의에 직접 출석해 졸속 통과된 검수완박 법안의 문제점을 설명하고 대통령의 재의요구 필요성을 설득해야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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