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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와 호수가 만든 지역 이름

류지미 2023. 5. 30. 07:51

 

고개와 호수가 만든 지역 이름

 특급뉴스

  • 기자명 김광섭 기자 
  •  입력 2023.03.13 07:02
  •  수정 2023.03.15 06:52

이길주 교육학박사의 칼럼

오늘 아침도 7시 뉴스를 듣는다. 뉴스가 끝날 무렵이면 항상 일기예보 진행자가 등장한다.

 

“오늘은 날씨가 맑겠으나, 서쪽 지방은 안개로 인하여 가시거리가 매우 짧으니 교통안전에 조심해야겠습니다. 다음은 지역별 날씨입니다. 서울과 경기는 18도, 영남지방 20도, 호남지방 21도….”

 

기상예보사는 기상을 예보할 때 행정구역명이 있는데 왜 “영남, 호남, 영동, 영서”라고 말을 하면서 기상 상황을 전해 줄까?

날씨는 행정구역보다는 산, 고개, 강, 호수 등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산과 고개와 강이 많은 우리나라는 이를 통해 행정구역을 만들기도 했지만, 공간과 자연환경과 경제, 사회관계를 나누는 데 활용하였다.

 

 

‘경기(京畿)’는 고려, 조선 시대 때 개경과 한양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된 왕도의 외곽 명이다.

중국에서 경(京)은 천자가 도읍한 경사(京師-수도)를 뜻하고, 기(畿)는 천자의 거주지인 도성을 중심으로 사방 500리 이내의 땅을 가리키는 말이다. 우리나라는 고려 헌종 때부터‘경기’라고 하였다.

 

‘영남(嶺南)’은 소백산맥을 경계로 하여 문경과 충주 사이에 있는 우리가 잘 아는 문경새재 즉 조령(鳥嶺)의 남쪽이라는 데서 유래하였다.

고려 시대 때 상주 일대를‘영남도’라고도 했지만, 경상도 지역을 아우르는 ‘영남’이라고 부른 지명은‘세종실록’에 처음 나온다.

문경새재 2관문, (출처 :문경조령사진동우회 카페)

 

‘호남(湖南)’은 호수의 남쪽을 말하는데, 전라도 지역이다.

이 지역은 예로부터 벼를 많이 심었기 때문에 물을 많이 필요로 했다.

김제의 벽골제(碧骨堤-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저수지) 또는 호강(湖江- 지금의 금강)의 남쪽에 있으므로 호남이라 불렀다.

 

 

철령(鐵嶺)이라는 고개가 있다.

이 고개는 함경남도 안변군 신고산면과 강원도 회양군(현 북한의 금강군) 하북면 사이에 있는 고개로, 군사 요새를 만들고 철령관이라 불렀다.

고려 우왕 때 명나라가 “철령 이북은 본래 원나라 땅”이라며 “요동(遼東) 관할 하에 두겠다”라고 통보해오자 고려에서는 이에 반대하고, 요동 정벌에 나섰다.

그 후 위화도회군으로 요동 정벌은 실패했지만, 철령 이북의 땅은 명나라에 귀속되지 않았다.

 

조선 선조 때 이항복(李恒福)은 귀양을 가던 중 철령을 넘으며 시조를 남겼다. “철령 높은 봉에 쉬어 넘는 저 구름아 고신원루를 비 삼아 띄우다가 임 계신 구중심처에 뿌려본들 어떠하리.”

 

철령관을 중심으로

동쪽인 강원도는 관동지방,

북쪽인 함경도는 관북지방,

서쪽인 평안도는 관서지방으로 불린다.

 

관동지방인 강원도는 ‘영동(嶺東)’과 ‘영서(嶺西)’로 다시 나누는데 이는 태백산맥의 대관령(大關嶺) 마루를 기준으로 동쪽 지방과 서쪽 지방을 말한다. 정철 선생의 관동별곡은 바로 이 지역을 유람하고 쓴 글이다.

대관령 옛길 (출처: 강릉관광공사누리집)

 

‘해서(海西)’는 지금의 황해도를 말한다.

한양의 서쪽 바다에 접해 있다고 해서,  해서지방으로 불리게 되었다.

해서는 한반도의 중서부에 위치하며 관서 지방을 거쳐 중국으로 가는 길목이다.

 

‘호서(湖西)’는 충청지역을 일컫는 말이다.

호서도 역시 물과 관계가 있다. 충북 제천의 의림지(義林池)를 기준으로 하여 서쪽에 있어 호서지역으로 불린다.

 

의림지는 김제 벽골제, 밀양 수산제와 함께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저수지 중 하나이지만, 두 저수지와는 달리 지금도 농업용수로 사용되고 있다.

제천 의림지 (출처 : 제천시청 누리집)

 

법적 행정구역이 아닌 자연에 의해 만들어진 지역 명칭은 우리 조상들의 생활 모습이 담겨있다. 또 자연을 잘 이용하여 인간을 이롭게 하기 위한 노력이 숨어있다.

 

 

 

위키리(이한필)  자고 가는 저 구름아

1969

https://www.youtube.com/watch?v=P-fhYaQS3S0 

경현철 사 / 이인권 곡

 

1.

바람도 불지 않고 산새도 울지 않는

높고 높은 철령재에 자고 가는 구름아

물어보자 세상 살이 인정 없고 말도 많은데

너는 어이 말도 없이 흘러 만 가나 흘러 만 가나

 

2.

세상이 싫었던가 인간이 싫었던가

철령 높은 고개 위에 자고 가는 구름아

물어보자 인생살이 한도 많고 고달픈데

너는 어이 지향 없이 흘러 만 가나 흘러 만 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