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v and Arts

들꽃처럼 피어난 가수 도현아

류지미 2022. 6. 24. 14:01

브레이크뉴스 2019.12.09

들꽃처럼 피어난 가수 도현아

이일영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9/12/09 [10:23]
 
 

▲ 도현아 가수 TBN 제주교통방송 토,일 낮 라디오 프로그램 '차차차' 진행 © 이일영 칼럼니스트

 

요즘 다양한 음악에 대한 많은 글을 쓰면서 가슴을 걸어오는 대중가요 한 곡이 있었다, 도현아 가수의 ‘혼자서 울고 있네요’라는 노래였다. 이 노래는 필자가 오랫동안 인터넷 음악방송을 하면서 신청곡으로 처음 들었던 노래였다. 취미활동으로 하는 인터넷 음악방송은 대체로 퇴근 후 깊은 밤에 하는 특성으로 감성적인 노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이렇게 듣게 되었던 가수의 노래 ‘혼자서 울고 있네요’가 가요 방송 시간이면 많은 해가 지나도록 약방의 감초처럼 신청되어오는 까닭으로 언제부터인가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이에 몇 해 전쯤에 가수의 다른 노래를 찾다가 몇 가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먼저 가수의 노래 ‘혼자서 울고 있네요’가 1989년 김민정이란 가수가 1집 앨범에 발표하였던 곡을 2003년 도현아 가수가 리메이크 한 노래였다. 이와 같은 도현아 가수의 기록을 찾게 되면서 1994년 (도희)라는 예명으로 ‘사랑 반 눈물 반’이라는 타이틀곡으로 데뷔한 가수임을 알게 되었다.

이어 1996년 ‘사랑 반 눈물 반’과 1998년 ‘혼자 마시는 커피’ 앨범이 (도희)라는 예명으로 발표되어 있었다. 당시 이와 같은 (도희)라는 가수가 1997년 KBS2의 인기 일일드라마 ‘정 때문에’ 주제가를 불러 많은 인기를 얻었으며 연이어 KBS1 TV 소설 드라마 ‘모정의 강’ 주제가를 부르면서 많은 활동을 펴던 가수로 당시 팔색조의 목소리로 평가받았던 가수였다.

이와 같은 (도희) 가수가 1998년 ‘혼자 마시는 커피’ 발표 이후 2003년 도현아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숨겨진 사랑’ 음반을 발표하면서 ‘혼자서 울고 있네요’가 당시 발표되었던 것이다. 이후 2005년 불교방송(BBS) 국민 라디오 ‘트롯 전성시대’ DJ로 진행을 맡아오면서 2006년 샹송의 감미로운 선율과 보사노바의 로맨틱한 리듬이 어우러진 ‘외톨이’를 타이틀곡으로 새로운 음반을 발표하였다.

가수는 2010년까지 5년간 DJ로 활동한 것이다. 이후 2012년부터는 경인 iTV FM 방송 ‘정은숙 도현아의 신나는 라디오’ 프로 진행자로 2014년까지 활동하면서 2013년 ‘호접몽(胡蝶夢)’이라는 음반을 발표하였다. 이는 도가사상을 대표하는 장자(莊子)가 나비가 되었던 꿈에 담긴 삶의 허허함을 뜻하는 호접지몽(胡蝶之夢)을 품은 노래로 전국의 주요한 노래교실에서 가장 인기 있는 교습 노래로 활용되었을 만큼 음악성이 높은 곡이었다.

이와 같은 도현아 가수의 노래를 필자가 새롭게 만난 것은 2017년이었다. 뮤비를 겸한 도현아의 MUSIC STORY로 발표된 노래 ‘천상의 화원’이었다. 이 노래는 따뜻한 현악기의 선율이 흐르는 편안한 느낌의 멜로디 라인을 따라 가수 특유의 이야기하듯 걸어가는 노래의 시작이 매우 인상적인 곡이었다. 음악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멜로디와 보컬의 하모니를 중시하는 대중 작곡법 ‘버스-코러스 폼’(verse-chorus form)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곡이다. 이는 성인 취향의 현대적 감각의 팝 음악 스타일을 뜻하는 ‘어덜트컨템포러리’(Adult Contemporary)장르의 노래이다. 이와 같은 감각의 음악은 ‘백지영’, ‘소녀시대’, ‘더원’, ‘엠씨더맥스’, ‘신효범’과 같은 유명 뮤지션들의 인기곡들을 탄생시킨 작곡가 이현우와 백동우의 작곡과 편곡에서 탄생한 음악이었다. 이와 같은 음악을 바탕으로 노래 가사에 담긴 감성을 절묘하게 그려간 한 폭의 맑은 수채화와 같은 가요를 탄생시킨 것이다.

가수를 찾아 나섰다. 세계일보 스포츠 월드에서 예능을 맡았던 오랜 지인 강민영 부장이 오래전 가수의 기사를 쓴 기록을 찾아내어 연락처를 받았다. 가수와의 통화에서 가수가 쏟아놓은 첫 마디가 잊히지 않는다. ‘저는 지금 대학을 다니고 있습니다.’ ‘음악을 제대로 공부하여 단 한 곡이라도 노래로 남는 가수가 되고 싶네요’ ‘이제까지 살기 위하여 노래를 해왔지만, 이제는 누군가의 가슴에 남는 노래를 하고 싶습니다.’

이어 의문으로 남았던 빈칸이 공황장애의 연관성으로 생방송 중 음성을 잃어버린 가수가 되어 오랫동안 활동을 중단하게 되었던 사연으로 채워졌다. 이어 그동안 가수의 많은 노래를 오랫동안 음악방송에 올리고 들어오면서 ‘혼자서 울고 있어요’와 ‘노을이 되어’로 기억된 특유의 감성이 새로운 느낌으로 들려왔던 까닭을 헤아리게 되었다.

이와 같은 과정이 있기까지 가수에게는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잃어버린 목소리를 찾기 위하여 사람이 모이는 곳을 찾아 그곳에 맞는 록과 팝 음악에서부터 대중가요를 망라한 수많은 버스킹으로 발품을 팔았다. 이와 같은 노력으로 노래를 되찾은 가수가 직행한 곳은 인디 음악과 록으로 대표되는 20대와 30대의 젊음이 출렁이는 홍대 클럽의 문을 두드렸다. 당시 주변의 조롱을 삼키며 다양한 음악으로 성인가수 최초로 홍대 클럽에 중장년층의 문화를 탄생시킨 가수였다. 이와 같은 공연이 입소문에서 현장으로 확인되면서 홍대 디자인과 학생들이 가수의 공연을 관람하며 공연의 감성과 관람객의 반응을 캐리커처로 그려서 선물하면서 가수의 노래에 보답하였다.

도현아 가수는 1971년 강원도 태백에서 태어나 황지초등학교를 다니며 한국무용을 시작하여 아시아 무용대회에서 금상을 받았다. 이에 황지여중에 특기생으로 선발되어 한국무용을 계속하던 중 농협에 근무하던 아버지가 광산업에 뛰어들면서 강릉으로 전학하였다. 이후 아버지 광산업이 실패하면서 지병을 앓았던 어머니가 충격으로 쓰러져 세상을 떠났다. 이후 소식마저 두절된 아버지를 대신하여 두 동생을 챙겨야 하는 소녀 가장이 되어 17살 어린 여학생 본명 ‘도옥주’는 학교가 아닌 생활전선으로 나서야 했다.

어린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안타까워하던 미용실 주인의 배려로 기술을 배우며 두 동생을 보살폈다. 열아홉 나이때인 어느 날이었다. 미용실에 서울에서 온 손님의 머리를 감다가 노래를 흥얼거렸다. 이때 손님이 빨리 머리를 감으라는 재촉에 놀라 흥얼거린 노래가 걸려 노래를 중단하고 열심히 머리를 감기고 난후 죄송함에 연신 머리를 숙였다. 이 때 손님이 정색을 하며 아까 불렀던 노래를 부르라는 것이었다. 이에 소녀는 걱정하였던 혼나는 일보다는 나은 것 같아 열심히 노래를 불렀다.

노래를 들은 손님은 의외의 말을 쏟아냈다. 미용실 주인에게 명함을 건네며 이 아이는 여기서 일할 아이가 아닌 노래를 해야 할 아이니 자신이 데려가겠다는 것이었다. 뜻밖의 사태에 당황한 주인은 소녀에게 의사를 물었고 소녀는 가겠다고 즉답을 했다. 이렇게 서울로 상경한 소녀는 마이크 잡는 법도 익숙하지 않은 무명가수가 되어 업소에서 노래하는 생계형 가수로 시작하여 무대 경험을 쌓았다.

이후 스무 살이 되던 다음 해 태백에 두 동생을 서울로 데려와 함께 생활하면서 가수의 꿈을 키워 1994년 ‘도희’라는 예명으로 ‘사랑 반 눈물 반’으로 정식 데뷔하였던 것이다. 이후 타고난 재능이었던 전통무용에서 터득한 감성의 음감과 뛰어난 성량을 바탕으로 호소력이 있는 음색의 가창력으로 1997년 방영되었던 KBS 인기 일일 드라마 ‘정 때문에’와 ‘모정의 강’의 주제가를 불러 큰 호평을 받았다. 이후 2002년 당시 인기가수 김범룡이 운영하던 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되어 오늘의 예명 도현아로 2003년 ‘숨겨진 사랑’을 발표하면서 ‘혼자서 울고 있어요’를 리메이크하였던 것이다.

이와 같은 가수의 사연을 몰랐기에 장기간 음악 활동을 중단한 의문을 헤아리려 가수를 찾았던 인연으로 소통하게 되었던 가수에게서 어느 날 연락이 왔다. 일본 가요를 리메이크하려 선정한 곡의 느낌을 묻는 것이었다. 노래는 일본의 인기 여가수 야시로 아키(八代亜紀)의 히트곡 ‘비의 모정(雨の慕情)’이었다. 문득 바람처럼 스쳐가는 느낌이 있었다.

필자는 일본과의 역사적인 문제를 헤아려오면서 일본의 문화와 예술에 대한 실체적인 접근과 이해를 위하여 오랫동안 많은 헤아림을 가져온 터라 주요한 일본 가수의 노래는 대충 아는 편이다. 그중 입지전적인 이야기를 가진 일본의 인기 여가수 야시로 아키(八代亜紀)는 화가로도 잘 알려진 가수인지라 평소에 많은 이야기를 살펴온 가수였다. 본명이 마스다 아키코(増田明子)인 ‘야시로 아키(八代亜紀)’는 1950년 구마모토현 야쓰시로 시에서 태어났다. 그의 예명 ‘야시로’가 그가 태어난 야쓰시로시(八代市)에서 유래된 것이다.

이와 같은 가수 ‘야시로 아키’ 또한,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향 도시의 버스 안내원이 되었다. 어려서부터 음악과 미술에 뛰어난 재능을 가져 노래를 잘 불렀던 그녀는 아버지를 돕기 위하여 카바레에서 아르바이트로 노래를 불렀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아버지의 호된 질타와 반대를 뿌리치고 그녀는 동경으로 상경하여 클럽 가수가 되었다.

이후 작곡가 노자키 신이치(野崎 眞一, 1931-2014)를 만나게 되면서 1971년 ‘사랑은 죽어도 계속된다(愛は死んでも)’로 데뷔하여 1973년 ‘눈물의 사랑(なみだ 恋)’이 크게 히트하면서 인기가수 반열에 올랐다. 이후 1980년 ‘비의 모정(雨の慕情)’으로 톱 가수의 입지를 굳혔던 것이다.

이와 같은 가수 ‘야시로 아키’는 인기곡 ‘비의 모정(雨の慕情)’을 부른 이후 안정된 생활을 갖게 되면서 어린 시절부터 꿈꾸었던 화가의 길로 들어섰다. 이후 프랑스의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미술전람회 ‘르살롱 전(le Salon)’에 5회 연속 입선하여 정회원이 되었다.

필자는 오래전 일본 NHK가 주관한 ‘야시로 아키’의 전시에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쓴 시에 내재된 이야기와 감성을 가수가 그림으로 표현한 ‘사랑’이라는 전시를 관람한 적이 있었다. 그의 감성적인 기획이 돋보인 전시였다. 이와 같은 일본의 인기 여가수 ‘야시로 아키’와 한국의 도현아 가수는 어린 시절의 어려웠던 삶이 놀라울 만큼 너무나 같다.

도현아 가수가 이와 같은 ‘야시로 아키’의 인기곡 ‘비의 모정’을 리메이크하기로 결정한 이후 ‘야시로 아키’의 소속사에서 원곡의 가사 내용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조건으로 리메이크 계약이 이루어졌다. 이후 가수는 이와 같은 리메이크 곡 한국 가사를 필자에게 요청하였다. 가수에게 너무나 중요한 내용이라 먼저 일본 현지에서 연관성을 갖는 여러 지인들에게 연락하여 다양한 상황을 체크하면서 서두르지 않아야 할 내용들이 점검되었다.

이후 역사상 가장 첨예한 한일 간의 갈등이 생겨났다. 이와 함께 필자가 더욱 신중을 기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필자는 지난 3월 일본의 인기 여가수 ‘야시로 아키’ 소속사에 5회에 걸친 장문의 메일을 보내면서 이에 대한 회신을 받았다. 먼저 ‘야시로 아키’의 팬클럽 회원 사이트에 해외 가입 조항이 없는 점을 들어 직접 이를 요청하였다.

이에 대한 사무국 첫 회신은 해외 팬클럽 가입 사례가 없어 회의를 열어 토의한 후 답을 주겠다는 것이었다. 이후 팬클럽 가입에 대한 여러 사유에 대한 질의에 오랫동안 가수의 노래를 들어온 많은 자료들을 제시하였다. 최종 보내온 회신은 해외 가입 사례와 조항이 없어 불가하다는 것이었다. 메일을 소통하면서 느껴지는 느낌이 아마도 한국이라는 이유가 일본 국내 팬들에게 득보다는 실이 더 많은 점을 참작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이와 같은 일본이라는 나라를 깊숙하게 헤아리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을 다시 일깨웠다.

▲ 도현아 가수 천상의 화원 앨범 © 이일영 칼럼니스트

 

도현아 가수는 현재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낮 12시 5분부터 1시 52분까지 약 2시간 동안 제주교통방송(TBN) FM 105.5 채널 대표 오락 프로그램 ‘차차차’ 생방송 진행을 맡고 있다. 가수는 매주 주말이면 제주에 내려가 고신희 프로듀서와 차영민 작가와의 호흡으로 알찬 선곡과 쏙쏙 들어오는 편안한 목소리로 주말 오후의 제주를 풍성하게 하고 있다.

가수는 내년에는 더욱 확장된 주요 도시의 방송활동과 더불어 현대인의 무거운 가슴을 씻어내는 영상과 노래가 어우러진 새로운 뮤비 음반을 준비하고 있다. 이와 같은 가수에 바라는 마음이 있다. 전통무용에 담긴 몸짓의 정한을 품은 감성과 다양한 음악을 관통한 기량으로 들꽃처럼 피어난 삶을 비추어 시대를 살아가는 서민의 가슴을 두드리는 들꽃과 같은 노래를 불러주기를 기대한다. 이일영(한국미술센터 관장, 칼럼니스트, 시인, artwww@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