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격 소리에 콘돔 먼저 챙겼다"…러軍 성범죄에 떠는 우크라 여성들
- 머니투데이
- 박가영기자
- 입력2022.04.04 14:45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우크라 침공] 러시아 점령지서 우크라 성폭력 피해자 증언 잇따라
우크라이나 경찰이 2일(현지시간) 수도 키이우 외곽 한 마을에서 러시아군 장갑차 잔해 앞을 지나고 있다./사진=AFP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여성들을 상대로 성폭력까지 자행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최근 러시아군이 퇴각한 수도 키이우 인근 지역에서 러시아군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우크라이나 피해자들의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3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러시아는 최근 우크라이나에서 군사 활동을 축소하겠다고 발표하며 키이우를 비롯한 북부에서 일부 병력을 철군했다. 러시아군이 점령지를 떠난 지역에는 그들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우크라이나 민간인 여성들의 두려움이 짙게 깔려 있었다. 이 지역의 여성들은 현지 경찰과 언론, 인권 단체 등에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신고하고 있다.
현지 당국에는 믿기 힘든 규모의 성폭력 피해 사례가 접수되고 있다고 한다. 러시아군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는 내용부터 총구가 겨눠진 상태에서 혹은 아이가 보는 앞에서 성폭행 피해를 입었다는 증언까지 접수됐다.
이날 사진작가 피하일 팔린차크가 키이우 도심에서 20km가량 떨어진 고속도로에서 촬영한 사진에는 담요에 싸여진 남성 1명과 여성 3명의 시신의 모습이 담겼다. 이 여성들은 벌거벗은 채 신체 일부가 불에 탄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가디언은 "팔린차크의 사진은 러시아군이 점령한 지역에서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즉결 처형, 강간, 고문이 자행됐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영국 더타임스는 지난달 30일 러시아군에 의해 성폭행 피해를 입은 생존자의 인터뷰를 처음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키이우 외관 브로바리 지역에 살았던 한 여성은 이 인터뷰에서 러시아군이 남편을 총으로 사살했으며, 2명의 군인이 어린 아들 앞에서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증언했다.
성폭력 생존자를 지원하는 자선단체 라 스트라다 우크라이나의 카테리나 체레파카 회장은 "우리 단체에 도움을 요청하는 여성과 소녀들로부터 수차례 긴급 전화를 받았지만, 교전이 계속되는 탓에 물리적으로 도울 수 없었다"며 "성폭력 피해는 일반적인 상황에서도 제대로 신고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 현재 드러난 상황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전시 상황에서 성폭력은 전쟁 범죄이자 국제인도법 위반 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이에 우크라이나 검찰총장과 국제형사재판소(ICC)는 현재까지 보고된 성범죄 피해에 대한 조사를 개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전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사법 처리가 제대로 실현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우크라이나 여성들은 '나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31세의 우크라이나 여성 안토니나 메드베드추크는 전쟁이 발발한 날 키이우를 떠나기 전 콘돔과 무기로 사용할 가위를 집어 들었다. 메드베드추크는 "폭격 소리를 들으면서도 구급상자보다 피임기구를 먼저 찾고 있었다"면서 "어머니는 '이건 그런 전쟁이 아니다'라며 나를 안심시키려고 했지만, 내가 봐온 모든 전쟁에서는 이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개전 이후 수백 명의 난민 여성을 도운 페미니스트 워크숍 등 우크라이나 단체는 지방 정부와 협력해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의료적·법적·심리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페미니스트 워크숍의 리비우 지부 담당자는 "도망간 여성들이 총과 강간범으로부터 멀어져 안전한 것처럼 보이겠지만, 트라우마는 계속해서 피해자 내부에 폭탄처럼 남아 그들을 계속 따라다닌다"고 강조했다.
박가영 기자 park08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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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 우크라 여성 성폭행 정황 속속 드러나 / 연합뉴스 (Yonhapnews)
https://www.youtube.com/watch?v=VtYTLbVGaz8
러시아 "부차 민간인 집단학살은 거짓…시체가 움직였다" / 연합뉴스 (Yonhapnews)
https://www.youtube.com/watch?v=KoB5sEqiK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