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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사의 늪에 빠진 與, 정치판에서 정치가 사라졌다

류지미 2022. 9. 4. 06:55

송사의 늪에 빠진 與, 정치판에서 정치가 사라졌다

[아무튼, 주말] 국민의힘-이준석의 연쇄소송전
‘정치의 사법화’ 이대로 좋은가

 

입력 2022.09.03 03:00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는 당의 비대위 체제 전환에 반발, 법적 대응을 불사하고 있다. 당도 법적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17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첫 가처분 사건에 대한 심문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는 이 전 대표의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이 연쇄 소송전의 ‘늪’에 빠졌다. 지난달 9일 당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되면서, 대표직에서 자동 해임된 이준석 전 대표가 법원에 주호영 비대위원장의 직무집행과 비대위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낸 게 시작이다. 법원은 26일 이 전 대표의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 주 위원장의 직무를 정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당은 이의 신청과 함께 주 위원장에 대한 직무정지 결정의 집행을 정지해달라는 신청을 했고, 이 전 대표는 비대위원 전원의 직무집행과 비대위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과 전국위 개최를 금지하는 가처분을 추가로 신청했다. 국민의힘의 잇단 송사에 대해 정치권 안팎에서는 “심화하고 있는 ‘정치의 사법화’의 단적이면서도 우스꽝스러운 장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법정으로 달려가기 바쁜 정치인들

정치의 사법화란 중요한 정치적·사회적 이슈나 갈등 상황이 정치적 공론 절차를 통해 해결되지 못하고, 법원의 판단에 의해 해결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는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눠 볼 수 있다. △헌법재판소가 법률에 대한 위헌 판결을 통해 사실상의 입법권을 행사하는 것 △국가의 중대 사안이나 정부의 주요 정책을 법관의 판결을 통해 결정하는 것 △정치 세력 간 권력 경쟁의 수단으로 사법부를 이용하는 것 등이다.

헌재가 실질적 입법권을 행사한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공직선거법 조항에 대한 위헌 결정이 대표적이다. 헌재는 올해 선거 기간 중 집회를 금지하는 조항과 선거운동 기간 전 개별적으로 유권자와 대면해 말로 행하는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선거법 같은 정당 및 정치인들의 이해관계에 직결된 정치적 문제가 국회가 아니라 헌재의 결정에 의해 해결되고 있는 것이다. 2004년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에 대한 헌재의 위헌 결정은 법관의 판결로 정부 중요 정책이 결정 난 대표적 사례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자는 행정수도 이전을 공약으로 제시했고, 당선 뒤인 2003년 12월 여야 합의로 신행정수도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그러나 이듬해 한나라당이 반대로 돌아섰고, 국민 여론 또한 모아지지 않았다. 서울시의회 의원, 교수 등 시민 169명이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헌재는 위헌 결정을 내려 법을 무효화했다.

 

정치 세력 간 권력 경쟁의 수단으로 사법부를 이용하는 것은 선거 때만 되면 극심해지는 후보자 간 고소·고발전을 예로 들 수 있다. 상대 후보에게 부정적 의미지를 덧씌우기 위해 고소·고발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 대선 기간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서로 제기한 고소·고발건은 약 100건, 2020년 총선 때 제기된 선거 소송은 139건에 달한다. 사정(司正)과 특검 또한 권력 경쟁 수단으로 사법부를 이용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있다. 국회가 정치적 결정에 부담을 느끼는 민감한 사안들을 법원에 떠넘기는 경우, 야당이나 소수당이 정부 여당 혹은 다수당의 정책에 반대하는 수단으로 법원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정치의 사법화는 세계적인 현상이자 불가피한 일이라는 주장과 함께, 일각에서는 ‘무질서한 정치 과정에서의 법치주의 실현’이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대표성과 책임성의 원리’라는 민주주의의 근본 원칙을 형해화시킨다는 점, 유죄와 무죄 또는 완승과 완패라는 이분법적 결과를 낳아 갈등이 증폭된다는 점, 사법부의 판단이 정치적으로 이뤄지는 ‘사법의 정치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정치의 사법화는 곧 정치의 몰락”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 탄핵, 통합진보당 해산 등 정치적으로 중대한 의미를 갖는 일들이 사법부에 의해 결정지어진 바 있다. 이에 대해선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예컨대 ‘통진당 해산’을 두고는 정당 해산의 최종 결정을 헌재가 맡은 것은 법·제도적으로 타당하다는 주장과, 선거라는 정치 과정을 통해 해결했어야 한다는 주장이 충돌한다. 하지만 이번처럼 당내 지도부 구성 문제까지 법원에 의존하는 것에 대해서는 비판적 여론이 대부분이며 정치권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법조인인 금태섭 전 의원은 26일 법원의 첫 가처분 결정이 나오자 “당연히 정치로 풀 수 있고 또 풀어야 하는 문제를 법적으로 해결하려고 했다”고 지적하며 “대한민국 정치가 극적으로 실패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왜 이렇게까지 정치의 사법화 현상이 심화하는 걸까. 전문가들은 정치인들의 정치력 부재를 주된 이유로 꼽는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상호 존중(관용)’과 ‘제도적 자제’라는 규범이 무너져서 이 같은 불안정이 배태되는 것”이라며 “정치 과정을 사법에 의존하면 정치의 존재 이유가 사라지므로, 정치의 사법화는 곧 정치의 몰락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김병록 조선대 교수(법학)는 “정치의 사법화 핵심에는 사법부를 활용하려는 정당과 정치인의 단기적 욕망이 있다”고 했다. 정당 간 권력 경쟁을 유권자의 지지 획득이라는 민주적 방식이 아닌, 사법적 판결이라는 수단에 의존하기 때문에 정치의 사법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한상희 건국대 교수(법학)는 “정치인들은 갈등의 해결 준칙이나 판단 기준을 유권자에게 돌려야 하는데, 그럴 능력도 의지도 없으니 결국 사법부를 찾는 것”이라며 “진영 정치가 대화와 협상이라는 정치 본연의 기능을 없애고 극한 대립을 불러온 결과”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여당발 일련의 소송전에 대해 “정치적으로 문제를 풀 수 있는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다”고 지적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턴트는 당 윤리위가 이 전 대표에게 당원권 정지라는 징계를 내렸을 때와 윤석열 대통령과 권성동 원내대표의 이른바 ‘체리 따봉’ 문자메시지가 공개됐을 때, 비대위 전환 논의가 시작됐을 때, 이례적으로 길었던 법원의 가처분 심리 기간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사실상 이 전 대표가 축출당한 것이므로, (이 전 대표보다는) 윤 대통령이 이 문제를 풀어야 했다고 본다. 윤 대통령은 이 전 대표와 만나는 등의 정치적 해법을 모색할 수 있었지만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와 전쟁의 차이는 (정치적) 퇴로를 열어주느냐 여부에 있다. 정치 문제를 사법의 영역으로 가져가는 것은 전쟁을 하자는 것과 같다”고 덧붙였다. 반면, 김형준 교수는 “이 전 대표에 대한 윤리위의 징계 결정 전이라면 (윤 대통령과 이 전 대표가) 만나서 해결하는 식의 해법이 가능했을지 몰라도, 징계 결정이 나온 뒤엔 이 전 대표가 가처분 등 소송전을 벌이지 않고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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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2022.09.04 05:53:56
저는 반대로 요즈음 배반자 유승민이...그리고 그의 똘만이가 정치 생명이 끝나는 모습을 보고 즐겁습니다. 경우없는 정치인이 사라지고 좀더 신뢰성이 있는 정치인들이 나오길 바랍니다.
답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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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우
2022.09.04 05:59:26
정치가 개판인건 개고기 팔았다는 준석이, 말꼬리 잡는다는 재명이, 쓰레기통 물려준 재인이 때문라고 다 아는 사실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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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유창석
2022.09.04 06:01:01
입으로만 나불거리는 자를 국민은 정치지도자라고 여기지 않는다. 이준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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