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맘대로 고르시라, 집도 줄게” 中 두뇌사냥 집요한 유혹
국가 주도 ‘천인·만인계획’
#포스텍(포항공대) 물리학과 A 교수는 1년에 한 번 헤드헌팅 회사에서 중국 대학 이직을 권유하는 메일을 받는다. 중국 정부의 국책 연구에 참가하면서 고액 연구비와 집, 보험 등 혜택을 받으라는 내용이다. “우수한 인재인 당신이 가고 싶은 대학을 골라잡으라”는 달콤한 유혹을 하기도 한다. A 교수는 “2012년부터 10년 넘게 끈질긴 회유를 받고 있다”며 “심지어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도 비슷한 메일이 계속 왔다”고 말했다.
#국내 전자 대기업의 전직 고위직 B씨는 퇴임 직전 중국계 헤드헌팅 업체에서 “지금 연봉의 2배, 또는 3배까지 줄 수도 있으니 이직을 생각해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B씨는 “헤드헌팅 직원이 내가 그해 말이나 다음해 퇴임이 유력하다는 정보는 물론, 내 연봉과 자식들 학비 문제까지 알고 있어서 놀랐다”며 “때마침 국내 다른 자리가 나 제안을 거절할 수 있었지만, 다른 퇴임 임원 중 중국 업체로 간 경우를 봤다”고 말했다.

국내 유수 대학의 교수·연구원들과 산업 기밀을 쥐고 있는 대기업 고위 임원들은 중국의 집요한 ‘두뇌 사냥’ 표적이 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주도하는 인재 유치 프로그램 ‘천인계획’ ‘만인계획’의 레이더망에 걸리면, 몇 년씩 끈질긴 이직 제안을 받게 된다. 여러 교수와 산업계 고위 관계자는 “국내서 사무소를 꾸리고 활동하는 헤드헌터들을 만나보면 중국 정보기관 같다”고 입을 모은다. 현직 교수나 임원보다 대학이나 대기업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 주도의 ‘두뇌 사냥’
중국은 지난 2008년 12월 해외 고급 석학을 유치하는 ‘천인계획’을 가동했다. 천인계획의 목표는 핵심 기술 장벽을 돌파할만한 과학 분야 최고 석학·기업인 2000여 명을 중국 대학, 국가 연구소, 과학기술 단지 등으로 영입하는 것이었다. 표면적으론 해외 유학파의 귀국과 정착을 장려하는 프로그램처럼 홍보했지만, 실제로는 외국 국적 인재를 폭넓게 접촉하며 거액 지원금을 내걸고 기술 유출을 유도했다.
대표적인 것이 2019년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국립보건원(NIH)의 조사로 수면 위로 드러난 ‘그림자 실험실’ 문제다. 중국 정부는 천인계획에 선발된 중국계·외국인 석학들에게 해외에서 진행하고 있는 연구를 똑같이 재현한 연구실을 비공개로 중국에 설립하라고 요구했다. 거액을 후원하는 대신 그림자 실험실 연구 결과의 지식재산권은 중국 기관에 이전하고, 비밀을 유지하는 계약서를 들이밀었다.
국내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지난 8일에는 천인계획의 지원을 받은 한 중국인이 국내 대형 병원에서 의료 로봇 기술 관련 연구를 하며 정보를 1만여 건 빼돌린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국내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중국 헤드헌팅 업체들은 특히 인사에 불만이 있는 40~50대 중반 부장급 직원을 임원으로 스카우트하는 수법을 쓴다”며 “문제는 인재 한 명이 유출되면 그 아래 팀원 등 한 팀의 70%까지 중국으로 가버린다는 것”이라고 했다.
◇중국, 더 광범위해진 ‘만인계획’ 가동
세계 각국의 비판에 중국은 2018년부터 더 이상 ‘천인계획’을 공식적으로 실행하지 않지만, 더 광범위한 ‘만인계획’으로 인재 영입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2012년 출범한 만인계획은 ‘10년 내 자연과학·공학·사회과학 등 부문에서 청년을 포함한 광범위한 인재 1만명을 유치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문제는 만인계획 가동으로 핵심 대학뿐 아니라 정부 과제에 참여했던 비정규직 연구원, 지방 대학 교수들까지 중국의 포섭망에 들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정부 출연 연구소에서 기초 생물 과학 분야를 연구하던 비정규직 연구원 C씨는 만인계획에 선발돼 중국의 유명 공대로 이직했다. 중국 정부는 초임 교수인 C씨에게 연구원 20명을 붙여주고, 연구실 장비를 전부 새것으로 바꿔주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배충식 KAIST 교수는 “중국의 기술 빼내기는 반도체·배터리·로봇 등 핵심 기술부터 플라스틱·섬유·신발 등 일반 산업까지 총망라돼 있다”며 “거액 지원금 앞에서 애국심에 기대는 것은 한계가 있고, 처벌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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