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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동백아가씨 노래비 수수께끼 풀었다

류지미 2023. 10. 29. 10:07

 

해운대 동백아가씨 노래비 수수께끼 풀었다

14년전 구청 설립 뒤늦게 밝혀져

 

부산 해운대구 우2동 동부올림픽타운 대로변에 설치된 '동백아가씨' 노래비. 뒷면에 노래비를 세운 날짜와 건립 주체가 없고, 이 노래를 작곡한 백영호 선생의 유족도 그 존재를 모른다. 백한기 선임기자 baekhk@kookje.co.kr

 
- 작곡가 유족 "제대로 된 기념비를"

부산 해운대구 우2동 동부올림픽타운 118동 뒤편 대로변에 수수께끼 같은 '동백아가씨' 노래비가 세워져 있다. 노래비 앞면에 가사가 있지만, 뒷면에는 여느 노래비와 달리 설립일과 건립 주체 등 내용이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아서다. 이 곡을 작곡한 백영호 선생의 유족도 모르고, 노래비를 세운 구청조차 내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는 부산 출신 백영호 선생이 작곡하고 국민가수 이미자가 부른 '동백아가씨'가 탄생한 지 50주년이 되는 해. 백 선생의 아들 경권(58·경남 진주서울내과 원장) 씨는 4일 "선친께서 작곡한 수많은 노래가 심금을 울리는 국민 애창곡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동백아가씨' 50주년을 맞아 그 업적을 기리는 제대로 된 기념비와 동백아가씨 노래비가 선친이 평생 사랑한 고향 부산에 꼭 세워지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경권 씨는 올해 초 '동백아가씨 50주년 기념 백영호 작곡집' 음반 6000장을 제작하면서 쓴 인사말에 이어 지난 7월 25일 부산 강서문화원에서 열린 '백영호 선생 추모 강연'에서도 동백아가씨 노래비 건립의 필요성(본지 지난 7월 26일 자 2면 보도)을 강조했다.


그런데 해운대구의 관문인 수비삼거리 인근에 동백아가씨 노래비가 14년 전에 이미 세워진 것으로 확인됐다. 구청은 2년 전 이경우 당시 관광경제국장이 이 노래비를 발견해 동상·기념비·조형물 관리대장에 올렸다. 하지만 건립 주체와 경위는 파악하지 못했다.


구청은 관련 서류를 몽땅 뒤진 끝에 최근 건립 경위를 알아냈다. 우2동 옛 승당마을을 재개발해 동부올림픽타운을 건립할 당시 동백군락지를 조성하고 근린공원을 만드는 과정에서 동백아가씨 노래비를 2000년에 추가로 세우는 바람에 존재가 잊힌 것 같다는 게 구청 측의 설명이다. 해운대구청이 이 노래비를 유족에게도 알리지 않고 졸속으로 세웠을 뿐 아니라 허술하게 관리했다는 지적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해운대구 박상화 문화축제팀장은 "노래비의 미스터리를 언론의 도움으로 어렵게 푼만큼 문화관광상품으로 알릴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