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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시인 김지하 별세... 독재에 맞서다 사형선고 받기도

류지미 2022. 5. 9. 05:55

저항시인 김지하 별세... 독재에 맞서다 사형선고 받기도

시인 김지하 1941~2022
‘타는 목마름으로’ ‘오적’의 시인

 

입력 2022.05.08 22:04
 
 
 
                               지난 2013년 9월 9일 원주 토지문화관에서 만난 김지하 시인./이명원 기자

 

“스무 살이던 4·19 시절부터 가르침과 깨우침을 줬던 사상이 민세(民世) 안재홍의 중용(中庸)이었다. 내가 평생 걸어온 길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해주는 것 같아서 큰 힘이 된다.”

 

8일 별세한 시인 김지하(81·본명 김영일)는 지난 2011년 민세상 사회통합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직후 본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민세상은 일제 강점기와 광복 직후의 혼란기에 민족운동가·언론인·역사학자로서 민족 통합을 실천했던 안재홍(1891~1965) 선생을 기리는 상이다.

 

전립선암 등으로 투병하던 시인이 강원도 원주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 생전 고백처럼 그의 80여 년 삶을 관통하는 핵심어는 역설적으로 ‘중용’이었다. 1959년 서울대 미학과에 입학한 청년 김지하는 학부 시절부터 반독재 민주화 운동에 뛰어들었다. 1964년 한일 회담 반대 투쟁에 나섰다가 4개월간 복역한 것이 시작이었다.

 

1970년에는 재벌과 국회의원, 고급 공무원과 장성(將星), 장차관을 을사오적에 빗대서 부정부패와 비리를 질타하는 저항시 ‘오적(五賊)’으로 다시 필화를 겪었다. 당시 시인이 풍자적 의미로 썼던 ‘오적’은 지금도 사회적 병폐를 풍자하는 상징적 언어가 되고 있다. 1974년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되어 사형을 언도받았다가 1980년 형 집행 정지로 석방됐다. 그의 미학과 8년 후배인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굴곡진 삶 중에서 시인과 민주화 운동 투사로서의 업적뿐 아니라 ‘민족 예술 1세대 대부’로서의 역할도 컸다. 특히 1960년대 서울대 문리대에서 시인이 길러낸 후배들이 ‘김지하 사단’이 되어 미학·예술 분야의 중추가 됐다”고 말했다.

투옥을 거듭하는 중에도 시인의 절창(絕唱)은 대학가와 저항 세력 사이에서 시와 노래로 은밀하지만 지속적으로 불려나갔다. 그의 시에 곡조를 붙인 ‘타는 목마름으로’와 ‘새’ 같은 민중 가요가 대표적이다. 1975년 옥중에서 ‘제3세계의 노벨문학상’으로 불리는 아시아 아프리카 작가회의의 ‘로터스’ 특별상을 받았다. 당시 수상을 계기로 그의 석방 여부가 국제사회의 인권 문제로 떠올랐다.

 

역설적으로 그가 유불선(儒佛仙)과 동학 사상, 생명론에 경도되기 시작한 것도 투옥 시절이었다. 1980년대 들어서 시인은 본격적으로 생명 사상을 주창하기 시작했다. 1991년 일부 학생 운동권이 반독재 투쟁을 이유로 분신이라는 극단적 방식을 택하자, 시인은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워라’라는 조선일보 칼럼으로 파장을 일으켰다. 당시 시인은 “자살은 전염한다. 당신들은 지금 전염을 부채질하고 있다”면서 생명을 경시하는 투쟁 방식을 정면 비판했다.

 

                       1970년 김지하 시인이 잡지 사상계에 기고한 ‘오적(五賊)’으로 투옥된 뒤 재판받던 모습.

 

일부 세력은 그를 ‘변절자’와 ‘배신자’로 낙인찍었고, 시인은 그의 구명운동이 계기가 되어 출범한 민족문학작가회의로부터 제명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인은 “나는 작가회의에 아예 가입한 적이 없다”고 받아쳤다. 훗날 “박정희 독재 시절에는 민주화 운동으로 7년이나 수형 생활을 했고, 좌파 진영이 극단적이던 시절에는 그들에 대한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좌우로부터 지독한 비판을 받는다는 사실 자체가 시인이 중용의 길을 걷고 있다는 방증”(김진현 민세안재홍선생기념사업회 명예회장)이라는 재평가를 받았다. 2018년 본지 인터뷰에서 시인은 “나는 우파도 좌파도 아니오. 중간파도 아니고.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 걸 내 사명으로 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토지’의 소설가 박경리(1926~2008)의 외동딸인 김영주(1946~2019) 전 토지문화재단 이사장과 1973년 4월 결혼했다. 유족으로는 장남 김원보(작가)씨와 차남 세희(토지문화재단 이사장 겸 토지문학관 관장)씨가 있다. 빈소는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될 예정이다.

 

 

 

권성안
2022.05.08 22:18:01
당신은 불의에 항거한 저항 시인이었습니다. 천국에서라도 다시는 왼쪽으로 고개도 돌리지도 마세요..... 영면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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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인환
2022.05.08 22:39:28
유홍준은 입다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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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
2022.05.08 22:23:44
김지하가 독립운동을 했냐? 국군포로로 생사를 넘나들며 구국 운동을 했냐? 부의란에 한 줄 정도 써 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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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원
2022.05.08 22:44:05
대한민국에 대체 좌파가 어디있냐? 종북사상에 심취한 586 운동권이 만들어낸 얼치기 좌파만 존재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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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식
2022.05.08 23:39:21
이게 전부 문재인 때문임 문재인 이재명 민주당 전부 감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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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장길용
2022.05.09 00:45:17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처음에는 좌파 쪽의 거두로 목숨 건 투쟁을 하였지만, 이후 좌파의 모순을 깨닫고 오히려 좌파들을 맹공하는 쉽지 않은 길을 택했지요. 저 세상에서는 사상과 이념을 떠나 자유롭게 훨훨 날아 다니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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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구
2022.05.08 23:25:47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가입도 안했으니 제명도 말이 안되지요. ㅎㅎ 민족문학작가회의 고수가 " 사로잡힌 악령" " 괴물" 의 주인공이 아닌지 알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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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2022.05.08 23:53:57
극락왕생하세요, 요즈음 젊은 사람들이 본 받을 일이 많은 분입니다. 문인협회장으로 하는 게 좋을듯 합니다만, 어느 정파에 기웃거리지 않아서,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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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무
2022.05.09 01:21:09
유홍준부류는 기회주의자이고요 우한으로 추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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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원
2022.05.09 01:43:23
삼가 김지하 선생의 명복을 빕니다! 芝河(=地下)! 1세대 운동권 세력의 대부! 그의 雅號는 地下 취조실에서 새벽 으스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담벼락에 '타는 목마름으로'라는 시를 휘갈길 때 쓴 것이라 들었다! 그의 세례를 받은(?) 당시 386 운동권 세력-지금의 586으로 1세대 운동권 세력 뒤에 숨어 세력을 키워 나라의 중추(?)세력으로 성장, 자유대한민국을 左之右之(좌지우지) 하고 있다!-이 나라를 망치고 있다! 그들이 동료들을 使嗾(사주)해 서울대를 중심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목숨을 草芥(초개)와 같이 던지는 분신 자살이 잇다르자 芝河가 조선일보 논설에서 '저주의 굿판을 거둬라!'라고 일갈했다! 그러자 좌파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일제히 들고 일어나 그를 '변절자, 배신자로 낙인을 찍는 마녀 사냥에 올인했었다'!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일제히 跋扈(발호)해 그를 매도했다! 한 시대를 風靡(풍미)하며 우리나라 운동권을 대표했던 김지하 선생이 우리의 곁을 떠났다!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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