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피합니다 [신동욱 앵커의 시선]
https://www.youtube.com/watch?v=Xe4zg6PeRX8
영월 김삿갓문학관에 괴나리봇짐, 술병과 함께 대문이 서 있습니다. 문짝에 '문전박대'를 새긴 시비입니다.
"해 질 무렵 사립문을 두드리니 주인 놈이 손 휘저어 쫓는구나. 두견새도 야박한 인심을 알았는지 돌아가라 울며 나를 달래네"
개성에서 문전박대를 당하고 쓴 시도 전해옵니다.
"고을 이름이 개성인데 왜 문을 닫는가. 황혼에 나그네 쫓는 건 사람 도리 아니니, 동방예의지국에서 자네 혼자 되놈일세"
박대하는 정도가 아니라 관객을 모독하는 부조리극이 있습니다. 다짜고짜 횡설수설하며 야유와 욕설을 퍼붓다가 물까지 끼얹습니다.
"등에 맞은 몽둥이는 타격이지만, 이마에 맞은 몽둥이는 모욕" 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나폴레옹도 "욕설에 빈정거림까지 겹치는 것보다 더한 모욕은 없다"고 했지요.
"음용수로 마시든지… 일본 정부에 권고할 의사가 없는지 묻고 싶습니다"
어제 민주당 의원들이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에게 퍼부은 말은, 누가 들어도 조롱과 비아냥이 실린 인격 모독 이었습니다. 자기네가 초청해 찾아온 손님에게 "일본 편향 검증", "일본 맞춤형 부실 조사"라며 35분 동안 호통쳤습니다.
그로시 총장은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표정을 찡그렸고, 간간이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시위대가 국회 울타리를 넘어 본청까지 와 구호를 외쳤습니다.
"그로시 고 홈(Go home)! 그로시 고 홈!"
몇몇은 회의장 창문까지 두드렸습니다. 그로시 총장은 국회 뒷문으로 빠져나가야 했습니다.
시위대는 그가 입국할 때도 "그로시 고 홈", "백 만 유로 받았냐"고 외쳐댔습니다. 총장 일행은 두 시간 만에 화물청사로 빠져나와야 했지요.
유엔기구 수장이 이런 대접을 받은 예가 있었나 모르겠습니다. 오죽하면 그가 "모욕적 영역으로 들어가면 대화하는 의미가 없다"고 했겠습니까.
그래도 그는 출국 전 "IAEA는 한국민의 우려를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투명성과 열린 대화를 맨 앞에 두겠다"고 했습니다.
극단적 정쟁으로 오염된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은 광우병 사태와 닮은 데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때와 두드러지게 다른 한 가지 위안은, 과학계가 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로시 총장의 설명 역시, 우리 주류 과학계의 분석과 일치합니다. 그런데도 막무가내입니다. 조선시대 가객의 탄식이 옛일 같지가 않습니다.
"검으면 희다하고, 희면 검다하네. 검거나 희거나 옳다 할 이 전혀 없다…"
면전에서 호통치고 이죽거리고 모욕하고 욕설 퍼붓고… 대한민국에서만 볼 수 있는 '후쿠시마 관객 모독'은 결국, 지켜보는 국민에게 퍼붓는 모독일 수밖에 없습니다.
7월 10일 앵커의 시선은 '창피합니다' 였습니다.
[Ch.19] 사실을 보고 진실을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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