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고군분투했지만 역부족… 與 ‘리더십 공백’ 상태
참패 책임론 피하기 어려울 듯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0일 오후 방송 3사 출구 조사가 발표되기 1분 전쯤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 도착했다. 한 위원장은 국민의힘 관계자들의 박수를 받으며 입장할 때만 해도 미소 띤 얼굴이었지만 출구 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표정이 굳었다. 윤재옥 원내대표와 장동혁 사무총장 등 주요 인사들도 침묵 속에서 화면을 바라볼 뿐이었다. 10여 분 뒤 한 위원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가라앉은 목소리로 “민심의 뜻을 따르기 위한 정치를 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출구 조사 결과가 실망스럽다. 그렇지만 끝까지 국민의 선택을 지켜보면서 개표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말하고 개표상황실을 떠났다.
한 위원장은 작년 12월 김기현 당대표가 사퇴하자 법무 장관을 그만두고 국민의힘의 ‘구원투수’로 나섰다. 하지만 이번 총선 패배 책임론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차기 대선 주자로서의 위상도 크게 흔들리게 됐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9회말 2아웃 상황에서 대타로 나선 한 위원장의 한 방을 기대했지만 이변은 없었던 셈”이라며 “당분간 리더십의 진공 상태 속에서 지리멸렬한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할 공산이 크다. 그는 선거 캠페인 과정에서 “내 임기는 총선 이후”라고 말하곤 했지만 2016년 20대 총선 때 김무성, 2020년 21대 총선 때 황교안 등 과거 총선에서 패배한 국민의힘 당대표들은 모두 물러났다.
국민의힘은 총선 패배로 또다시 리더십 공백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비대위’가 와해하면 국민의힘은 윤재옥 원내대표가 당대표 대행을 맡아 일정 기간 새로운 비대위를 구성해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등 리더십 재건 작업을 맡게 될 전망이다.
관심은 차기 당대표 경쟁에 누가 나설지다. 한 위원장은 총선 캠페인 때 “제가 선거 끝나면 유학 갈 거라고 그러던데 저는 뭘 배울 때가 아니라 공적으로 봉사할 일만 남았다”면서 총선 이후에도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혔지만, 총선 패배 책임론으로 당대표 경선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한 위원장의 빈자리를 당내 비윤계가 차지할지도 관심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는 2027년까지고, 차기 총선은 윤 대통령 퇴임 후인 2028년에 열리는 까닭에 비주류 중진 의원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고 나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이번 총선 패배로 인해 작년 3월 전당대회 때처럼 당권 주자들을 줄 세우기 할 힘을 상실했다.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가 열린다면 국민의힘은 차기 대선 체제로 접어들 가능성도 있다. 작년 친윤계의 집단 공격으로 당대표 도전을 포기했던 나경원 전 의원과 안철수 의원은 이번 총선 승리로 입지를 굳히면서 당권에 도전할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힘의 험지(險地)로 꼽히는 인천 계양을에 출마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상대로 패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당대표 도전을 요구받을 수 있다. 선거 막판 나 홀로 지원 유세를 펼쳤던 유승민 전 의원도 ‘국민의힘 혁신’을 내걸고 출사표를 던질 가능성이 있다. 대선 후보군으로 꼽히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은 2026년까지 임기가 남아 있어 당대표 도전 여부가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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