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핵심보직을 검찰에 맡겨
검찰 아닌 인재는 기회 박탈된 셈
윤 대통령과 거의 한 몸 된 검찰
권력 눈치 안 보고 수사할 수 있겠나
크게보기2022.6.7 대통령실 제공
‘문재인 청와대’가 86그룹 운동권 출신 위주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참여연대와 민변 출신도 적지 않다. 자신과 이념을 같이하는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로 비서실을 채워온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는 대한민국의 국정을 이끄는 중추이고 두뇌”라고 황당한 신앙고백까지 했다.
4년이 지난 지금, 정권은 교체됐고 검찰총장 출신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했다. 대선 후보 시절 그는 유튜브 영상 ‘인간 윤석열’에서 “널리 인재를 등용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인재 발굴을 위해 정말 노력을 하려고 한다”고 분명히 밝혔다.
물론 윤 대통령은 “우리의 인사 원칙은 적재적소에 유능한 인물을 쓰는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문 전 대통령이 캠코더 인사만 하고도 유능함을 자부했던 것을 떠올리면 ‘내로남불’은 인간 본능인가 싶기도 하다.
검찰, 그중에서도 엘리트라는 특수부 출신이 일을 잘한다는 것은 맞는 말인 것 같다. 김현 전 대한변호사협회장은 “좌파정권의 숱한 비리를 신속하고도 효과적으로 척결해 5년 안에 가시적 성과를 거두려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처럼 대통령이 잘 아는 유능한 인사 기용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했다.
더구나 밑바닥 민심과 함께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전해야 할 진짜 민정(民情)수석은 없다. 이 때문에 국내 언론이 암만 ‘검찰 편중 인사’를 지적해도 외국 언론이 지적하지 않으면 윤 대통령은 안 듣는다. “과거엔 민변 출신이 도배를 하지 않았나”며 ‘쟤는 했는데 나는 안 되나’ 식의 아이 같은 소리나 하는 형국이다.
심지어 고위공직자를 발굴해야 할 인사기획비서관 자리에 대검 곳간 열쇠와 일반직 인사를 맡던 대검 사무국장 출신을 앉힌 것은 윤석열 정부의 고위공직자 인사가 앞으로도 별 볼일 없을 것임을 시사한다. 안 그래도 윤 대통령은 함께 일해 본 ‘내 식구’만 챙기는 스타일로 유명하다. 이는 윤 대통령과 일해 보지 못한 ‘나머지 인재’에게는 이 정부에선 일해 볼 기회도 없다는 엄청난 불공정이요, 기회 박탈이 아닐 수 없다. 나라 전체로 봐도 인재 손실이고 대통령의 직무유기다.
윤 대통령 감찰 징계 대리인 이완규를 법제처장에, 윤 대통령 부인의 주가조작 의혹사건 변호인 조상준을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에 임명하는 등 사적 연고자를 보은 임명한 것도 심각하다. 검찰 체제가 ‘사유화’하는 조짐은 불길하다. 만에 하나 대통령 처가식구 비리가 의심스러워질 때 어떤 검사가 눈치를 보지 않고 감히 수사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검찰이 아무리 열심히 문 정권 적폐 수사를 해도 공정성을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직(職)을 걸고 지키려 했던 검찰의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 어이없이 흔들리게 됐다는 사실이다. 공직자 검증을 맡을 인사정보관리단이 법무부 아래 출범했다. 검찰을 산하에 둔 법무부가 공직자 검증은 물론이고 정보수집 권한까지 갖게 된 거다. 삼권분립이 무너진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정권교체를 원했던 국민도 ‘검찰 공화국’까지 바란 것은 아니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국민이 원하는 검찰개혁은 실력 있는 검찰이 권력자의 눈치를 보지 않고 부정부패를 단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정부에서 검찰은 ‘권력의 시녀’가 아니라 대통령과 한 몸이 되어가고 있다. 한 장관이 5년 후에도 살아남으려면 국민만 바라봐야 할 것이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말란 말이다.
김순덕 대기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