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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훈련기 공중 충돌, 조종사 4명 전원 숨져

류지미 2022. 4. 2. 07:03

공군 훈련기 공중 충돌, 조종사 4명 전원 숨져

사천기지서 이륙 5분만에 사고… 일부는 비상탈출 시도한 듯
“낙하산에 매달린 두 사람… 움직임 없었다”

사천=김준호 기자
입력 2022.04.01 22:08
 
 
1일 경남 사천시 정동면 한 야산에 공군 훈련용 전투기 KT-1 기체 일부가 떨어져 있다. 이날 오후 1시 37분쯤 KT-1 2대가 공군 사천기지 남쪽 약 6㎞ 상공에서 충돌해 추락, 전투기 조종사 4명이 순직했다. /뉴스1

공군 훈련용 전투기 KT-1 2대가 1일 공중 충돌 후 야산에 추락했다. 이 사고로 전투기 조종사 4명이 전원 순직했다. 공군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32분쯤 경남 사천 제3훈련비행단에서 공중 비행훈련을 위해 이륙한 KT-1 한 대와 뒤이어 이륙한 KT-1 한 대가 오후 1시 37분쯤 공군 사천기지 남쪽 약 6㎞ 상공에서 공중 충돌해 추락했다. 두 전투기가 연이어 이륙한 지 약 5분 만에 사고가 난 것이다.

 

추락 지점은 사천시 정동면 사천읍교회 뒤 야산으로 알려졌다. 충돌한 KT-1 2대 중 1대는 계기비행 중이었다. 계기비행이란 조종사가 육안으로 지형지물을 파악하는 시계(視界)비행이 아니라, 항공기에 장착된 계기에만 의존해 비행하는 것을 가리킨다.

 

공군은 사고 발생 1시간 20분쯤 뒤 “KT-1 훈련기 2대에서 비상탈출이 이뤄졌지만 조종사 3명은 순직했고 1명은 실종됐다”고 했으나, 수색 끝에 실종자 1명도 정동면 여옥마을 뒷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학생 조종사(중위) 2명과 비행 교수(군무원) 2명이었다. 인근 주민들은 사고 당시 낙하산 3개를 목격했으며, 이 중 1개는 완전히 펴지지 않은 상태였다고 증언했다.

1일 오후 경남 사천 공군 제3훈련비행단에서 이륙한 KT-1 훈련기 2대가 공중 충돌해 추락했다. 사진은 기체에서 사출된 낙하산. 2022.4.1 /연합뉴스

공군 관계자는 “전투기 비상탈출 레버를 조작하면 전투기 캐노피가 열리면서 좌석이 사출되고 낙하산도 동시에 펼쳐진다”고 했다. 위급 상황을 인지한 조종사들이 비상탈출 레버를 조작해 탈출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다만, 공군은 조종사들이 충돌 전 언제 레버를 조작했는지 등에 대해서는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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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애도 메시지를 내고 “조종 훈련 중에 안타까운 사고로 순직한 정종혁·차재영 중위, 전용안·이장희 비행교수의 명복을 빈다”며 “조국의 하늘에서 영면하시길 기원한다”고 했다.

 

이날 사고로 전투기 파편이 교회와 인근 민가에 떨어져 피해도 발생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파편이 떨어져 사천읍교회 옥상에 불이 났으나 2분여 만에 진화했다. 인근 민가 1채 지붕과 차량도 파손됐다. 공군과 소방본부 등은 사고 이후 일반인들이 추락 현장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통제했다. 이날 경찰과 사천시, 소방 당국은 소방 차량 28대와 소방 헬기 3대, 소방관, 경찰, 공무원 등 252명을 현장에 투입해 수색과 진화 작업을 벌였다.

훈련기 충돌 직후, 낙하산 내려오길래 괜찮을 줄 알았는데… - 1일 경남 사천 공군 제3훈련비행단 소속 훈련용 전투기 KT-1 2대가 훈련을 위해 이륙한 뒤 공중 충돌해 추락했다. 훈련 조종사와 교관 등 4명은 모두 순직했다. 맨 위 사진은 사고 훈련기에서 사출된 낙하산 모습(하얀 점선 원). 공군은 조종사와 교관이 비상 탈출을 시도했을 가능성 등을 상정하고 사망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바로 위 사진은 이번에 사고가 난 KT-1 훈련용 전투기의 모습. /연합뉴스

 

 

사고가 발생한 정동면 옥정마을 주민 이동영(81)씨는 “마을의 한 집은 전투기 엔진이 떨어져서 지붕이랑 차도 부서졌다”며 “조용하던 마을이 난리가 났다”고 말했다. 옥정마을 인근 화암마을 주민 최모(60)씨는 집 근처 밭에서 취나물을 캐고 있다가 사고 현장을 가까이서 목격했다. 최씨는 “‘쾅’ 하는 소리에 하늘을 올려봤더니 날개 없는 비행기 동체가 수직으로 떨어졌다”며 “이후에 파편이 150m 근방 주변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파편이 떨어진 이후에 낙하산 하나가 내려왔는데 완전히 펴지지 않고 곶감 말린 듯 꾸깃한 상태로 빠른 속도로 떨어져 내려왔다”며 “이후 낙하산 2개가 연이어 보였다”고 했다. 최씨는 또 “보통 영화처럼 낙하산을 조종하는 모습이 아니라 매달린 사람들 모두 축 늘어져 있어서 ‘아 큰일 났구나’라는 것을 직감했다”고 말했다.

 

여옥마을 주민 전봉길(69)씨도 “처음엔 전쟁이 난 줄 알았다”며 “‘쾅’ 소리가 나 하늘을 봤더니 검은 연기와 함께 비행기 동체로 보이는 파편들이 마을과 뒷산으로 떨어졌다. 이후 비행기 날개 2개가 팔랑팔랑거리면서 떨어지는 것을 봤다”고 전했다. 그는 “이후 하늘에서 낙하산 2개에 매달린 사람이 보였다”며 “다리도 보여서 조종사는 살았겠거니 했는데 뉴스를 보고 숨진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사고가 난 KT-1은 2인승 훈련기로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국방과학연구소(ADD)가 1998년 개발한 최초의 국산 기본 훈련기다. 2000년 8월 실전에 배치됐고 전투기 조종사 후보생들이 기초 조종술을 익히는 데 활용해 왔다. 기체 길이는 10.26m, 높이는 3.67m, 폭은 10.6m로, 최대 속도는 시속 574㎞다. 훈련기 앞좌석에 교육생이, 뒤에는 공군 비행교수가 탑승한다. 2003년 11월에도 KT-1 비행교육 훈련 중 사고가 발생해 조종사 1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공군은 사고 원인에 대해 “조종사의 엔진전자제어장치 스위치 조작 잘못”이라고 밝혔다.

 

공군은 이번 KT-1의 공중 충돌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전투기·훈련기의 공중 충돌 자체가 드문 일이어서 기체 결함 가능성 등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공군은 “공군참모차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비행사고 대책본부를 구성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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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종사 4명 사망…아수라장 된 마을

이날 오후 정동면 화암리 사천읍교회 인근에서는 군인과 경찰이 통제선을 구축하고 사고 현장을 수습 중이었다. 군에 따르면 훈련기 한 대는 사천읍교회 인근 야산에, 다른 한 대는 인근 들판에 추락했다. 사고 직후 3명이 발견됐고, 1명은 수색 3시간 후인 오후 4시 22분경 인근 마을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주민들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했다. 김종포 씨(61·경남 진주시)는 “산에서 연기가 올라오고 낙하산을 멘 사람 2명이 교회 근처 논에 떨어져 있었다. 가 보니 농로 쪽에 있는 한 명은 아예 형체를 알기 힘들 만큼 처참한 모습이었고 다른 한 명은 형체는 알아볼 수 있었지만 움직임이 없었다”고 전했다.

사고 현장에서 200여 m 떨어진 곳에서 애견카페를 운영하는 A 씨(65)는 “귀를 찢을 것 같은 큰 굉음이 들려 깜짝 놀랐다”며 “낙하산이 내려오는 것을 보고 ‘조종사들은 모두 살았겠구나’라고 안도했는데 숨졌다는 소식을 들으니 가슴이 너무 아프다”고 말했다. 폭발로 훈련기 파편 중 일부가 사천읍교회 지붕에 떨어져 불이 붙었지만 20여 분 만에 진화됐다. 인근에 주택도 있었지만 피해는 없었고 주차된 차량 일부가 파손됐다. 주민들의 인명 피해도 없었다.

KT-1 훈련기는 2인승으로 보통 앞에는 학생조종사(중위)가 탑승하고, 뒤에는 비행교수(군무원)가 탄다

학생조종사( 정종혁 중위, 차재영 중위) 2명과 비행교수(군무원 전용안 비행교수, 이장희 비행교수) 2명 등 4명이 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