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분별이 안 될까요 [신동욱 앵커의 시선]
https://www.youtube.com/watch?v=YTqgjeviQPo&t=12s
"나는 강선영이 아니야, 나는…"
살인범 정유정이 여러 번 봤다는 영화지요. 여주인공이, 살해한 여자 행세를 하는 '신분 세탁' 이야기입니다.
"행복해지고 싶어서… 행복해질 줄 알았는데…"
새사람이 된 옛 조폭을, 이름난 조직 보스가 찾아갑니다.
"저도 선생처럼 갈아타고 싶어서… 이미지 세탁하겠다는 말이구만."
그런 그가 주먹판을 떠나 뛰어든 곳은 정치판입니다.
"내가 확 변할라니까 이쁘게 좀 봐주쇼."
그는 국회의원에 당선되지만 그런다고 과거가 지워지는 건, 정말 영화 같은 일이지요.
중국 농촌에서는 세탁기가 자주 고장 난다고 합니다. 만능인 줄 알고 채소나 감자 따위를 넣어 돌리는 것이지요. 이 베스트셀러처럼 마음의 얼룩까지 말끔히 씻어주는 세탁소가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지난달 조국·추미애· 송영길 삼인방의 총선 출마설이 모락모락 피어오르자 이런 반응이 나왔습니다.
"좀 거시기하다. 거시기는 아무도 모른다. 현재 거시기한 상태다."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자들은 '조추송 어벤저스' 라며 반겼지만, 민주당의 처지는 그렇게 난감했습니다.
그러더니 이제 더 호되게 냉가슴을 앓고 있습니다. 조국 전 장관이 "비법률적, 정치적 방식으로 명예 회복의 길을 찾을 거"라고 선언하면서지요. 법정 밖에서 정치적 길을 찾겠다면 결국 총선에 출마하겠다는 얘기나 다름없으니 말입니다.
당장 친명계, 당 정무조정 실장이 나서 "정치와 국회의원 출마가 명예 회복의 수단은 아니"라고 가로막았습니다. 사뭇 단호해서, 사실상 이 대표의 의중일 거라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여태 '조국의 강'도 건너지 못한 채 총선이 닥쳐오는데 '조국의 늪'을 만난 격이니 뒤숭숭할 수밖에요. 만약 조 전 장관이 출마를 강행한다면 아무리 민주당 밖이라고 한들 유권자들 눈에는 거기가 거기로 보일 건 자명한 일입니다.
조국과 민주당을 분리해서 보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어쩌면 조국 심판론이 민주당의 '정권 심판' 프레임을 집어 삼킬지도 모를 일이지요. 민주당으로선 5년 만에 정권을 내주게 된 분수령이 조국 사태 였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조국에게 뒷다리를 잡혀 비틀거릴 걸 생각하면 화가 치솟을 법도 합니다.
조 전 장관은 1심 재판에서 꾸지람까지 들으며 실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그런데도 기어이 출마하겠다면 누가 말릴 수 있겠습니까. 그는 이미 양산 문재인 전 대통령을 찾아간 자리에서 "지도도 나침반도 없는 길을 가겠다"며 출마의 운을 뗀 바 있습니다. 이런 여러 정황들을 종합해보면 마음은 이미 방향을 잡은 듯 합니다.
시인이 '길들을 만나는 일은 죄를 짓는 밤' 이라고 했습니다. '그 길의 세탁소에 들러 영혼을 다림질' 하려다 깨닫습니다. 영혼은 스스로 세탁해야 한다는 사실을.
선거는 죄진 사람들이 한풀이 푸닥거리를 벌이는 굿판이 아닙니다. 얼룩진 기억까지 하얗게 표백해주는 판타지 세탁소는 더더욱 아니죠. 과거 얼굴에 점 하나 찍고 돌아와, 전혀 다른 사람 행세를 하는 드라마가 인기를 끈 적은 있습니다만 아직도 드라마와 현실을 구분 못하면 더 큰 사달이 날지도 모를 일이지요.
11월 8일 앵커의 시선은 '아직도 분별이 안 될까요' 였습니다.
[Ch.19] 사실을 보고 진실을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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