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값과 국가안보 [신동욱 앵커의 시선]
金여사 ‘외유 논란’ 노르웨이 순방 때... 단독으로 뭉크·소냐왕비미술관 즐겼다
K팝 관람은 “취소” 공지 하루만에 공식 설명없이 강행
당시는 이희호 여사 장례, 헝가리 유람선 시신 수색 기간
金, 코로나 상황서도 순방 국가 수 역대 1위
김정숙 여사가 외유(外遊) 논란을 빚었던 지난 노르웨이 출장에서 유명한 관광지 베르겐 ‘그리그의 집’ 이외에 뭉크 미술관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술관 두 곳을 더 방문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노르웨이 출장은 체류 기간이 고작 48시간 남짓인데도 일정과 동선(動線)에 세계적 절경인 피오르(fjord·협만) 통과와 유명 기념관 ‘그리그의 집’ 방문이 포함돼 당시에도 논란이 됐던 바 있다. 특히 김 여사는 이 순방에서 역대 퍼스트레이디의 주요 일정이었던 공관원 가족이나 한국학교 관계자, 입양아 위로 및 격려 등의 행사를 전혀 갖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외유람 아니다”더니… 세계적 미술관 2곳에 K팝공연도 봤다
3년여 전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 부부의 해외 순방에 ‘관광 일정’이 많다고 신문 칼럼을 통해 지적한 남정호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당시 칼럼은 2019년 6월 노르웨이 출장에서 대통령 내외가 피오르를 거쳐 베르겐에 도착, 그리그의 집에 들르는 공개 일정을 소재로 다루면서 “이틀뿐인 공식 일정 중 하루를 이 풍광 좋은 베르겐에서 쓴다” “‘지금이 유람할 때냐’는 비판이 안 나오게 노르웨이 일정도 한번 더 생각해 보는 게 옳았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청와대가 즉각 반응했다. 부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잘못된 정보를 옳지 않은 시선에서 나열한 사실왜곡” “해외유람으로 묘사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렇게 시작한 소송 과정에서 그간 잘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다. 청와대가 ‘문 대통령 부부는 전임자들에 비해 특별히 관광지를 많이 방문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스스로 법원에 제출한 당시의 미공개 일정이었다.
이에 따르면, 김 여사는 오슬로에서 문 대통령과 떨어져 단독으로, 지금껏 알려지지 않았던 미술관 방문 일정을 2개 더 소화했다. 뭉크미술관과 소냐왕비의 미술마구간(The Queen Sonja Art Stable) 방문이었다. 뭉크는 노르웨이가 낳은 세계적 미술가다. 소냐왕비의 미술마구간은 1849년 지어진 마구간을 하랄 국왕이 부인 소냐 왕비를 위해 미술관으로 개조, 2017년 새롭게 문을 연 장소다. 국내 관광업계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해외 관광 사이트에서는 높은 평점을 받는 명소로 꼽힌다.
또 오슬로에서 열린 K팝 공연을 문 대통령 내외가 관람했던 사실도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청와대는 이 공연 불과 하루 전 심각한 사유를 들어 관람 일정을 취소한다고 언론에 공지했는데, 정작 당일 문 대통령 내외가 공식적인 설명없이 국왕 일가와 함께 현장에서 공연을 관람했기 때문이다. 노르웨이 순방 전날인 6월11일 YTN·연합뉴스TV·뉴시스는 일정 취소 소식과 함께 “이희호 여사 별세를 추모하는 기간에 공연 관람이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는 청와대 관계자 설명까지 담아 보도했다. 게다가 당시 헝가리에서는 한국인 단체 관광객을 태운 유람선이 침몰해 수색작업이 벌어지고 있었다. 해당 사고로 27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 내외가 불참 공지를 하루만에 뒤집고 K팝 공연을 관람한 이유를 설명한 기사는 찾을 수 없었다. 해당 순방을 앞두고 노르웨이가 보내온 일정 초안에는 K팝 행사 대신 ‘한국-노르웨이 비즈니스 포럼’이 있었다. 당시 순방에는 배달주문 플랫폼 기업 ‘배달의민족’과 숙박 플랫폼 기업 ‘야놀자’ 등 100여개 스타트업과 벤처투자사 관계자들이 ‘경제사절단’이란 이름으로 문 대통령을 수행했다.
게다가 노르웨이에서 김 여사는 역대 다른 영부인들의 해외 순방 주요 일정이었던 △공관 직원 부인 격려 △한글학교 관계자 면담 △현지 입양아 격려 등의 행사는 전혀 갖지 않았다.
◇코로나에도… 김정숙 여사, 역대 영부인 중 순방 국가 수 1위
28일 조선닷컴이 청와대 공개 자료를 확인한 결과, 김정숙 여사는 건국 이래 역대 영부인 가운데 ‘해외 순방을 가장 많이 다닌 영부인’이었다. 2년째 코로나 사태가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김윤옥 여사와 동일한 횟수를 기록했고, 다른 영부인 모두를 제쳤다. 총 28번 45개국(중복 포함)을 돌았다. 건국 이래 역대 영부인 가운데 횟수로는 김윤옥 여사와 공동 1위였고, 방문국 숫자로는 단독 1위였다.
남편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년10개월간 총 30회 해외 순방을 다녔는데, 김 여사는 이 가운데 단 세 번만 동행하지 않았다. 그 세번은 당일치기 일본 출장과 이틀짜리 중국 출장, 닷새 일정의 미국 워싱턴DC 출장이었다. 대신 김 여사는 단독으로 인도에 한차례 다녀왔다. 타지마할 관광 논란을 빚은 그 출장이었다.
게다가 청와대가 남정호 칼럼니스트와의 소송 과정에서 청와대가 제출한 자료를 보면, ‘김 여사의 해외 출장에 외유(外遊) 성격이 강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내용이 나온다. 이 자료에는 칼럼 게재 시점인 2019년 6월까지의 순방 기록만 나와있다.
우선 현지 공관 직원 부인 격려를 위한 간담회 횟수다. 김윤옥 여사는 28회 순방에 동참했고, 이 가운데18회 간담회를 열었다. 권양숙 여사는 26회 순방에서 17회 간담회를 열었다. 김정숙 여사는 해당 시점에 이미 20회 순방을 했는데, 공관 직원 부인 격려 간담회는 3번 뿐이었다.
이희호 여사는 공관 직원 부인 간담회 대신 사회 봉사나 복지 관련 일정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독일 아동 전문 병원 방문, 인도네시아 신체 부자유 아동복지원 방문, 필리핀 사회복지원 방문, 중국 농아재활원 방문, 덴마크·노르웨이 입양 한인 접견 등 총 23회였다. 현지 한국학교 또는 한글학교 관계자 면담을 포함한 수치다.
남 칼럼니스트는 이달초 출간한 저서 ‘김정숙 버킷리스트의 진실’에서 “남편과 떨어져 개인 시간만 나면 현지 한국인들을 격려하려했던 전임 영부인들과는 달리, 김정숙 여사는 틈만 나면 미술관, 박물관에 가거나 해외 명승지를 돌아다녔다”고 했다. 이 책은 남 칼럼니스트가 칼럼을 준비해서 쓰고, 그 칼럼으로 인해 청와대로부터 소송을 당하고 승소하기까지의 과정을 정리한 책이다.
청와대 법정 제출 자료에 나온 김 여사의 해외 인기 미술관·박물관·명소·공연 방문 내역은 <아래>와 같다.
<아래>
▶미술관, 박물관
이스트사이드 갤러리(독일), 톨스토이의 집 박물관(러시아), 민족학 박물관(베트남), 루브르 아부다비(아부다비), 국립박물관(싱가포르) 한메이린 예술관(중국), 국립현대미술관(인도), 국립미술관(파푸아뉴기니), 루브르(프랑스), 왕립미술관(벨기에), 라틴아메리카 미술관(아르헨티나), 오클랜드 미술관(뉴질랜드), 아트갤러리(우즈베키스탄), 디자인 박물관(핀란드), 소냐 왕비의 미술마구간(노르웨이), 뭉크 미술관(노르웨이)
▶명소 또는 공연
함부르크 항구 선상투어(함부르크), 함부르크 시청(함부르크), 성 바실리 성당(모스크바), 땀타잉 벽화마을(다낭), 아부다비 수크(아부다비), 대족석각(충칭), 후마윤 묘지(델리), 동식물원(파푸아뉴기니), 비아 오캄포(부에노스아이레스), 브루나이 왕궁(브루나이), K팝 콘서트(노르웨이), 스벤스크폼 디자인 진흥원(스웨덴),
※타지마할(인도), 그리그의집(노르웨이)은 자료에서 누락돼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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