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는 우리의 적" EU 회원국 헝가리서 '親러' 집권당 승리
유병훈 기자
입력 2022. 04. 04. 14:02
동유럽의 헝가리와 세르비아에서 친(親) 러시아 성향의 집권 여당이 재집권에 성공했다. 헝가리는 EU 회원국, 세르비아는 EU 가입을 추진 중인 가입 희망국이다.
AFP통신·CNN 등에 따르면, 헝가리의 오르반 빅토르 총리는 지난 3일(현지 시각) 치러진 총선에서 집권 여당이 승리해 4연임에 성공했다. 권위주의적 지도자로 알려진 빅토르 총리는 지난 1998∼2002년 총리를 지낸 후 2010년 재집권하고는 12년째 장기 집권을 해왔다.
트위터 캡처
헝가리 국가선거위원회는 개표율 94% 기준, 빅토르 총리가 이끄는 집권여당 피데스가 53%의 득표율을 기록해 35%의 야당 연합을 큰 표차로 따돌렸다고 밝혔다. 야당 대표의 지역구에서도 피데스는 승리했다.
빅토르 총리는 승리 연설에서 “우리는 위대한 승리를 쟁취했다. 이 승리가 워낙 커서 달에서도, 브뤼셀에서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브뤼셀은 유럽연합(EU)의 행정부인 집행위원회가 있는 곳이다. 언론과 사법부에 대한 통제, 반(反)이민정책, 성 소수자 차별 등 권위주의적 통치 성향으로 EU와 마찰을 빚어온 빅토르 총리가 EU에게 승리를 과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또 연설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선거 기간 동안 극복해야 했던 적대자 중 한 명”이라고 불렀다. 헝가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군 병력 주둔은 허용하겠다면서도, 러시아 에너지에 크게 의존하는 경제 구조상 대(對)러시아 에너지 제재를 회피해왔다.
빅토르 총리는 야당의 우크라이나 지원 주장에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는 서방 국가의 대열에 동참하면 헝가리가 전쟁에 끌려들어 갈 수 있다”고 했다. 또 지난주 헝가리 외무부 장관은 별다른 증거를 제시하지 않고 “우크라이나가 헝가리 야당과 협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빅토르 총리가 실제로 미국 등 서방의 무기가 헝가리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지원되는 것을 막자, 젤렌스키 대통령은 “(빅토르 총리는) 유럽에서 푸틴 대통령을 돕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세르비아에서도 친러 성향이 강한 알렉산다르 부치치 대통령의 당선이 확실시된다. 부치치 대통령은 야당이 결선투표를 위한 득표율 달성에 실패했다며 일찌감치 선거 승리를 선언했다. 세르비아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는 유엔 결의안에는 동참했지만, EU의 제재에 대해선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줄타기 외교’를 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번 선거 결과가 EU의 딜레마를 나타낸다고 분석했다. 이미 EU에 가입된 헝가리와 가입을 추진 중인 세르비아가 EU의 법치 기준이나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지정학적 문제에서 다른 EU 국가들과 다른 행보를 보이는 경우 어떻게 대처할지 쉽게 해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선비즈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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