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iful People

박정희의 결기: <금오산아 잘 있거라>

류지미 2023. 2. 2. 11:30

 

금오산을 내려다본 사나이의 한 목숨, 박정희의 결기 , 박제홍의 <금오산아 잘 있거라>

 

https://www.youtube.com/watch?v=YjyZYslHiFE 

 

직지사를 품은 황악산은 감천을 낀 제법 너른 들에 김천시가를 만들고 감천면, 농소면 뒤편 산맥으로 기를 이어 구미 금오산에 이른다. 김천이 뻗어나갈 땅은 경부선 철도를 축으로 대신, 아포 방향뿐이다. 구미 경계에 KTX 김천구미역을 만들어 신시가가 자라나는 중이다. 


구미에 귀한 노래가 있어 ‘박정희 대통령 생가’를 찾는다. <새마을 노래>를 작사, 작곡한 정도로만 알던 내게 박정희 대통령이 작사한 대중가요가 있다는 이야기에 귀가 번쩍했다. <금오산아 잘 있거라>라는 노래가 구미에 있어 성주의 백년설을 찾아가는 중간 여정이 꽉 채워진다. 아포에서 마을길로 접어들어 금오산을 반쯤 감고 돌며 찾은 생가다. 평일에도 방문객이 가득하다. 신주소의 이름도 ‘구미시 박정희로’다. 가난을 책으로만 읽은 세대가 아니라면 대통령 박정희에 대한 기억은 가슴 벅차다. 그러니 구미 사람들이야 오죽하랴. 


쥐 가죽을 벗기고, 사람의 머리카락을 잘라 수출을 시작한 대한민국이기에 눈물이 앞을 가린다. 섬유와 전자산업을 태동시켜 수출입국의 모델하우스 역을 맡은 구미는 든든한 도시가 되었다. 가난한 대한민국을 일으켜 세운 대통령치고 생가는 그다지 꾸밈이 없다. 제대로 나랏돈 지원을 받지 못한 형세가 곳곳에 보인다. 흑백사진 속 박정희는 굳은 얼굴로 산업현장의 지시에 몰두하고 있다. 보릿고개 체험관이 생가보다 앞에 있다는 상징이 지긋지긋한 가난을 벗어나려는 강한 탈출 의지로 읽힌다. 중학생 정동원이 아무리 구성지게 <보릿고개>를 부른다고 버짐 핀 소년의 얼굴과 기계충으로 딱지 앉은 빡빡머리 그 시절을 상상이나 하겠는가.


대통령 박정희와 영부인 육영수 내외가 사진으로 서서 맞아준다. 이제 ‘꼰대’로 내몰리는 산업화 시대의 전사들은 무엇에 이끌려 생가를 찾아 감회에 젖는가. 젊은 부부들도 철모르는 아이들을 데리고 영정 앞에 기꺼이 향불을 피우며 “조국 근대화의 노고를 잊지 않겠다”라고 적는다. 비로소 찬찬히 벽면을 둘러싼 흑백사진 속 비운의 대통령 일가를 둘러본다. 몰락에 가까운 가족사는 현대사의 명멸하는 불빛에 가려 있으나 이 나라 누대의 발전에 마중물이 되어 더욱 선명하게 음각될 것이다.


가요 <금오산아 잘 있거라>의 원문은 메모 한 장에서 비롯되었다. 1961년 5월 대구에 있던 2군사령부 부사령관 박정희가 비행기를 타고 금오산 상공을 지날 때 ‘5·16 혁명’ 거사를 다짐하는 비장한 심경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생가 입구에 비석으로 새겨져 있는 ‘국민에게’와 ‘향토 선배에게’로 나눠진 메모는 이미 목숨을 건 장부의 결기로 가득하다. ‘쾌도 할복’이란 단어 속에는 왜색이라 비난해도 어쩔 수 없지만, 일제 치하에 대구사범학교를 나오고, 만주군관학교를 졸업한 장교의 기상이 살아 꿈틀거린다. 

황파에 시달리는 삼천만 우리 동포
언제나 구름 개이고 태양이 빛나리
천추에 한이 되는 조국 질서 못 잡으면
선혈 바쳐 넋이 되어 통곡하리라

영남에 솟은 영봉 금오산 잘 있거라
세 번째 못 이룬 성공 이룰 날 있으리라
대장부 일편단심 흥국 일념 소원 성취
못 하오면 돌아오지 아니하리라

 

*반야월이 추가한 3절 가사

이 나라 이 겨례를 지키는 큰 별이여

님께서 일어선 새벽 태양은 빛났소

무궁화 다시 피고 금수강산 겨레들이

복되는 날 영광이여 영원하리라.


<금오산아 잘 있거라> 박정희 작사, 박시춘 작곡, 박제홍 노래, 1964, 신세기레코드

남인수 노래 풍의 빠른 리듬에 가사는 꾸밈이 없다. 4·19 이후 민주의 플래카드와 뒤엉킨 혼돈의 정치에 대한 혁파는 ‘시대의 주문’이었다고 많은 국민이 믿고 있다. 2절에 등장하는 ‘세 번 째 못 이룬 성공’이란 말은 이미 군 내부에서 혁명은 파다한 소문이었고 기정사실화된 거사였음을 말해준다. 박정희의 좌우명 “내 일생 조국과 민족을 위하여”가 허언이 아니었다는 것을 시대는 평가하고 있다. 오늘도 방문객은 사라진 단어 ‘대통령 각하’를 기꺼이 방명록에 존경으로 기록한다. 

 


 

대중가요의 골목길(31)-경북 김천·구미·성주

  • 기자명조용연 편집위원

입력 2021.09.28 15:03


출처 : 자전거생활(http://www.bicyclelife.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