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꼭 돌아와 뼈 묻겠다 했는데…" 매곡·평산 땅값도 뒤집혔다 [르포]
입력 2022.04.05 10:50
업데이트 2022.04.05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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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경남 양산시 매곡마을 사저를 찾아 기다리던 시민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사진 최유주씨
“오래 계실 거라고 하셨고, 여기를 참 좋아하셨는데… 경호상의 문제 때문에 다른 곳으로 가신다니 진짜 아쉽죠.”
지난 1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전 살던 경남 양산시 덕계동 매곡마을. 주민 A씨(70대)는 “대통령 되시기 전에는 인근 산에서 자주 마주치고 우리 집에도 놀러 오시고 같은 성당에도 다녔다”며 “그래서 사저를 평산마을로 옮긴다고 했을 때 아쉬웠는데, 사저까지 팔렸다고 하니까 더 서운한 마음이 든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17일 문 대통령의 매곡마을 사저가 26억 원 정도에 팔렸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매곡마을 주민들은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오는 5월 9일 퇴임 후 생활할 양산시 평산마을에 새 사저 신축을 위해 매곡마을 사저를 매각했다.
문 대통령의 매곡마을 사저는 주택 등이 밀집한 마을에서 2㎞ 정도 위쪽으로 계곡 주변에 있다. 사저까지 가는 길은 폭 4~5m 정도의 좁은 도로다. 이날 사저 앞은 산속 암자에 온 듯 조용한 분위기였는데 경찰 1명 만이 사저를 지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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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문재인 대통령의 양산 매곡마을 사저 앞 모습. 안대훈 기자
주민 A씨는 “예전에는 우리 동네로 택시 타고 오면 기사분들이 ‘여기 사람 사는데 맞아요’라고 물을 정도로 가로등도 별로 없어 깜깜했다”며 “이후 대통령 사저가 생기니까 경주나 광주 등 전국에서 사람들이 찾아와 마을이 시끌시끌했는데 지금은 다시 조용해졌다”고 말했다.
매곡마을은 2019년 11월까지만 해도 부동산 투자 바람이 일었다. 문 대통령의 퇴임 후 거처가 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카페와 음식점이 여럿 들어섰고, 전원주택 등도 늘었다.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당시 매곡마을 주택지 가격은 3.3㎡당 평균 350만 원 선에 거래됐다.
하지만 2020년 6월 경호문제 등으로 퇴임 후 사저가 매곡마을에서 14㎞가량 떨어진 하북면 평산마을로 바뀌면서 매곡마을에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주택지 가격도 3.3㎡당 250만 원대로 떨어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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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문재인 대통령의 퇴임 후 머물게 될 평산마을 사저 모습. 위성욱 기자
주민 B씨(60대)는 “대통령 내외가 꼭 돌아오겠다고 약속했고, 문 대통령은 ‘여기서 뼈를 묻겠다’고 했는데 안 온다고 하니 집을 팔려고 내놓았다”며 “(그런 약속을 믿고) 여기로 이사 오거나 장사를 하겠다고 들어온 사람들이 난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약 200여평인 우리 집도 처음에 ‘문재인 지지자’에게 8억 원에 계약이 됐는데 문 대통령이 안 온다니 계약이 파기된 뒤 지금은 5억5000만 원에 내놓아도 안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문 대통령이 다음 달 퇴임 후 내려올 평산마을은 기대감이 컸다. 경부고속도로 통도사 톨게이트에서 3.2㎞가량 떨어진 평산마을은 통도사를 왼쪽으로, 통도환타지아를 오른쪽으로 끼고 산속으로 들어가면 있다.
4일 찾은 평산마을은 진입도로와 일부 구간의 옹벽 공사가 한창이었다. 현재 사저와 경호동 등은 외관이 다 지어졌고, 조경공사 등을 하고 있다. 사저 입구에 각종 공사 자재가 쌓여 있고, 공사 차량이 드나들면서 뿌연 먼지가 일기도 했다.
사저는 ‘영남알프스’라 불리는 영축산 아래에 있다. 48가구가 사는 평산마을은 지산리의 자연마을 3곳(지산·서리마을)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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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문재인 대통령의 퇴임 후 머물게 될 매곡마을 사저 모습. 위성욱 기자
평산마을 주민들은 “새 사저가 들어선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평산·서리·지산마을 등에는 전원주택과 찻집, 식당 등도 크게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사저 옆에 산다는 신모(63)씨는 “사저가 이곳으로 결정된 후 주변 찻집이며 식당 등에 손님이 늘었다는데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신씨는 또 “평산마을은 대부분 60~80대 고령자들이 많아 조용하다 못해 적막한 곳이었는데 앞으로 대통령 내외도 오시고 젊은 경호원들도 오면 마을이 활력에 넘칠 것”이라고 했다. 사저 입구 쪽에 사는 박모(84·여)씨는 “대통령 온다면 좋지, 안 좋을 게 뭐가 있노”라며 웃었다.
부동산 가격도 상승세다. 평산마을은 사저 발표 전까지 주택지 평균 가격이 3.3㎡당 190만 원 정도에 거래됐다. 사저 발표 후인 2021년에는 평균 230만 원으로 높아지더니 올해는 평균 290만 원까지 올랐다. 양산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소장은 “평산마을 등 지산리는 예전부터 통도사 등이 있고 경치도 좋아 전원주택지로 주목받았던 곳”이라며 “다음 달에 대통령 내외가 내려오시면 프리미엄이 더 붙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서리마을 등 지산리 일부 주민들은 문 대통령의 귀향이 반갑지만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리마을에 사는 최모(50대·여)씨는 “대통령 오신다는 소식이 알려진 후 도로와 옹벽 등 각종 공사가 진행되면서 벚나무가 많이 잘려나가는 등 풍경이 훼손되고 공사소음도 심하다”며 “앞으로 마을을 찾는 외지인들이 더 늘어날 거고 교통도 혼잡할 건데 조용히 살고 싶어 들어온 주민들 입장에서는 달갑지만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