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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촉도(歸蜀途), 禪雲寺 동구, 동천(冬天)

류지미 2023. 12. 26. 12:11

 

미당 시문학관

미당 서정주 시인의 고향이자 영면지인 전라북도 고창군 부안면 선운리 마을에 세워진 기념관

시인의 고향마을에  마을 뒷산 소요산이 솟아 있고  좌우로  생각와  묘소가 있다.

 

봉암초등학교 선운 분교를 개보수하여 2001년 11월 3일 개관

미당의 중앙고보 재학시절 광주학생의거 지원 시위사건(1929년, 1930년 2회)을 기념

 

 

화사 (1941)

이 시는 “시인 부락” 2호에 실린 작품이기도 하지만, 그의 첫 시집 “화사집”(1941)의 제목으로 이름 붙여진 작품이기도 하다.

화사(花蛇) _서정주

 

사향(麝香) 박하(薄荷)의 뒤안길이다.

아름다운 배암……

얼마나 커다란 슬픔으로 태어났기에, 저리도 징그러운 몸뚱아리냐

 

꽃대님 같다.

 

너의 할아버지가 이브를 꼬여내던 달변(達辯)의 혓바닥이

소리 잃은 채 날름거리는 붉은 아가리로

푸른 하늘이다…… 물어 뜯어라, 원통히 물어 뜯어,

 

달아나거라, 저놈의 대가리!

 

돌팔매를 쏘면서, 쏘면서, 사향 방초(芳草)길

저놈의 뒤를 따르는 것은

우리 할아버지의 아내가 이브라서 그러는 게 아니라

석유 먹은 듯…… 석유 먹은 듯…… 가쁜 숨결이야.

 

바늘에 꼬여 두를까보다. 꽃대님보다도 아름다운 빛……

 

클레오파트라의 피 먹은 양 붉게 타오르는

고운 입술이다……스며라! 배암.

 

우리 순네는 스물 난 색시, 고양이같이 고운 입술……

스며라! 배암.

(󰡔시인부락󰡕 2, 1936.12)

 

귀촉도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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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견우의 노래 / 귀촉도 / 푸르른 날 / 무슨 꽃으로 문지르는 가슴이기에 나는 이리도 살고 싶은가 등

서정주, 귀촉도(歸蜀途)

 

눈물 아롱아롱

피리 불고 가신 님의 밟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西域) 삼만 리

흰 옷깃 여며 여며 가옵신 님의

다시 오진 못하는 파촉(巴蜀) 삼만 리

 

신이나 삼아 줄 걸, 슬픈 사연의

올올이 아로새긴 육날 매투리

은장도 푸른 날로 이냥 베어서

부질없는 이 머리털 엮어 드릴 걸

 

초롱에 불빛 지친 밤하늘

굽이굽이 은하(銀河)ㅅ물 목이 젖은 새

차마 아니 솟는 가락 눈이 감겨서

제 피에 취한 새가 귀촉도 운다

그대 하늘 끝 호올로 가신 님아

 

(『춘추』 32호, 1943. 10)

 

 

견우의 노래  (1948)

 

우리들의 사랑을 위하여서는

이별이, 이별이 있어야 하네.

 

높았다, 낮았다, 출렁이는 물살과

물살 몰아갔다 오는 바람만이 있어야 하네.

 

오, 우리들의 그리움을 위하여서는

푸른 은핫물이 있어야 하네.

 

돌아서는 갈 수 없는 오롯한 이 자리에

불타는 홀몸만이 있어야 하네

 

직녀여, 여기 번적이는 모래밭에

돋아나는 풀싹을 나는 세이고......

 

허이연 허이연 구름 속에서

그대는 베틀에 북을 놀리게

 

눈썹 같은 반달이 중천에 걸리는

칠월칠석이 돌아오기까지는

 

검을 암소를 나는 먹이고

직녀여, 그대는 비단을 짜세.

 

(시집 『귀촉도』, 1948)

푸르른 날 1948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 하자
저기 저 가을 꽃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
눈이 내리면 어이 하리야
봄이 또 오면 어이하리야
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 하자



선운사 동구

                    서정주

선운사 골째기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안했고


막걸릿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 상기도 남었읍디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었읍디다.

 

.

禪雲寺  고랑으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않았고

막걸리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 오히려 남았습디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았습디다.

 

국화 옆에서 (1956)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경향신문』, 1947. 11.9)

 

 

 

동천 (1968)

서정주, 동천(冬天)

 

내 마음속 우리 님의 고운 눈썹을

즈믄 밤의 꿈으로 맑게 씻어서

하늘에다 옮기어 심어 놨더니

동지섣달 나는 매서운 새가

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 가네.

 

(『현대문학』 137호, 1966.5)

*즈믄 : 천(千)의 옛말

 

 

 

선운사는 천년 고찰이다. 백제 시대에 창건한 사찰인데, 신라 진흥왕이 시주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그 전설의 흔적이 이 진흥굴에 어려 있다. 선운사와 도솔암을 잇는 숲길에 있다.

 고창 갯벌

(면적 55.31㎢). 

만돌 해변에서  부안 땅 앞까지

 

고창 갯벌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이자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이다

고창 만돌 갯벌.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갯벌이다. 모래펄 너머 바다가 줄포만 바다고 바다 너머 벽처럼 서 있는 산이 부안 변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