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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염에도, 인도 총리 부인이 만든 요리 다 먹었다...그게 아베

류지미 2022. 7. 9. 21:26

장염에도, 인도 총리 부인이 만든 요리 다 먹었다...그게 아베 [뉴스원샷]

중앙일보

업데이트 2022.07.09 15:59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EPA=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세상을 떠났다. 공교롭게도 부친 신타로(晋太郞)와 똑같이 만 67세의 이른 나이에 영면에 들었다. 지난해 9월 생일을 맞아 "부친이 하지 못했던 총리까지 했고, 나이도 이제 곧 아버지를 넘어선다. 이제는 그냥 열심히 살 여생만 남았다"고 했던 그다. 그래서 더욱 8일 낮부터 모든 TV, 유튜브, SNS를 도배하고 있는 아베 전 총리의 피격장면 영상은 비현실로 다가온다.

아베 전 총리가 도쿄 시부야쿠의 한국식당 '카레아'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

아베가 관방장관에 취임했던 2006년부터 이런저런 인연을 쌓았다. 어언 16년의 세월이다. 그해 4월 도쿄 나가타초의 총리 관저에서 중앙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했다. 당시 "한국에서 당신은 강한 매파로 알려져 있다"고 하자 "난 외교·안보 분야에선 현실에 바탕을 둔다. 일본에선 현실적 발언을 하면 매파라 비판한다. 그런 일본 매스컴의 시각이 한국에도 전달된 것 아니냐. 하지만 난 일일이 반론하지 않는다"고 답했던 기억이 난다. 당찼다.

그의 관점은 때론 한국이나 중국을 불편하게 했지만, 적대시하진 않았다. 그는 수시로 한국에 대한 애정, 혹은 관심을 보이곤 했다. 특히 역사와 대중문화를 즐겼다. 대체로 이런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조선통신사가 일찍이 일본에 건너와 일본에 여러 문화를 전파했다. 근데 그분들이 가장 먼저 상륙한 곳이 바로 내 고향 시모노세키다. 비석도 있다. 조선통신사상륙 엔류노치(淹留之地)라고 한다. 나는 그분들을 존경한다."

아베 전 총리가 도쿄 시부야쿠의 한국식당 '카레아'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

특히 부인 아키에 여사와 한국 영화와 드라마 보는 걸 좋아했다. 아베 전 총리는 영화 '내 머릿속의 지우개' 이야기를 많이 했다. 또 혼자 MBC의 드라마 '제5공화국'에 흠뻑 빠졌다는 이야기도 했다.

 

자택 근처인 도쿄 시부야구혼마치(本町)의 한국 식당 가레아(可禮亜)는 그가 가장 마음 편하게 식사를 하는 단골이라고 했다. 코리아를 발음대로 한자로 적은 이름이다. 한국식 병풍과 하회탈, 조선백자, 궤짝 등으로 꾸며놓은 저렴한 불고기 식당이다.

"사람은 잘 안 변하는 법"이라고 한다. 하지만 아베 전 총리는 달랐다. 2007년 1기 총리 때와 2012년부터의 2기 총리 때는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1기 내각 때는 그저 '예의 바른 착한 도련님'이었다. 2007년 5월 도쿄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 언론사 주최 만찬에 당시 자민당 정조회장이던 나카가와 쇼이치(中川昭一·작고)와 함께 같은 엘리베이터를 탔다. 아베의 어깨에 손을 턱 올려놓더니 어깨동무를 하는 세 살 위 나카가와에 아베는 깍듯이 고개 숙이며 "안녕하십니까"라 했다. 당시 장면이 잊혀지질 않는다. 2007년 9월 총리를 그만둔 다음 '사임 뒷이야기'를 들었다. 사임 한 달 전 인도를 방문했는데, 극심한 장염에 시달리면서도 인도 총리 부인이 만든 수제 인도 요리를 남기지 않고 먹다 보니 몸이 망가졌다고 했다. 정치적 미숙함일지 모르나 선한 본성 때문이었을 수 있다. 고베제강 샐러리맨 때도 장염으로 술을 못하지만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야유회에 '운전기사'로 참석했던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2019년 5월 2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가 일본 수도권 지바(千葉)현 모바라(茂原)시의 골프장에서 골프 라운딩을 한 뒤 기념 셀카를 찍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뒤 ″새로운 레이와 시대도 미일 동맹을 더 흔들리지 않는 것으로 만들고 싶다″고 는 글을 적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트위터=연합뉴스]

2012년부터의 2기 내각 때는 '싸우는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국회에서 야당 의원에게 "시끄럽다" "자료 당신이 조작한 것 아니야"라고 몰아세우는 등 스타일이 180도 바뀌었다. 아베 전 총리와 만날 때마다 느낀 건 '빠른 정치인'이란 점이다. 걸음이 빨랐다. 아예 거의 뛰어다니는 경우가 많았다. 말도 빨랐다. 생각도 행동도 빨랐다. 미국 대선 직후인 2016년 11월 17일 당선인 신분인 트럼프를 만나려고 뉴욕 트럼프타워로 달려갔다. 외국 정상 가운데 처음이었다. 당시 뉴욕에서 아베와 잠시 마주쳤는데, 그의 표정은 의기양양했다. 늘 한발 앞선 외교를 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친해지기 위해 골프장 벙커에서 넘어져 한 바퀴 굴러도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 미소 짓는 지도자는 이제까지 일본에 없었다.

한미일 3자회담을 하기 위해 네덜란드 헤이그 미국 대사관저에 도착한 박근혜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미국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14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의 한·미·일 정상회의 뒷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아베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서툰 한국말로 "박근혜 대통령님으루(대통령님을) 만나서 반갑스무니다(반갑습니다)"라 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고개를 획 돌렸다. 당시 상황을 물어봤다. 아베의 답은 이랬다. "원래 '다음에 꼭 식사 같이 하십시다'란 한국어도 말할 참이었어요. 제 발음이 이상해서 그런 줄 알았어요. 근데 그날 저녁 윤병세 외교부 장관에게 '아까 내 한국어가 이상했느냐'고 물었더니 '정확한 발음이었다'고 하더군요. 하하." 한국 기자로서 겉과 속이 달라 보이는 아베 스타일이 거북했다. 하지만 관점을 바꿔 생각하면 타고난 정치인인 아베에겐 그게 정답이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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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9일 평창올림픽플라자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한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앞줄 맨 오른쪽) 모습. 문재인 대통령(앞줄 왼쪽 두번째), 북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뒷줄 오른쪽에서 첫번째 두번째), 미국 마이크 펜스 부통령(앞줄 오른쪽 두번째)과 개회식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아베 전 총리와 만날 때 함께 자리하곤 했던 한 인사는 8일 "억울해서 눈물이 날 지경이지만 다다미(일본식 마룻바닥) 위가 아닌 정치연설의 현장에서 최후를 맞은 게 '뼛속까지 정치인'인 아베다운 죽음이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삼가 명복을 빈다.

9일 시민들이 나라현 소재 야마토사이다이지역 인근에서 아베 전 총리를 추모하며 헌화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김현기 순회특파원 겸 도쿄총국장 kim.hyun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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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hk7****5분 전

    비굴 하리만치 트럼프에게 아부하던 아베의 모습. 우리는 비웃었지만 배워야될 모습이다. 한국말로 호의를 표시하는데 고개를 돌린 그네는 역시 그네다. 그러니 깡패 무리들에게 정권을 찬탈 당하지.

    좋아요4화나요0
     
  • bany****13분 전

    아베 뉴스좀 내려라. 기레기들 친일파 아니랄까봐.... 윤석열이 죽어도 이렇게 안할듯.

    좋아요4화나요9
     
  • cham****31분 전

    아베는 한국에게는 정말 최악의 정치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아베 싫어하지만 그래도 기사에서 아베가 최소한 어떤 정치인인가에 대해서는 알게 되었네요. 감사합니다.

    좋아요9화나요3
     
125개 댓글 전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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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yna****7시간 전

    일자리 넘치는 일본을 만든게 아베지. 중국 북한 심기 건드릴까봐 자국민보다 공산당을 먼저 챙기는 뭉가놈과 비교할 인물이 아니다.

    좋아요64화나요16
     
  • sdme****7시간 전

    임진왜란 후 일본 야마구치 현으로 건너간 조선 도래인의 후손 아베의 명복을 빈다. 불행한 역사의 기억을 지울수 없지만 한국과 일본은 그렇게 먼 나라가 아니다. 한국이 더욱 강대한 국가로 성장하면 일본의 자세도 변할수 밖에 없다.

    좋아요46화나요4
     
  • scko****7시간 전

    반일로 재미본 문제인처럼 아베도 극우 지지층 의식해 반한 했지ㆍ총리되기전엔 아내와 함께 한류 즐기던 친한파인사 ᆢ외할버지가 전범 총리 백제계 일본인 그를 롤모델 삼았던 아베ㆍ허무하게 일찍 갈거면 한일관계 잘 풀어 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정치란 그런거지ㆍ자기가 살려고 형도 살해하는게 정치고ᆢ자신을 고려 조정ㅈ에 중용토록 천거했던 최영을 울면서 잘가시오 라고 처형장에 보내던 이성계 가 있었으니ᆢ

    좋아요12화나요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