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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문석 ‘도덕성 0점’에도 경선···면접선 “수박 발언, 뭐가 문제?” 적반하장

류지미 2024. 3. 19. 14:06

양문석 ‘도덕성 0점’에도 경선···면접선 “수박 발언, 뭐가 문제?” 적반하장

박순봉·김윤나영·이유진 기자
입력 2024. 3. 18. 17:32수정 2024. 3. 18. 18:21
 

“임혁백이 양자 경선 가자고 말해”
공관위 내부 폭로에 힘받는 ‘불가론’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경기 안산갑 후보가 18일 오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 산하 도덕성 검증 소위가 양문석 경기 안산갑 후보에게 도덕성 점수 ‘0점’을 주기로 뜻을 모았지만, 전체회의에서 이에 대한 논의 없이 양 후보와 전해철 의원의 경선 진행을 결정했다는 주장이 18일 제기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발언으로 막말 및 검증 논란을 겪고 있는 양 후보에게 공천 과정 적절성 의혹까지 더해지면서 ‘양문석 불가론’이 이어지고 있다. 양 후보는 이날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았다.

양 후보는 경쟁자였던 친문재인(친문)계 전해철 의원을 ‘수박(비이재명계 비하 발언)’이라고 표현해 징계를 받은 바 있다. 양 후보는 공관위원들이 면접 과정에서 해당 발언을 지적하자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반박했다. 도덕성 검증 소위는 이를 문제 삼아 도덕성 평가 항목에 0점을 부여하자는 의견을 냈다.

 

A 공관위원은 이날 통화에서 “도덕성 검증 소위에서 양 후보에게 도덕성 점수는 0점을 주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며 “하지만 전체 회의에서 임혁백 공관위원장이 도덕성 점수에 대한 논의 없이 적합도를 기준으로 양자 경선으로 가자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한 위원이 문제제기했고, 다른 위원은 공천에서 배제하는 게 맞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공관위원들은 면접을 보며 총 100점 중 적합도(청년·신인·여성·장애인 등) 40점을 제외한 60점에 대해 평가했다. 60점은 정체성·도덕성(각 15점)와 의정활동·면접·기여도(각 10점)의 5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도덕성 검증 소위에선 양 후보의 도덕성 점수를 ‘0점’으로 하자는 의견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셈이다.

 

B 공관위원은 통화에서 “제 기준에서는 저런 분은 면접에서 점수를 드릴 수 없다는 생각에 0점을 드렸다”며 “취합한 종합 심사 결과를 알 수는 없지만 제가 확실하게 밝힐 수 있는 건 전원 0점을 드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C공관위원은 이날 기자에게 “결과적으로 헤이트스피치(혐오발언) 자체로는 어떤 공관위원은 도덕 점수 0점을 줬다고 했고, 누군가는 (공천 배제) 그렇게까지 하기가 애매하지 않느냐는 입장도 있었다”고 말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SBS 라디오에서 “제가 알기로는 공관위 내부에서 상당히 논란이 있었고, 도덕성 문제에 대해서 특히 외부위원들께서도 여러 분이 거의 최하점을 줬다”며 “공관위에서 논란 끝에 그냥 통과가 됐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임혁백 공관위원장도 일부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양 후보는 막말에 더해 이를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아 면접에서도 낮은 점수를 받았다. 양 후보는 지난해 6월 “수박의 뿌리요, 줄기요, 수박 그 자체인 전해철과 싸우러 간다” 등의 발언을 했다가 같은 해 11월 당원 자격정지 3개월 징계를 받았다. 그러나 양 후보는 면접에서 “수박 같은 막말을 하면 되느냐”는 지적에 “내가 동물 이야기를 한 것도 아니고 식물 이야기를 했는데,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D 공관위원은 이날 통화에서 “면접에서 그렇게 면접위원한테 대꾸를 하는 게 통상적이지는 않지 않느냐”고 말했다. C공관위원은 기자에게 “공관위원들이 헤이트스피치가 문제 있다고 해도 양 후보는 ‘자기의 논리가 있다’는 식으로 반박하고 끝내 굽히지 않았다”며 “공관위원과 양 후보 간에 결국 목소리가 높아졌다”고 전했다. A 공관위원은 “면접 점수는 1점을 줬다”고 말했다.

 

양 후보는 이미 노 전 대통령을 비하했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겪고 있다. 양 후보는 2007~2008년 기고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불량품’, ‘매국노’ 등으로 여러 번 표현했다. 2007년 2월15일자 언론노보 칼럼에서는 노 전 대통령을 겨냥해 “가면 쓴 미국인이 한국인 행세하는 것을 폭로하고 그들이 더 이상 한국 땅을 밟지 못하도록 공항을 폐쇄하여 쫓아내야 할 것”이라고 적은 것이 이날 추가로 알려졌다.

 

양 후보는 이날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양 후보는 참배 후 기자들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왔다”며 “유가족에 대한 사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좋아하고 그리워한 국민에 대한 사죄”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 등 당 지도부는 양 후보 공천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김민석 총선상황실장은 이날 불교방송 라디오에서 “제가 파악하기로는 (양 후보의 공천 취소는) 현재까지 논의되는 바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양 후보 발언이 나왔던 시기 진보 진영 내에서도 노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이견이 많았다는 점과 양 후보가 과거에도 사과를 했고 현재도 사과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들어 양 후보를 옹호했다. 이 대표는 전날 경기 화성 유세 현장에서 기자들에게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도 욕할 수 있는 것이 국민의 권리’라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비명계를 중심으로 당내 반발은 확산하고 있다. 전해철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양문석 후보의 (노 전)대통령님에 대한 비난의 발언은 그 빈도와 말의 수위, 내용의 문제에서 용납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밝혔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SBS 라디오에서 “빨리 논란을 종식하고 여러 가지 선당후사의 모습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친문계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지금까지 나온 기사들을 보면 도대체 당 공관위가 제대로 기능을 한 건 맞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김우영 서울 은평을 후보 발언도 논란 중이다. 김 후보는 지난해 12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고민정도 강병원도 윤영찬도 내 상대가 아니다. 나의 상대는 우리 안의 비겁함”이라며 “전차를 몰고 저 비겁자들의 대가리를 뽀개버리자”는 글을 올린 바 있다. 그는 지난 3월엔 SNS에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을 당론으로 정한 정의당을 두고 “정의를 쌈 싸서 개에게 쳐멕여(처먹여) 주는 찌질당”이라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이후 “정의당원들에 분명 모욕적인 표현”이라고 사과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