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억 중국인의 아리랑 `연안송'

[한국인 정율성 의 대표작]13억 중국인의 아리랑 `연안송'

미인송 20.09.03 04:04

 

[한국인 정율성 의 대표작]13억 중국인의 아리랑 `연안송'
13억 중국인의 아리랑 `연안송'

'보탑산 봉우리에 노을 불타고
연하강 물결위에 달빛흐르네
봄바람 들판으로 솔솔불어치고
산과산 철벽이뤘네/
아 연안 장엄하고 웅위한 도시
항전의 노래 곳곳에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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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율성의 대표작 '연안송'은 도심을 가로지르는 연하강과 상징물인 보탑을 배경 삼아 항일의 심장에 다름없던 연안의 아름다운 서정과 항일의 결의를 노래했다. 연안의 도심 한복판과 연하강 전경.

"나에게 가사를 하나 써주오"

1938년 봄 어느날 오후 5시 무렵이었다. 연안성에서 열린 항일대회를 끝내고 북문 밖을 나와 노신예술학원 산비탈에 올랐다. 율성 곁에는 노신예술학원 문학부 중국인 여학생 막야(莫耶ㆍ모예)가 자리하고 있었다. 연안성에서 산과 들로 흩어지는 수천명의 항일 전우들이 한눈에 들어오고, 여기저기서 힘찬 구호와 노래소리가 황토고원을 뒤흔들었다. 막야는 율성의 요청을 전에도 수차례 들었지만,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 지 몰랐다. 그런데 이날 율성의 요청을 받고선 마음속에서 뜨거운 격정이 밀려왔다.

막야는 '연안송의 창작 경과'라는 회고글에서 "연안의 장엄하고도 웅위로운 옛성, 석양 비낀 산마루의 보탑, 맑은 연하수, 뒤이어 동녘에 두둥실 떠오르는 명월, 이 아름답고 감동적인 경치는 나의 가슴 속에 격정을 불어 넣었고, 상상의 나래를 펴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녀는 급히 만년필과 필기책을 꺼내들고 눈앞에 펼쳐지는 항일의 성전 연안과 가슴 저 깊은 곳에서 치솟아 오르는 뜨거운 격정을 담아내고 시작했다.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제목은 '연안을 노래한다' 입니다" 막야는 율성에게 연안의 석양과 항전의 결의를 다진 가사를 손에 쥐어주었다.

1938년 봄 '연안송'이 초연됐던 연안 양가령 내 중앙대례당.

며칠 후 연안성의 예당(대강당)에서 집회가 열렸다. 예당에는 모택동 등 쟁쟁한 인물들이 앉아 있었다. 집회 연설에 앞서 공연이 시작되고 첫 무대를 율성이 장식했다. 그는 여성가수 당영매(唐榮枚)와 함께 무대에 올라 처음으로 '연안을 노래한다'를 불렀다. 그는 둘째형 충룡이 준 만돌린으로 리듬을 탔다.

'보탑산 봉우리에 노을 불타고/ 연하강 물결위에 달빛흐르네 / 봄바람 들판으로 솔솔불어치고/ 산과산 철벽이뤘네/ 아 연안 장엄하고 웅위한 도시/ 항전의 노래 곳곳에 울린다'

유장하면서도 항일의 성지 연안을 뜨겁게 껴안은 그의 노래가 끝날 무렵 예당은 천지를 진동할 듯한 박수와 환호에 휩싸였다. 연안송의 작사자 막야는 그날 예당에서의 초연을 회상하며 "모택동 주석과 중앙의 수장동지들은 미소를 띄우고 귀담아 듣다가 노래가 끝나자 매우 기뻐하며 박수를 쳤다. 당시 나는 이 정경을 보고 격동된 나머지 눈시울이 뜨거워졌다"고 회고글에 적었다.

공연 다음날 중국공산당 중앙선전부에서 급히 악보를 급히 구해갔다. 후에 중앙선전부에서 노래 제목을 '연안송'으로 고쳤다고 한다. 연안송은 입에서 입으로, 항일군정대학에서, 노신예술학원에서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1937년 중ㆍ일전쟁에서 부터 1945년 일본 항복 때까지 8년간의 항일 전쟁 기간 중 이 노래가 정식으로 출판된 적은 없었지만, 마치 노래에 날개가 돋친 듯 연안에서, 전선으로, 해방구에서 국민당 통치구로 퍼져나갔다.미국 뉴욕에서 팔로군 투쟁기금을 모금할 때마다 연안송이 연주될 정도였다.

정율성은 1963년 5월16일자 '북경만보'에 "혁명성지 연안은 항일의 중심지로서 인민들의 숭경과 동경을 받았다"면서 "연안송이 이런 사상 감정을 담았기 때문에 광범위한 지구에 전파되고 생명력을 가질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음악은 단순한 오락 보다는 혁명의 무기이고 전투의 무기였다"고 강조했다.

연안송이 창작된 지 58년이 흘렀지만, 이 노래는 여전히 중국 대륙에 울려퍼지고 있다. 중국 국영방송 CCTV 4에서 내보내는 중국혁명 드라마 제목이 바로 '연안송'이며, 주제곡 또한 그의 노래다. 이 다큐드라마는 수백만개의 테이프로 제작돼 중국 전역에서 판매되고 있다. 또 북경 중국인민항일기념관의 안내 모니터를 보면 대표적인 항일가요로 '연안송'이 흘러나온다. 그 뿐 아니다. 북경 등 대도시 공원에서 노래를 배우는 합창단의 악보에는 어김없이 연안송이 들어있다.

북경 중국인민항일기념관의 대표 항일곡 안내 모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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